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3년 2월 1일

기획 | 4세대 DMZ 논의로 불릴 진정한 연구·정책 제시돼야 2013년 2월호

기획Ⅱ | 반목의 벨트 DMZ 60년 … 평화특구로 거듭난다
4세대 DMZ 논의로 불릴 진정한 연구·정책 제시돼야

DMZ는 ‘비무장지대’라는 뜻의 ‘Demilitarized Zone’을 줄인 용어다. DMZ는 남북한 사이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존재하였거나 존재하고 있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남북한 사이의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1953년 7월 27일 서명된 정전협정은 임진강 강변부터 시작하여 동해안까지의 총 1,292개의 표식판으로 군사분계선(MDL)을 표시하고 있다. 군사분계선은 철책선이 아닌 것이다. DMZ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쌍방이 2㎞씩 후퇴함으로써 적대 행위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설정된 완충지대다. 정전협정은 쌍방이 모두 DMZ 내에서 또는 DMZ로부터 또는 DMZ를 향하여 어떠한 적대행위도 행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DMZ에 들어가도록 허가받는 군인과 민간인의 수는 각방 사령관이 결정하지만, 어느 일방이 허가한 인원의 총수는 언제나 1천명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953년 7월 31일 군사정전위원회 제4차 회의의 결과 민사 경찰은 보총과 권총만으로 무장 가능하고, 방아쇠를 한 번 당길 때 총탄이 연속 발사되는 자동식 무기의 휴대는 금지되고 있다.

경기도 연천군 중서부전선에서 육군 28사단 장병들이 지난해 12월 26일 야간 경계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경기도 연천군 중서부전선에서 육군 28사단 장병들이 지난해 12월 26일 야간 경계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남북, 60년간 수많은 교전, 실제 DMZ 비무장 준수 안 돼

이러한 정전협정 및 부속합의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남북한 DMZ 철책선은 2㎞ 후퇴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 군사분계선으로부터 300~400m만 떨어진 남북방 철책선도 있다. 또 철책선 내부 체류 군인의 수도 1천명을 훨씬 넘기고 있다. DMZ의 범위는 철책선이 어디에 있든 군사분계선으로부터 2㎞까지인데, DMZ 내에 박격포, 대전차화기, 수류탄, 자동소총 등 정전협정과 부속합의에서 금지하고 있는 각종 화기가 대량 배치되어 있다. DMZ는 1953년 설치된 이래 60년 동안 실제 수많은 소규모 총격전들이 있었으며, 따라서 비무장지대는 실제로 비무장이 준수되지 못하고 있다.

DMZ 관련 정책은 주로 DMZ 관리에 관한 것이다. DMZ 관련 합의가 제대로 준수되지 않아 상대의 협정 위반을 지적하고 또 이에 반박하는 행태가 반복되어 왔다. DMZ의 활용과 변화에 대한 대부분의 정책은 일방적으로 제안되었을 뿐이지 실제 진척은 이루어지 않았다. DMZ를 관통하여 추진된 거의 유일한 사업은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 사업이고 이 또한 실제 열차가 운행되지는 않고 있다. 따라서 DMZ 관련 정책은 거의 구상 수준에서만 머물러 왔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DMZ에 관한 구상조차 흔하지 않았다. 1995년까지 40여 년 동안 발간된 DMZ 연구물 종수는 20여 개에 불과하였다. DMZ에 관련한 연구들이 간헐적으로 나왔던 시기이나 나름대로는 오리지널 내용을 담았기 때문에 DMZ 설정 이래 40여 년의 기간을 DMZ 관련 논의의 제1세대로 부를 수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DMZ 관련 논의는 여러 연구자들이 DMZ 현장에서 모여 토의하는 모습을 띠었다. 그러한 중심에는 DMZ학술원이 있었다. 1996년 5월 양구군 해안면 제4땅굴 앞에서 개최된 첫 DMZ 야외토론회를 시발점으로 하여 다양한 전공의 여러 연구자들이 함께 DMZ에 대해 학제적이고 다학문적으로 토의하였고, 그러한 논의들이 후속 연구에 도움이 되도록 여러 종의 도서로 출판되었다. 이 시기를 DMZ 관련 논의의 제2세대로 칭할 수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정부 및 국책연구기관 등 여러 단체들이 DMZ 관련 사업에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면서, 한 해 출간된 DMZ 관련 발간물의 수가 40년 동안에 발간된 수보다 더 많았다. 보고서 권수 대신 개별 작성된 논문 편수로 계산하자면, 어떤 해에는 평균 2~3일에 1편씩 발간될 정도로 많은 양이 생산되었다. 이 시기에는 DMZ 관련 많은 단체들도 설립되었다. 단체명에 DMZ라는 용어가 들어간 단체 수가 현재 수십 개에 이르고 있다. DMZ 관련 단체 수와 DMZ 전문가로 자처하는 연구자 수로만 따지자면 이미 ‘DMZ학’이라는 독자적 학문 영역이 형성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양으로만 판단하자면 이 시기는 DMZ 관련 논의의 제3세대이자 전성시대로 볼 수 있다. 제3세대 DMZ 관련 논의는 실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형태로 가공이 많이 되었다는 점에서 정책적 기여도가 인정될 수 있다. 정책보고서의 양이 많을수록 정책적이고 실용적인 활용도는 높기 때문이다.

DMZ정책, 구상수준 머물러 … 관련연구, 질적성장이 과제

이에 비해 학술적 기여도는 긍정적으로 평가되지 못하고 있다. 학술적 가치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생산된 연구물의 양 대신에 이전의 연구와 차별화되느냐는 것이다. 수십 년 동안의 발간물 내용은 10년 전이나 오늘날이나 그 차이가 크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DMZ 전문가로 칭하면서 등장했지만 선행연구와 별 차이가 없는 동일한 내용을 재생산하기도 하였다. 물론 그만큼 DMZ 자체가 별로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매번 거의 동일한 주장을 반복하고 또 반복하여 왔을 수도 있다.

2013년 7월 27일은 DMZ가 설정된지 만 60년이 되는 날이다. 환갑이라는 긴 세월 동안 DMZ가 여전히 존속되고 있다는 사실은 전쟁 재발을 성공적으로 방지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 반대로 적대적 긴장 관계가 완화되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 모두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DMZ 설정 60년을 맞이하여 국내 여러 기관에서 DMZ 관련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다발적 행사 및 사업에 대해 일찍이 DMZ 관련 연구를 수행하였던 학자들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제4세대 DMZ 논의로 불릴 진정한 연구와 정책들이 제시되고 추진되어야 할 시점이다.

김재한 / 한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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