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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 ‘시아파 vs 수니파’ 극렬한 대립, 이라크의 봄은 아직 멀었다 2013년 2월호

집중분석 | ‘시아파 vs 수니파’ 극렬한 대립, 이라크의 봄은 아직 멀었다

이라크 서부 안바르주의 주도 라마다에서 지난해 12월 30일(현지시간) 수니파 시민들이 시아파 주도의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이날 시위현장을 방문한 수니파 부총리 살레 알 무트라크와 경호원들까지 쫓아냈으며 이 과정에서 경호원들이 시위대를 향해 경고사격을 하다 시위참가자 5명이 부상했다. 이라크에서는 지난 2011년 12월 미군 철수 이후 시아파와 수니파 간의 대립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더욱 격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이라크 서부 안바르주의 주도 라마다에서 지난해 12월 30일(현지시간) 수니파 시민들이 시아파 주도의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이날 시위현장을 방문한 수니파 부총리 살레 알 무트라크와 경호원들까지 쫓아냈으며 이 과정에서 경호원들이 시위대를 향해 경고사격을 하다 시위참가자 5명이 부상했다. 이라크에서는 지난 2011년 12월 미군 철수 이후 시아파와 수니파 간의 대립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더욱 격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2013년 초 이라크는 혹독한 혼돈의 겨울을 보내고 있다. 연초부터 연쇄 폭탄테러가 이어져 1월 17일까지만 100명 가까이 목숨을 잃었다. 1월 17일에는 바그다드 인근 두자일 지역에서 시아파 순례객을 노린 연쇄폭탄 공격이 발생해 24명이 숨졌다. 전날인 16일에도 이라크 전역에서 발생한 폭탄테러와 총격으로 31명이 사망했다. 1월 15일에는 서부 안바르주(州) 팔루자시에서 자살 폭탄 공격이 발생해 수니파 의원이 희생됐다. 근로자로 위장해 자살용 폭탄 조끼를 착용한 테러범은 건설 현장을 방문한 이판 사둔 알-이사위 의원을 껴안고 폭탄을 터뜨렸다. 1월 4일에도 순례자를 노린 폭탄테러가 바그다드 남쪽 무사이브에서 발생해 20명이 참변을 당했다. 지난 2012년 한 해 동안 이라크에서는 테러로 인해 4,471명 이상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고 인권단체 ‘이라크 보디 카운트(IBC)’가 1월 1일 발표했다. 3년만에 민간인 희생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라고 IBC는 분석했다.

총리 둘러싼 종파 간 연쇄 테러 … 연초 100명 사망

무장 과격세력의 테러도 심각하지만 이라크 정국을 뒤흔들어 놓고 있는 것은 인구 25%를 차지하는 수니파의 반정부 시위다. 2012년 12월 23일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다. 수니파 시위대는 바그다드에서 서쪽으로 115㎞ 떨어진 안바르주의 주도 라마디에서 시리아와 요르단으로 이어진 고속도로를 막고 시위를 시작했다. 사법 당국이 수니파 라피아 알-이사위 재무장관의 경호원 10명을 테러 혐의로 체포하자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시아파인 누리 알-말리키 총리에 항의하는 수니파 주민들의 시위는 다른 수니파 밀집 지역인 팔루자와 북부 모술, 티크리트 등에서도 이어져 왔다. 시위대는 반테러리즘과 관련한 법 개정과 과거 집권당인 바스(Baath)당 간부의 공직 진출 금지, 수니파 재소자 석방 등을 요구해 왔다. 이라크 정부는 유화조치로 14일 335명의 수니파 수감자를 석방했지만 시위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담 후세인 정권 당시 집권세력에서 소수 종파로 몰락한 수니파 국민들은 정부가 자신들을 차별 대우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시아파인 말리키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아파들도 친정부 집회를 열고 말리키 총리를 지지하고 있어 종파 간 대규모 충돌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니파의 반정부 시위가 중부와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장기화하면서 일각에서는 조기 총선의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말리키 총리는 군경에 강경 진압을 자제하라고 당부하면서도 분열을 조장하는 불법 시위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확실히 밝혔다. 그러나 과거 사담 후세인 정권의 2인자로 한때 사망설까지 돌았던 이자트 이브라힘 알-두리가 이례적으로 공개한 동영상에서 말리키 총리의 현 정부를 거세게 비판하며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고 나서는 등 반발은 확산하는 양상이다. 수니파가 주도하는 연합정당인 이라키야의 대표인 이야드 알라위 전 총리도 “이라크는 한 사람이 소유한 나라가 아니다.”며 말리키 총리의 퇴진을 촉구했다.

문제는 수니파에서 끝나지 않고 있다. 말리키 총리와 같은 종파인 시아파의 종교 지도자 무크타다 알-사드르는 최근 수니파 사원과 기독교 교회를 잇달아 방문해 이라크 국민의 통합을 강조하면서도 “국민들의 요구를 지지한다.”며 반정부 시위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사드르 진영은 2010년 총선에서 말리키 총리를 지지했으나 지난해부터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며 대립각을 세워 왔다. 말리키 총리의 압박으로 해외 도피 중인 타리크 알-하쉬미 부통령도 최근 성명에서 “권력 망상에 사로잡힌 말리키 총리가 정적 제거에만 열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이라크 분파 갈등의 조정자 역할을 해 온 탈라바니 대통령마저 해외에 머물고 있어 정치권이 대화로 사태를 해결할 가능성은 적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조기 총선을 통해 갈수록 악화하는 정국의 교착 상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적지 않은 야권 인사들은 사태가 더욱 위험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며 조기총선이 최선의 해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조기총선 실시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오는 4월 지방선거를 치르는 이라크의 차기 총선은 내년으로 예정돼 있다. 헌법에 따르면 총리는 대통령에게 의회 해산과 함께 60일 이내에 조기총선 실시를 요구할 수 있다. 총리의 요구를 받은 대통령이 이를 발의하면 의회 전체 325명 재적 의원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의결된다. 그러나 조기총선을 치른다고 해서 각 정파가 지금보다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한다고 보장할 수 없어 실익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조기총선 요구는 ‘말리키 총리 압박용’ 카드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균형추’ 미군 철수 후 불안 확대 양상

이라크에서는 2011년 12월 미군 철수 이후 정치권의 갈등이 시아파와 수니파의 대립, 각종 테러와 맞물리면서 정정과 치안 불안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미군이라는 ‘균형추’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라크 내 잠재된 정파와 종파, 부족 사이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중앙정부와 쿠르드 자치정부 역시 쿠르드족 자치지역의 원유 통제권을 누가 쥐느냐를 놓고 대립을 거듭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2007년 정점을 이룬 이래 감소 추세를 보인 각종 테러는 이라크 전역에서 연일 발생하고 있다. 치안이 다시 불안해지면서 예정된 재건사업도 늦어지고 있다. 이는 생활고를 겪고 있는 서민들의 반정부 시위와 테러를 야기하여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라크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와 비효율성 등도 장애 요인으로 지적된다. 아랍의 봄으로 중동이 민주화로 나아가는 시점에서 이라크에서는 차디찬 혼란과 갈등의 겨울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서정민 / 한국외대 중동아프리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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