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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대통령이 되고 싶었던 청년, 하루아침에 사라지다 2013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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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2 | 대통령이 되고 싶었던 청년, 하루아침에 사라지다

1990년대 후반 어느 날, 관료직 간부강연회가 있었다. 간부강연회는 시당 간부부 배치에 해당하는 직위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강연회이다. 좀 더 이해를 더하기 위해 여기 인사에 해당되는 것은 중앙당 비서국 비준대상, 중앙당 간부과 대상, 도당 간부부 대상, 시당 간부부 대상으로 일정 이상의 간부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북한에서는 인민위원회 노동과에서 간부인사를 제외한 노동자의 배치를 맡아 인위적으로 노동력을 배분한다.

그날 관료직 간부강연회를 다녀오신 어머니는 저녁을 드시면서 매우 심각한 표정으로 이런 내용의 얘기를 하셨다. 청진시 포항구역에 소재한 한 고등중학교 졸업생이었던 최군은 4년 전 강원도의 2군에 입대하였다. 학생은 워낙 똑똑하였고, 이곳의 학생회장격인 사로청위원장1)을 맡았으며 리더십, 학업, 생활 등 다방면에서 뛰어난 학생이었다고 한다. 최군은 입대하여서도 성실한 군생활로 4년째 되던 해에는 동기들보다 먼저 승격되어 이미 하사가 되어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생일을 맞이한 최군은 함께 입대한 동기들과 술자리를 하게 되었다. 어렵고 힘든 군생활 가운데 서로가 의지하며 생활하고 있던 터라, 그 날의 술자리에서 4년차 군인들은 매우 안일해져 있었다.

“내가 대통령이 될테니, 그 날을 위하여”

초저녁부터 시작된 술자리는 밤늦게까지 계속되었고 함께 마시던 동료들이 하나 둘 곯아떨어졌다. 십여명 넘게 모여 시작된 술자리는 계속되어 결국 몇 명 남지 않게 되었고, 최군 역시 거나하게 취해있었다. 술잔을 들고 다 같이 건배제의를 할 때 최군은 “내가 대통령이 될 테니 그 날을 위하여”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고 다음날 아침 그는 병영으로 복귀하였다.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군용차량 몇 대가 중대병영에 들이닥쳤다. 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군 헌병에 해당하는 ‘보위사령부’ 소속의 군인들이었다.
그들은 다짜고짜 중대병실에서 신병학습을 하고 있던 최군에게 다가가더니 어깨에 있던 견장을 와락 떼어냈다. 그러고는 어안이 벙벙해 서있는 최군을 마구 끌고 군용차량에 태웠다. 아무 영문도 모른 채 이를 지켜보고 있던 다른 병사들에게는 그저 ‘하던 것을 계속 해라’라는 지시만이 하달되었을 뿐이다. 그렇게 끌려간 최군은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돌아오지 못했다. 아니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끌려 갔을지도 모른다.

최군과 관련된 인물들 줄줄이 해임

일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최군이 끌려간 지 1개월 남짓이 흐르자 청진시 포항구역에 위치한 그의 집으로 보위부 차량이 들어왔고, 그의 부모와 여동생까지 죄다 잡혀갔다. 이어 최군이 다니던 유치원, 인민학교, 고등중학교까지 그 여파가 계속되었다. 최군을 담임했던 교사들은 물론, 소년단지도원2)과 사로청지도원, 부교장, 교장에 이르기까지 모두 철직(해임)되어 물러났다.

이러한 연쇄적인 경질의 원인은 최군이 술자리에서 발언한 ‘내가 대통령이 될 테니’였다. 이에 대해 직접 보고 받은 김정일은 대노하여 “최군을 엄중히 처벌할 뿐만 아니라 그와 연관된 모든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으라.”라고 지시를 내려 수십명의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되었던 것이다.

어머니는 말씀을 마치면서 “교원도 못하겠다. 배출한 학생이 그렇게 많은데 그 중 이런 학생이 나오지 말라는 보장이 어디 있냐?”라고 한숨을 지으셨다. 당시 고등중학교 현직 교원으로 있던 내게도 매우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20대 청년의 말 한마디에 그렇게 경악하는 김정일의 두려움은 무엇이었을까?

시간이 흘러 내가 담임한 학생들이 군에 가게 되었다. 최군의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지만, ‘대내에 한함’이라고 되어있는 자료를 발설할 수 없어 “제발 말조심해라. 쓸데없는 말을 해서 귀한 목숨 버리지 마라.”라는 훈시만 했다. 그렇게 학교를 졸업하고 군에 입대하던 학생들을 환송하는 날이면 선생님도 부모와 함께 목 놓아 울곤 했다. 그들도 이제는 10여년의 지겨운 군생활을 마치고 고향 혹은 각자를 필요로 하는 곳에 자리를 잡았으리라. 오늘따라 그들이 그립다.

채경희 / 삼흥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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