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 인간의 존엄 위한 ‘자유의지’ 노래 2013년 2월호
영화리뷰 | <클라우드 아틀라스>
인간의 존엄 위한 ‘자유의지’ 노래
원래 개봉 중인 영화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지만 특별한 경우도 있다. 일명 ‘스포일러’가 필요한 영화도 있다. 왜냐하면 사전지식 없이 넋놓고 봤다간 하이킥에 맞은 것처럼 멍한 상태에서 극장문을 나서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우리네 보통 관객은 그저 명료한 것을 좋아한다.
최근 개봉한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그래서 흥행에 실패했다. 한마디로 너무 어렵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오컬트영화랄까. 흡사 독립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감독인 워쇼스키(Wachowski) 남매의 개인적 세계관 구현에 너무 공을 들였다. 영화의 제목인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절대음감을 가진 주인공의 ‘자유의지’를 표현한 곡의 제목이다.
꼬리 무는 퍼즐조각 같은 이야기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6개의 이야기 틀로 구성되어 있다. 이 영화가 복잡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6개 이야기가 마구 장면을 넘나들면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여섯 개의 이야기는 각기 다른 시대 다른 장소에서 윤회하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과거-현재-미래의 형태로 전개된다.
다섯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손미-451(배두나 분)이 전체 이야기의 중심인물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각 이야기는 독립된 형태이기 때문에 관객은 ‘윤회’란 틀에서 볼 것을 강요당하는 형태다. 등장하는 주인공은 신체부위에 일정한 흉터를 갖고 있다.
6개 이야기의 주인공은 다른 시공간에 살고 있지만 동일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바로 ‘자유의지’다. 각 시대의 주인공은 그 시대에 존재하는 ‘자연적 서열’에 반발한다. 이들은 기존사회구성의 에토스(Ethos)를 넘어선 각성한 개인이다. 그래서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엄청난 고생 속에 각각의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다른 시대 다른 인물로 태어나 또 다시 ‘자연적 서열’과의 전쟁을 치른다. 마지막 미래의 주인공만 외딴 별에서 지구를 보는 해피엔딩이다.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필자가 머리를 쥐어짜며 본 덕에 할 이야기가 깨알처럼 많다. 특히 이 영화에는 우리나라 배우인 배두나가 주연으로 출연해서 화제가 됐었다. 이 영화에서는 미래도시로 우리나라 수도인 서울이 등장한다. 워쇼스키 남매의 한국사랑이 묻어나는 부분인데, 서울이 쏘울(영혼, Soul)과 유사한 음이라서 차용한 듯하다. 미래사회의 모습에선 제법 한글이 많이 나온다. 그동안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가운데 가장 많은 한글이 등장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비누’, ‘배송택배전문배달’, ‘약국’, ‘단속반’ 등.
이 영화는 <매트릭스>, <인셉션>, <더 원> 등의 영화와 유사하게 동양철학적 관점과 현대물리학, 성경의 메타포가 활용되고 있다는 점도 특색이다. 5번째 이야기에서 손미-451의 처형장면은 예수가 십자가에 선 모습과 유사하다. 스스로 죽음을 통해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선각자의 분위기를 풍겼다. 주인공인 손미에게서 전작 <메트릭스> 주인공 니오가 겹쳐 보였다.
이 영화에는 많은 스타들이 참여했는데 독특하게도 이들은 분장술을 통해 여러 역할을 선보인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감독인 워쇼스키 남매는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로 우리에게 친숙한데 거기서 스미스 요원으로 나와 강한 인상을 남긴 휴고 위빙(Hugo Weaving)이 또 다시 악역으로 나왔다. 그리고 벤 위쇼(Ben Whishaw)라는 배우도 눈에 익다. 매니아들은 알고 있는 영화 <향수>(perfume, 2006)에서 절대 후각을 가진 천재로 나와 감각적인 모습을 보여준 배우다. 여기서는 절대 음감을 가진 천재로 나와 또 다시 감각 연기를 선보였다.
한글 가장 많이 등장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감독과 배우를 위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이 실험적이다. 감독은 자신의 철학과 세계관을 러닝타임 3시간이라는 긴 공간에 채색했다. 배우 역시 한 영화에서 다양한 시대와 배역을 ‘분장술’을 통해 체현함으로써 아슬아슬한 연기의 맛을 느꼈을 법하다. 다만, 그 와중에 우리 관객들만 ‘왕따’ 당한 격이다.
영화 <메트릭스>도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와 마찬가지로 워쇼스키 남매가 전달하는 메시지로 가득찬 영화였다. 쉬운 영화는 아니었다. 감히 필자가 판단하자면 영화 <메트릭스>에 열광했던 대부분의 관객들은 워쇼스키 남매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보다는 화면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스펙타클에 열광했다. 영화의 소비계층은 다양하다. 때문에 한 영화에서 얼마나 다양한 계층이 소화할 수 있는 제품을 보여주느냐가 흥행의 관건이다.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스펙타클’이 약했다.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쉬운 영화는 싫어요’를 외치는 관객이라면 한번 쯤 퍼즐 맞추기 삼매경에 빠져볼만한 영화다. 영화 곳곳에 있는 명대사나 여러 인물로 분장한 배우들의 연기도 볼만 하다.
서유석 /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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