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3년 2월 1일

기획 | 남북정상선언 이행여부, 남북관계 좌우하는 가늠자 2013년 2월호

기획 | 2013년 김정은 정권 정책방향은?

남북정상선언 이행여부, 남북관계 좌우하는 가늠자

19년만에 육성으로 발표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2013년 신년사의 핵심은 남북 간 대결 상태 해소와 이를 위한 남북공동선언의 이행을 강조한 대목이다.

김 제1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조국통일은 더는 미룰 수 없는 민족 최대의 과제”라며 “김일성 대원수님과 김정일 대원수님의 필생의 염원이고 유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라의 분열을 종식시키고 통일을 이룩하는데서 나서는 중요한 문제는 북남 사이의 대결상태를 해소하는 것”이라며 “남조선의 반통일 세력은 동족대결정책을 버리고 민족화해와 단합, 통일의 길로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현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악화된 후 이명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대표적인 ‘반통일 세력’으로 거론하며 “영원히 상종하지 않겠다”고 비난해온 것과 비교하면 두 발짝 정도는 물러선 표현인 셈이다.

북한은 당시 이 같은 언급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차기 정부 구성을 앞두고 남북관계 개선 기대감 속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서 벗어나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이행하라고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문구 표현은 지난해 신년공동사설과 비교하면 그 차이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北, 박근혜 당선인에 남북관계 개선 기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조문태도 등을 도마 위에 올리고 “남조선 역적패당의 반인륜적·반민족적 행위”라고 격하게 비난하며 “남측은 친미사대와 동족대결, 북침전쟁책동을 강화했다”고 주장했다. ‘대화’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기대되는 김 제1위원장의 이날 대남 메시지는 대선 이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비난을 자제해온 북한의 대남 기조와 맞닿아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은 대선 이후 우리 정부가 <국방백서>에 북방한계선(NLL)을 해상경계선으로 공식화한 것 등을 비난하면서도 차기 정부가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이어받아서는 안 된다며 박근혜 당선인에 은근히 기대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신년사를 통한 김 제1위원장의 대남 메시지는 전반적으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첫해의 신년공동사설과 대동소이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은 2008년 신년공동사설에서 남한의 새정부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며 남북정상회담을 꼭 집어 철저히 이행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북한군에 의한 금강산관광객 피격 사망사건 등 잇따라 악재가 터지자 북한은 2009년 신년공동사설부터는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 기조로 선회했다.

북한은 지난 1월 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 10여 만명의 평양시민을 모아놓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제시한 과업 관철을 위한 ‘평양시 군중대회’를 열었다고 이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 1월 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 10여 만명의 평양시민을 모아놓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제시한 과업 관철을 위한 ‘평양시 군중대회’를 열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北, “대결과 전쟁이냐, 아니면 대화와 평화냐”

따라서 집권 2년째를 맞이한 김정은 체제의 대남정책은 차기 정부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며 당분간 관망하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 제1위원장 역시 이번 신년사에서 “북남공동선언을 이행하는 것은 북남관계를 전진시키고 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근본전제”라고 못박아 차기 정부에 대해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해 이행할 것을 강하게 주문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우리 차기 정부가 남북정상선언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행하고 또 이를 북한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올해의 남북관계를 좌우하는 첫 가늠자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변화를 언급한 가운데 북한의 각급 기관들도 대화를 촉구했다.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은 신년사가 나온 다음날인 1월 2일 담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전날 북방한계선(NLL) 사수 발언과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새해 첫 장관 서신, 서부전선 애기봉의 등탑 점등 등을 언급하고 “새해 벽두에 나타난 이명박 역적패당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과 관련해 몇 가지 입장을 천명한다”며 “보수와 대결에 체질화된 반역의 무리들은 그대로 살아 숨 쉬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대변인은 이어 “오늘 북남관계는 지난 5년처럼 또다시 대결과 전쟁이냐, 아니면 대화와 평화냐 하는 엄숙한 기로에 놓여 있다”며 “남조선 당국은 책임적인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남한 당국의 책임 있는 선택을 강조했지만 사실상 2월 말 공식 출범하는 차기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을 염두에 두고 이명박 정부와 다른 대북정책을 펼 것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국방위원회가 북한의 최고 권력기관으로 대외·대남정책을 총괄하고 있으며 2010년부터 대변인 명의의 성명이나 담화를 통해 대남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어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도 대변인 성명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NLL 사수 발언 등을 언급하고 남한 당국이 연초부터 동족대결에 매달리는 것을 비난하며 “북남관계를 바로잡고 민족의 화해와 단합, 통일을 하루빨리 실현하는 것은 전체 조선 민족의 한결같은 지향이고 염원이며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밝혔다. 또 “우리는 남조선 당국의 금후 태도를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 1월 9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북정책 방향에 대해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라며 “박근혜의 선거공약이 빈말인가 어떤가를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신보>는 이날 ‘좀 두고보자’라는 글에서 1972년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이 7·4공동성명에 조인한 사실과 2002년 박 당선인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났던 사실 등을 거론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신문은 “대선 기간에 박근혜는 대북대결정책을 취한 이명박 도당과는 거리를 두며 화해와 평화정책을 취하겠다고 강조했고 북남관계 발전을 위해서라면 북의 지도자와도 만나겠다고까지 말했다”고 밝혔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해외 매체로 간주하는 <조선신보>의 이런 주장은 대선 이후 남북공동선언의 이행을 요구하는 등 차기 정부에 유화적 대북정책을 펼 것을 촉구해온 북한의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원칙적인 입장을 밝혀 놓은 상황에서 앞으로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의 방향을 지켜보면서 대응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장용훈 / 〈연합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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