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독자 기술 ‘한국형발사체’ 시대 눈앞에 2013년 3월호
기획 | 나로호 자력발사 성공 … 우주개발 본격화
독자 기술 ‘한국형발사체’ 시대 눈앞에
1월 30일, 나로우주센터 발사통제동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이어서인지 주위는 한산하고 적막감마저 돌았다. 기자단들이 모여 있는 우주과학관 앞을 지날 때도 고요함이 가득하였다. 나로우주센터 정문을 지나고 있을 쯤 언덕 위에서 기상 관측을 위한 작은 풍선이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왠지 나로호도 저 풍선처럼 조용히 우주를 향해 날아오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후 3시 45분, 자동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그리고 15분 후 나로호는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너무도 가볍게 땅을 박차고 하늘로, 우주로 솟아올랐다. 지축을 흔드는 진동과 하나가 되어,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나로호의 비상을 지켜보았다.
2002년부터 추진 … 2단은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
나로호는 그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고 우주로 사라졌지만, 우리는 나로호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추진력을 확보하였다. 나로호 개발 사업은 100kg급 인공위성을 지구저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발사체 개발을 통해 우주발사체 독자개발을 위한 기술과 경험을 확보하는 것으로 2002년 8월부터 추진되었다. 주요 연구 내용으로는 위성 발사체 시스템 설계 및 제작·시험, 위성의 궤도 투입 기술 및 발사 운용 기술 확보, 발사체 발사 관련 설비 및 장비 개발 등을 들 수 있다.
발사체 개발은 국가의 역량을 집약한 첨단 대형·복합 시스템 사업이며 기본기술이 전략기술로 분류되어 선진 개발국이 기술 이전을 기피하는 민감한 사안이다. 이러한 발사체 개발에 뒤늦게 뛰어든 우리나라는 국제협력을 통해 선진 기술과 경험의 습득이 필요하다는 분석 아래 러시아와 기술 협력을 추진하였다. 발사체 기술 선진국(미국, 러시아, 프랑스, 일본, 중국, 인도 등)과 기술협력 의사를 타진한 결과, 러시아만이 국제협력에 대하여 긍정적인 의사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나로호는 1단 액체 엔진과 2단 고체모터로 구성된 2단형 발사체로, 1단은 러시아가 개발했고 2단은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하였다. 1단 액체 엔진의 추력은 170t급으로 연료는 등유(케로신)이며 산화제로는 액체산소를 사용한다. 2단 고체모터는 연료와 산화제가 혼합된 고체형태의 추진제를 사용하며 7t급의 추력을 낸다. 나로호의 총 무게는 140t이며 이중에서 추진제가 차지하는 무게가 130t으로 실제적인 나로호의 무게는 10t에 불과하다. 이러한 나로호 개발을 통해 우리는 발사체 시스템 기술, 발사체 상단 기술, 발사장 지상시스템 기술 등을 확보할 수 있었으며, 발사체 1단 국산화 선행연구를 병행하여 독자 발사체 개발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였다.
특히 나로호 발사 성공을 통해 획득한 발사운영 능력은 발사체, 발사대, 위성 및 발사체 추적·관제 등의 전문 인력이 대규모로 참여하여 복잡한 절차에 따라 체계적으로 수행해야하는 어려운 과정이다. 이러한 발사운영 경험이 없으면 발사체를 성공적으로 개발하기 힘들다. 3차례의 발사 운영을 통해 발사체 이송·총조립·점검 기술, 지상지원설비 운용 기술, 발사체-발사대 인터페이스·관제 기술, 추진제 충전·배출 기술, 발사체 임무운용 기술, 비행 안전 분석·운용 기술, 발사 결과 분석 기술 등 발사체 개발의 핵심적인 시스템 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한국형발사체’의 초석 … 세계의 선두를 향하여
또한 나로호의 2차례 발사 실패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도 성공 시에는 수행하기 어려운 원격 측정데이터 분석, 지상에서의 재현 시험 등의 실패원인 분석기술을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시스템 기술은 단순히 설계도면 또는 제품 인도만으로 확보하기 어렵다. 우리는 발사체의 설계·제작·시험·조립·발사운영 등 개발 전 과정을 러시아 전문가들과 공동으로 수행함으로써 우주기술자립에 필요한 기술과 경험을 최소의 시행착오만으로 체득할 수 있었다.
