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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리의 스케치北 | 빼어난 경치 속 웅장한 조형 삼지연대기념비 2013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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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리의 스케치北 13 | 빼어난 경치 속 웅장한 조형 삼지연대기념비

CS_201301_69 기념비미술의 조형적 특징은 규모가 매우 크다는 것과 함께 많은 조각상과 탑, 사적비들이 결합되는 광범위한 구성에 있다. 이러한 조형적 특징 때문에 북한미술계에서는 기념비미술을 제작하는 미술가들에게 기념비미술의 형상적 특성인 형식의 웅장성과 선명성을 잘 드러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때 웅장성이란, 단순히 작품의 크기와 규모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기념비미술의 조형적 구성, 주위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표현된다.

자신의 작업실에서 보았을 땐 웅장한 조각이라고 느꼈던 작품도, 확 트인 또는 웅장한 자연 앞에 놓으면 왜소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웅장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구성은 어떤 것일까? 이 문제와 관련, 북한 미술계는 선명성과 밀접히 결합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대기념비미술은 부주제군상의 방대한 규모 때문에 수많은 군상이 등장하여 결합되는 복잡한 구성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다양하고 풍부한 개별 조각상들을 통일적으로 묶어주는 선명한 조형적 형식 없이는 인민들에게 전달할 선전·선동의 내용이 선명하게 부각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당국, 구체적 원칙 세워 미술가 규제

<삼지연대기념비>의 경우에는 이 상징성의 문제를 봉화탑과 <진격의 나팔수> 조각상으로 조형화하였다. 봉화탑은 주체사상을, <진격의 나팔수>의 조형적 형상은 1939년 일본과 벌였던 전투인 무산지구 전투의 승리를 상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탑과 상징성이 강한 조각상들은 다른 다양한 조각상들을 엮어내는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내용면에서 개념만을 추상적으로 전달하는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구체적 내용을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서는 당시 생활의 그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묘사 방법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바르게 결합시킬 것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기념비미술들은 대부분 야외에 설치되기 때문에 기념비 조각의 위치선정과 주위환경과의 조화에 대한 원칙도 북한당국은 규정하고 있다. 첫째로는 사적지와 기념비미술을 일치시키라는 창작원칙이다. 기념해야 할 사건이 벌어졌던 사적지와 기념비미술을 일치시키면, 선전·선동의 역할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기념비를 세우는 것이다. 이는 김정일의 “수령님께서는 언제나 인민들 속에 계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령님의 동상은 인민들이 제일 많이 다니는 곳에 모시는 것이 좋습니다.”라는 언급에 따른 것이며, 또한 북한에서 기념비미술은 대중 교양의 강력한 수단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쉽게 와서 볼 수 있는 개방된 장소에 건립할 것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시야가 넓게 트이고 어느 곳에서 보더라도 기념비의 형태가 선명하게 보일 수 있는 그 위치를 선택할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해 대부분의 북한 기념비들은 산마루나 언덕 위에 세워지고 있으며 기념비미술 주위에 광장을 조성하고 있다.

북한당국도 기념비 조각이 주위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중요한 점은 대자연의 자연미를 그대로 살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기념비 조각을 조형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해 주위 환경을 조형에 복종시키는 관계라는 한계를 노정한다. 김일성동상을 웅장하고 선명하게 형상해내기 위해 모든 형상 요소뿐만 아니라 주위 환경마저도 이 동상에 복종시키는 결합형태를 제작원칙에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야외에 세워져 있는 조각작품들을 바라볼 때 우리의 눈은 그 조각만을 뽑아서 보는 것이 아니라 배경의 공간 속에 놓여진 작품으로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각과 함께 인간의 시야에 들어오는 자연을 조각의 구성단계에서부터 의식하여서, 자연 속에 펼쳐진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 되도록 형성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삼지연대기념비>를 비롯한 북한의 기념비적 창조물들은 모두 빼어난 경치 속에 세워져 있다.

이처럼 북한의 기념비미술은 장르가 갖고 있는 선전·선동성의 파급력만큼이나 북한당국의 관심과 지원 속에 제작되고 있다. 따라서 많은 인력과 제작비용이 드는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념비미술이 창작되어지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북한당국은 이러한 관심만큼 기념비미술 제작과 관련된 구체적인 원칙들을 만들어 미술가들을 규제하고 있음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북한미술계는 부주제군상 조각에서 드러나듯 발달된 리얼리즘 조각 기술을 지니고 있고, 다양한 형상들이 방대하게 등장하는 거대한 기념비미술을 조직해 낼 수 있는 구성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념비 미술이 앞으로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북한당국이 세밀하게 규제하고 있는 구체적인 제작 원칙이 보다 느슨해져, 미술가들의 자율에 맡길 수 있어야 한다. 북한당국이 북한 작가들의 역량과 사상성을 믿고 형식에 관한 자율성을 보장해줄 수 있는 보다 과감한 자신감을 지니게 되길 바란다.

박계리 / 이화여대박물관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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