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를 가다 | 북서항로, 국제해협인가 내수인가 2013년 2월호
통일한국 新성장엔진, 시베리아를 가다 14 | 북서항로, 국제해협인가 내수인가
캐나다는 러시아 다음의 가장 큰 북극권 국가다. 지도를 보면 명확해진다. 북극해의 엄청난 영역에 경계를 가지고, 캐나다 육지 면적의 약 40%가 북극권에 위치해 있다. 북극점을 중심으로 러시아 시베리아와 마주보며 북극해를 접하는 캐나다 북부에 얼마나 많은 섬들이 펼쳐져 있는지 확인해 보라. 이곳은 일명 ‘캐나다 북극 아치펠라고’라 불린다. 면적 약 130만㎢, 큰 섬들로 엘즈미어섬, 배핀섬, 빅토리아섬 등을 포함하며 행정상으로는 캐나다 노스웨스트주(州)에 속한다.
기후변화는 북극에 극적인 영향을 미쳤고, 새로운 가능성도 열었다.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계속 상승함에 따라 빙하와 해빙이 빠르게 녹았다. 2007년 9월 마침내 북극의 바다가 여러 주 동안 얼음이 완전히 없는 상태의 바다가 되었다. 번거로운 쇄빙선의 에스코트가 필요 없는 연중 항해가 가능한 새로운 바닷길, 북서항로(NWP)의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캐나다 본토 북쪽에 있는 북극 아치펠라고의 섬들을 관통하여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가는 해상 루트인 이 북서항로는 그 동안 얼음으로 항상 봉쇄되어 있었고, 항해가 거의 불가능했다. 그런데 이제는 얼음이 충분히 녹아 명색이 바닷길로 제 역할을 다하게 된 것이다. 이미 알려진 바처럼 북서항로는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최단거리다. 영국 런던에서 일본 도쿄까지 화물을 운송할 경우 파나마 운하를 거치는 것보다 무려 7천㎞를 단축할 수 있다.
캐나다 “자국령 섬 사이 바다 … 완전한 주권 적용돼”
북극 아치펠라고의 섬들에 대한 캐나다의 주권은 여지껏 위협받은 적이 없다. 그러나 북극해의 얼음이 계속 녹고, 북서항로를 통과하고자 하는 외국 선박의 기대가 커짐에 따라 캐나다 섬들 사이의 바다, 북서항로의 지위에 대해 미국과 캐나다 간의 갈등이 촉발되었다.
영국과 몇몇 유럽 국가들을 포함하여 미국은 이 북서항로가 지나는 바다에 대해 모든 국가가 이용가능한 ‘국제해협’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캐나다는 자국령 섬 사이의 바다인 ‘내수(internal waters)’의 개념으로 법적 지위를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캐나다는 북서항로가 포함된 바다에 대해 완전한 주권을 향유하고, 모든 외국의 선박들은 캐나다의 허락을 받아야만 해협으로 들어갈 수 있음을 주장하며, 국제규정 및 표준보다 더 엄격한 환경보호 규칙을 포함한 캐나다의 법률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캐나다는 이누이트족이 수천년 동안 이 섬과 바다를 이용해 왔다는 역사적 근거, 내수를 포함하기 위해 직선기선을 이용하는 규칙, 해협을 통해 지금까지 항해한 선박이 거의 없다는 사실 등을 들어 이 바닷길이 캐나다 내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40년 동안 캐나다의 허가 없이 북서항로를 횡단한 사례는 단 두 번뿐이다. 1969년 캐나다의 쇄빙선에 의해 인도되고 캐나다 장교가 승선했던 미국 소유의 유조선 ‘맨해턴호’와 1985년 캐나다 해안경비대원들이 승선한 미국 해안경비대의 쇄빙선 ‘폴라시호’가 그것이다. 폴라시호는 비록 캐나다 해안경비대원의 검문은 받았지만, 항해허락을 요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캐나다는 이를 외교 문제로 삼았다. 1985년의 사건 이후, 캐나다는 북극권 섬 주변으로 직선기선을 긋고 이 기선의 육지쪽(안쪽) 바다는 캐나다의 내수라 선언한 바 있다.
미국 “국제해협 … 모든 국가 이용 가능해”
해양에 관한 헌법적 성격을 가진 국제법인 1982년 UN해양법협약(LOSC)은 해양의 분할, 해양 자원의 주권적 권리, 해양 환경의 보호, 북극해의 해상이나 수중에서의 활동을 관리할 국제법 레짐을 수립했다. 따라서 모든 해양 관련 쟁점들은 LOSC의 규정에 통제를 받게 된다. 자원을 포함하여 모든 영토적 권리는 국가의 관할권이 되지만 바다쪽으로 연장된 해양 지역의 경계는 LOSC에서 결정된다. 캐나다의 기선은 섬들로 기복이 심한 연안국가에 해안선 주변에 직선기선을 긋고, 그 내부의 바다를 내수로 규정짓도록 허락한 LOSC 제7조와 8조의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북서항로와 북방항로 모두 LOSC에 의해 통과가 규정된 국제해협이라 주장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국제적 항해를 위해 이용되는 해협에서의 통과”라고 명명된 이들 규정은 모든 국가들의 선박에 지체 없는 항해와 영공 통과의 자유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안 국가는 영해 통과보다 국제해협의 통과에 대해 훨씬 더 제한된 통제권만 행사할 수 있으며 특히 국제해협에서의 환경보호를 위해 연안 국가는 “원유와 원유찌꺼기 및 기타 독성물질의 유출과 관련된 국제적 규정의 효력이 있는” 규정만을 채택하고 적용할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북극점 해저에 국기를 심는 것이나 군사적 힘에 의해서도 북극권의 광물자원이나 수산자원에 대한 국가의 주권적 권리를 결정하지 못했지만 실효적 지배를 염두로 한 국가 차원의 전략적 행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북서항로 역시 마찬가지다. 2007년 북극 심해저에 러시아 국기가 심어진 이후 캐나다는 자신의 북극 주권을 군사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며 미국 또한 세계의 초강대국으로서 자국의 전략적 자산이 되는 바닷길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아직은 물류 부문에서 캐나다 북단 북극해 군도의 바닷길이 기대만큼 활발하게 이용되지 못하고 있지만 많은 배들이 이 바닷길을 지나게 되는 날, 미국과 캐나다 간의 ‘국제해협이냐 내수냐’의 논쟁은 더욱 뜨거운 논쟁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배규성 / 배재대 한국-시베리아센터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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