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5년 4월 1일

장용훈의 취재수첩 | 북한 경제시스템이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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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훈의 취재수첩

북한 경제시스템이 변하고 있다

지난해 4월 2일 북한 남포시 강서구역 청산협동농장에서 농장 관리인과 농장원들이 땅을 고르고 있다.

지난해 4월 2일 북한 남포시 강서구역 청산협동농장에서 농장 관리인과 농장원들이 땅을 고르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지난 3년간 시장경제 요소 도입을 과감히 확대하고 외국자본 유치를 위해 경제특구도 무더기로 설치하는 등 파격적이라고 할 만한 행보를 보였다. 심지어 경제학술계간지 <경제연구> 2014년 4호는 “각 기업소의 경영 효율을 높이려면 중앙집권적 지도를 일면적으로 강조해서는 절대 안 된다.”며 “수천, 수만을 헤아리는기업소들을 국가가 전적으로 맡아 세부에 이르기까지 다 지도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정은 체제 들어 다양한 시장경제 조치가 취해지고 있는 현실, 다시 말해서 사회주의계획경제의 개혁이 불가피한 현실을 받아들인 셈이다.

김정은 정권이 생산 현장에 실험적으로 개혁 조치를 도입한 것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집권 첫해인 2012년부터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2013년 5월 북한이 2012년부터 “독자적으로, 창발적으로 경영관리를 하는 새로운 조치들을 시행 중”이라고 보도해 경제관리개선 조치의 존재를 확인했다. 이 조치는 ‘7·1조치’처럼 생산 현장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계획경제 요소를 완화하고 경제 주체의 자율성을 강화한 것이 핵심이다. 작년에는 북한이 시장경제 요소를 한층 강화하고 적용 범위를 넓힌 ‘5·30조치’를 발표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런 일련의 개혁 조치로 기업과 농장의 잉여생산물 처분 권한이 커졌으며 노동자의 실적에 따라 지급하는 인센티브 격차도 확대됐다. <조선신보>는 작년 4월 ‘독자경영체제’를 도입한 평양 3·26전선공장의 경우 인센티브 지급으로 노동자의 생산 열의가 높아져 생산량이 급증했으며 월급이 100배 이상으로 뛴 직원도 등장했다고 소개했다. 농업 분야에서 협동농장 말단 단위의 규모를 줄여 가족영농제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 ‘포전담당제’도 생산 현장에 변화를 일으킨 대표적인 조치다.

기업·농장 잉여 처분 권한과 인센티브 격차 확대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으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김정은 시대 북한은 곳곳에서 달라진 면모를 보인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부유층이 두터워지자 작년 초 평양에 들어선 해당화관처럼 이들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고급 편의시설이 잇달아 들어섰으며 고가의 외제차가 평양 시내를 달리는 것도 더는 낯선 현상이 아니다. 휴대전화 사용 인구도 올해에는 북한 전체 주민의 10%인 240만명을 넘어섰다.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기에는 내부 자원이 빈약한 상황에서 김정은 정권은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는 전략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북한은 2013년 5월 경제개발구법을 제정해 전국 각지에 경제특구를 설치할 법적 토대를 마련했으며 11월 전국 곳곳에 경제개발구 13곳을 설치한 데 이어 2014년 7월에는 6곳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경제특구는 나선, 황금평·위화도 등 기존 특구를 포함해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만 20곳을 넘어섰다. 외국 자본에 각종 특혜를 제공하는 경제특구를 짧은 기간에 무더기로 내놓은 것이다. 이들 가운데 원산-금강산 국제관광특구를 비롯한 3∼4곳은 성장 잠재력이 있다는 외부의 평가를 받기도 했다.

시장의 기능을 확대하고 외부 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는 가운데 북한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이후 붕괴된 국가경제시스템을 복원하기 위한 고민도 함께 이어가고 있다. <조선신보>는 지난 2월 22일 평양발 기사에서 각지 협동농장들에 농민들이 물물교환을 할 수 있는 ‘구매소’가 있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협동농장에는) 눅은(싼) 가격의 상품들이 진열된 구매소가 있어 분배된 농산물과 교환할 수 있게 돼있다.”며 “농민들이 농산물을 현금화하고 시장에 자금이 유출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전담당제’ 도입으로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잉여농산물이 증가하자 농민들이 이를 ‘장마당’으로 가져가는 것을 막기 위해 국가가 통제하는 구매소에서 생활용품 수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협동농장의 구매소와 유사한 제도는 도시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조선신보>는 “(북한 공장들이) 국내에서 생산된 일용품과 식료품 등을 구입해 노임의 일부로서 노동자에게 배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정은 시대 들어 공장·기업소의 자율성 강화와 인센티브 도입으로 임금이 많게는 과거의 수십 배로 늘었는데 이를 모두 현금으로 지급하면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일부를 현물로 준다는 것이다.

<조선신보>는 작년 12월부터 평양 곳곳에 들어서고 있는 편의점인 ‘황금벌상점’도 시장의 급속한 확산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국영상점’인 황금벌상점이 “시장보다 눅은 상품”을 공급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국영상점을 통한 자금순환”을 보장하는 것이 목적이

라고 강조했다. 국영상점이 시장가격보다 싼 상품을 충분히 공급해 소비자들을 끌어들임으로써 시장이 자금순환의 중심으로 자리 잡는 것을 방지하려는 시도라는 얘기다.

유휴자금 동원 위한 금융시스템 개선 모색

북한의 학술지가 경제개발에 필요한 유휴자금 동원을 위해 카드 사용을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유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김일성종합대학 학보 2014년 4호는 ‘유휴화폐자금 동원을 위한 경제조직 사업을 개선하는 데서 나서는 중요 문제’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유휴자금 동원을 위한 금융시스템 개선을 독려했다. 논문은 “유휴화폐자금 동원 형태를 합리적으로 설정하고 이용하는 데서 중요한 것은 현실 발전의 요구에 맞게 나래카드, 현금카드 등을 적극 개발해 이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래’는 2010년 말 조선무역은행이 발행한 외화결제용 직불카드로, 고려은행의 ‘고려’와 함께 북한의 대표적인 카드로 꼽힌다. 논문은 카드 사용을 활성화하면 “사람들이 일정한 양의 현금을 은행에 넣고 점차적으로 쓰도록 함으로써 은행에 자금을 집중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논문은 주민들의 금융상품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예금 규모가 클수록 높은 이자율을 적용하는 등 다양한 장치를 마련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에 따라 김정은 시대 들어 ‘경제강국 건설’에 힘을 쏟는 북한이 금융시스템 개선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장용훈 / 연합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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