기획 | 아베, 미·일관계 우선, 한·중과는 갈등 각오? 2013년 1월호
기획 | 요동치는 일본 정국, 우향우!
아베, 미·일관계 우선, 한·중과는 갈등 각오?
지난해 12월 16일 치러진 일본총선에서 자민당이 압승하여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가 제96대 일본총리로 취임하였다. 2006년 9월부터 제90대 총리를 역임했던 아베 총리는 참의원의 여소야대 상황 속에서 테러대책특별조치법의 연장문제가 민주당의 반대로 난항하게 되자 총리 취임 1년 만에 총리직을 사임한 바 있다. 이후 연이어 두 명의 자민당 총리가 재임 1년 만에 사직하면서, 2009년 자민당은 정권을 민주당에게 넘겨주게 되었다.
아베는 총리 재임시절 ‘교육기본법’을 개정하여 역사교과서 왜곡의 토대를 만들었으며, 방위청을 방위성으로 승격시켜 군사력 강화, 군사적 역할확대를 추구한 바 있다. 또한 위안부 문제에서는 강제연행을 부인하는 발언을 하는 등 일본이 저지른 잘못을 상당부분 부정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도 아베 총재는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사과한 고노담화(1993년)와 식민지 지배와 침략의 역사를 사죄한 무라야마담화(1995년), 일본의 한국강제병합에 대해 사죄한 간 나오토 담화(2010년)의 수정을 공약했다. 또한, 군대보유와 방위력 강화 등을 통해 강력한 미·일동맹을 추진하고, 영토문제에 있어서도 강경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과 중국에 새로운 지도부가 출범했지만, 일본이 한국이나 중국과 갈등 상황을 연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아베, 집단적 자위권 행사 … 국방군 설치 천명
아베 총리는 총선과정에서 과거 재임시 이루지 못한 야스쿠니 참배를 시행하겠다고 공언하였으며, 고노담화 등을 폐기하고 시마네현이 주관해 온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호칭)의 날’을 중앙정부 차원의 행사로 승격시키겠다는 공약을 밝힌바 있다. 따라서 과거사, 영토문제 등에서 아베정권은 민주당정권보다 강경대응 할 가능성이 크며, 평화헌법 개정을 통한 정상국가화 시도 등으로 인해 한국, 중국 등 관련국과의 외교적 갈등, 동아시아에서의 긴장고조가 예상되고 있다.
동북아에서도 미·중간의 패권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중·일 간의 경쟁관계도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정권은 미·일동맹체제를 보다 견고히 하면서, 미·일이 중국을 견제하는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총선 직후 아베 총재는 “미·일관계를 우선시하면서 그 다음에 동아시아 관계를 구축하고, 마지막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자민당의 외교안보 공약을 보더라도 ⓛ 평화헌법(헌법 제9조) 개정과 국가안전보장법 제정을 통한 집단적 자위권 행사, ② 국방군 설치 및 자위대 인원 및 예산 확충, ③ 영해침범죄 신설, ④ 공무원 상주, 등대 설치 등 센카쿠열도 실효지배 강화 등을 주장하고 있어 미·일동맹을 강화하고, 중국, 한국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중과 역사·영토갈등 격화 가능성 매우 높아
아베 총리 취임으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중·일 간의 갈등이다. 아베정권이 공약대로 우경화를 추진하면 중국이 강력히 반발하게 되어 중·일 갈등이 심화될 우려가 크다. 특히 자민당이 중국과 분쟁 중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공무원 상주를 공약하였고, 더 나아가 집단적 자위권 도입과 평화헌법 개정을 통한 국방군 창설을 추진되게 되면 중·일관계가 악화될 것은 분명하다.
중국도 관영매체를 통해 “일본의 차기정권은 대외정책을 장기적이고 실용적인 방향으로 수정해 주변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지역 내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일본의 우경화를 견제하고 있다. 아베정부 역시 대중국관계를 고려해 수위조절에 나설 것이 예상되지만, 역으로 센카쿠에 대한 실효적 지배 등을 강화할 경우 중국과의 마찰은 불가피할 것이다.
아베정권의 한·일관계 향방을 결정할 사안은 ‘다케시마의 날(2월 22일)’ 행사와 고노담화 등의 폐기이다. 한국의 대통령 취임식(2월 25일) 사흘 전에 개최될 예정인 ‘다케시마의 날’ 행사가 자민당 공약처럼 도쿄에서 중앙정부 차원의 행사로 진행되고, 아베 총리가 참석한다면 한·일관계는 시작부터 불협화음을 낼 것이며, 양국관계의 냉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고노담화와 무라야마담화의 수정문제도 한·일관계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는 소재이다. 아베 총리는 일본의 침략전쟁을 부정하는 교과서를 만드는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을 지원하는 자민당 의원연맹의 사무국장, 고문 등을 역임하면서 이 두 담화의 폐기를 주장한 바도 있다.
한편 아베정권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아베 총리가 2006년 총리로 취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아베(당시 관방장관)의 초강경 대북정책이 국민들에게 어필한 측면이 강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의 방북 이후 납치문제는 일본의 대북정책의 핵심 사안이 되었으며, 아베 총리가 이를 주도해 왔다. 이런 점에서 기본적으로는 대북 강경정책이 예상되며, 특히 북한의 로켓발사 문제가 이러한 정책을 견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납치자문제에 관심이 많은 아베 총리로서는 납치문제에 대해 북한과 협의를 개시할 것으로 보이나, 적극적으로 교섭에 임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아베정권은 한·일관계, 북·일관계 등에 지장을 초래할 정책선택을 서두르지도 않을 것이다. 자민당은 취약한 국내 정치기반을 복원시키고 경제문제, 내년 7월의 참의원선거 등을 고려해 한·일관계 등에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통령 선거 직후, 아베 총리는 한국과 긴밀한 의사소통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총선이 자민당 압승으로 끝난 후 일본 언론도 “일본의 행동이 국제사회에 어떤 모습으로 비치는지 의식해야 한다.”든가 “온건한 국제협조노선을 기본으로 신중하고 현명한 외교를 전개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더 나아가 중·일관계 개선에 대해 “중국을 참여시켜 아시아를 평화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일본외교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베정부의 극우적 성향이 일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경계하는 이러한 목소리에 아베총리는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전진호 / 광운대 국제협력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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