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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동네 리얼 스토리 | 없어도 너~무 없으니… 2013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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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동네 리얼 스토리 24 | 없어도 너~무 없으니…

어디선가 고기를 삶는 구수한 냄새가 풍겼다. 새벽 3시쯤 공 씨는 못 견디게 창자를 긁는 그 냄새에 잠을 깼다. 분명 옆집에서 나는 냄새였다. 한참을 멈칫거리다가 밖을 나선 공 씨는 살금살금 옆집 부엌문에 다가섰다. 문틈으로 구수한 냄새가 새어나오는데 두터운 커튼을 친 것인지 아님 아예 전등을 꺼 버린 것인지 어디인지 알 수 없이 캄캄하다. 분명 고기를 삶는데, 그렇다고 불도 켜지 않은 집 문을 새벽시간에 노크할 수도 없고, 포기하자니 창자가 뒤집혔다.

언젠가 돼지고기가 생겼을 때 옆집 주인을 불러 한 잔 한 적도 있는데, 그게 한 달 전이었을 것이다. 요샌 장사가 안 돼 온 식구가 시래기죽으로 끼니를 때운다. 멀거니 서서 긴 한숨을 쉬고 나서 공 씨는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 집으로 들어왔다. 잠을 깬 마누라가 멀뚱멀뚱 쳐다본다. 마누라도 고기 냄새를 맡은 모양. 코로 숨을 길게 들이쉰다.

“남 다 자는 새벽에 고기를 삶아?”

“아니, 당신 고기 잡쉈소?” “아니야.” 힘없이 고개를 가로 저으며 공 씨는 사연을 말했다. “세상 인심이 싸악 변했군. 남 다 자는 새벽에 고기를 삶아 먹어?” 마누라도 한숨을 내쉬며 꿀꺽 침을 삼킨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쏘아보듯 한참이나. ‘그래 절대 그냥은 못 넘어 간다’ 갑자기 마누라는 작정을 한 듯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어딜 쏘다니다가 새벽에 들어 와! 뭘 버는 것도 없이. 그러고 보면 너, 돈 벌어 계집질 하는 거 아니야?”, “뭐라? 아니 이 여편네가? 그럴 돈 있으면 고기 사먹겠다. 근데 이게 어디서 반말질이야? 돼 먹지 않게.” 이놈저놈 하는 상 욕지거리가 점점 거세졌다. 급기야 휘두르는 주먹을 피해 문을 차고 뛰쳐나온 마누라가 옆집 문을 탕탕탕 두드리며 애원했다.

“홍선이 아부지, 날 좀 살려 줍서. 저 나그네 날 잡숫꾸마.” 급기야 문이 열리고 홍선의 아버지가 아닌 홍선의 엄마가 눈을 크게 뜨고 내다본다. 마누라는 때는 이 때라고 날름 부엌으로 새어 들고, 공 씨도 안에서 잡아당기는 문을 와락 잡아 제치고 기세 좋게 들어섰다.

분명 잠자지 않은 것 같은 차림새로 홍선의 아버지가 윗방에서 부엌으로 나온다. “아닌 밤중에 웬 부부싸움을, 쯔쯔.” 그 소리가 공 씨에게 들릴 리 없다. 들어서자 날쌔게 부뚜막에 걸린 솥부터 살폈다. 응당 김이 폴폴 나야 맞는 솥이 싸늘하다. 분명 냄새는 나는데, 솥이 끓지 않으니 뭐라 할 말도 없다. 주인이 물었다.

“어인 일이요?” 공 씨는 얼떨결에 대답한다는 것이 “아, 아니 그냥 고기 생각이 나서. 구수한 냄새가 이 집에도 찼네.” “에이, 뒷집이나 앞집에서 삶는 거겠지. 실은 나도 그 냄새에 잠을 못자고 있었어.” 홍선이 아버지가 넉살좋게 받아친다.

머리를 기웃하며 공 씨 부부가 물러가자 홍선의 아버지가 씩 웃으며 마누라에게 말했다. “거봐, 아무리 새벽이라도 윗방에서 고기 삶길 잘했지?” 홍선의 엄마가 남편의 엉덩이를 두드린다. “당신은 확실히 선견지명이 있어.”

없는 집에서 흰밥 먹으면 불법장사 의심

요즘 북한에서 단편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인정세태다. 좋은 음식이 생기면 서로 나누던 일은 옛 시절 이야기로 사라졌다. 새벽 같은 은밀한 시간에 조리하고 먹어야 오롯이 식구만 먹을 수 있다. 부족하고 또 부족한 소비생활이 이런 세태를 몰고 왔다. 고기 삶는 눈치가 보이면 염치 불구하고 죽치고 앉아 한 점 얻어 먹어야 일어나는 고무줄 같은 이들이 너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없던 집에서 흰밥이나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법적 조사까지 받게 된다. 수입과 지출이 맞지 않으면 불법장사자로 일단은 의심받는 것이 현 실태라 조심스럽게 행동해야만 한다. 그저 있어도 없는 흉내를 내는 것이 영리한 삶의 태도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했지만 없어도 너무 없으니 일단 제식구 먼저 챙길 수밖에. 좋은 것 있으면 나눠먹던 훈훈한 이웃 간 인정 넘치는 날이 과연 언제일지, 남한에 입국한 많은 탈북자들이 좋은 음식 앞에서 선뜻 수저를 들지 못하고 잠시 생각에 빠져 때론 눈물이 핑 도는 이유를 독자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

이지명 / 계간 〈북녘마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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