더불어 독자 기술로 개발한 2단과 페어링1)으로 구성된 나로호 상단을 통해 구조체, 자동유도항법, 제어 등 핵심 요소기술과 위성을 궤도에 투입시키는 기술을 확보하였다. 발사장 지상시스템은 러시아 설계를 바탕으로 국내 여건에 맞게 설계도면을 국산화하고, 국내기술로 제작·설치하였다. 발사대는 지상기계설비, 추진제공급설비, 발사관제설비 등으로 구분되며, 총 273개 서브시스템으로 구성된다.
발사 및 비행 상황을 통제하는 발사 통제시스템은 국내 IT 기술을 바탕으로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하였으며, 세 차례 나로호의 실제 발사를 통해 발사장의 운용 경험을 확보하였다. 그리고 나로호 개발과 병행하여 추진된 발사체 1단의 국산화 개발 연구를 통해 발사체 독자 개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였다. 1단 대형 산화제 탱크 및 연료탱크를 설계·제작하여 1단 추진제 탱크 개발기술을 확보하였고, 추력 30t급 액체 로켓 엔진 선행연구를 수행하여 액체엔진 핵심 요소기술을 확보하였으며, 이 기술을 토대로 한국형발사체 개발을 위한 추력 75t급 액체엔진 개발에 착수하였다.
한국형발사체 개발 … 창의적 우주 활용
나로호 개발을 통해 획득한 기술들은 우리나라 독자 우주발사체인 ‘한국형발사체’ 개발에 모두 녹아 들어갈 것이다. 한국형발사체개발 사업은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저궤도(600~800km)에 투입할 수 있는 발사체를 개발하는 것으로 2010년부터 추진되고 있다. 한국형발사체개발 사업은 2021년2) 까지 ①발사체 설계, 제작, 시험 및 시험설비 개발·구축, ②75t급 액체엔진 개발 후 시험발사를 통한 성능 검증, ③발사체 조립, 지상인증 후 발사 2회 수행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형발사체는 1단에 75t급 액체 엔진 4기를 클러스터링3)하여 300t의 추력을 내며, 2단에는 75t급 액체엔진 1기, 3단에는 7t급 액체 엔진 1기를 사용하도록 설계되었다. 한국형발사체 개발이 완료되면 우리는 자유롭게 우주로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한국형발사체의 성능을 향상시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우주발사체들을 계속해서 개발해 나갈 것이다. 이를 통해 미래 사회의 창조적 우주활동을 위한 모든 준비를 갖추게 될 것이다. 1년에 몇 기씩의 위성을 쏘아 올리고, 달·화성 탐사선을 우주로 보내며, 우주호텔·우주공장을 위한 구조물을 실어 나르는 우리의 발사체의 기반을 닦을 수 있는 것이다.
나로호 발사 성공을 통해 얻은 것은 비단 발사체 기술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연구자들은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큰 자신감을 가지게 됐으며, 이는 한국형발사체 개발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는 좋은 영양분으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국민들의 관심과 성원은 아낌없는 지지로 이어져 지속가능한 우주개발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이러한 기반 아래 우리는 우주 분야를 IT, 자동차, 조선 등과 같이 세계의 선두에 설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현재 우리는 위성 개발 능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발사체 기술 또한 확보할 것이다. 우주 영역을 활용하기 위한 두 개의 시스템 기술을 가진다면, 그 다음은 보다 다양하게 우주를 활용할 수 있는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우주를 보다 다채롭고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에너지·환경·자원 등과 같은 인류가 가진 문제들에 대처할 수 있다.
우주 태양광 발전을 통해 무공해 청정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고, 지구에서 생성된 핵폐기물과 같은 유해물질을 우주의 먼 행성에 보내어 저장하거나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아직까지 알지 못하는 새로운 광물 자원을 우주에서 채취하여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미래의 우주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우리 곁에 자리 잡을 것이다. 미래 우주시대에 대한민국은 분명히 선두에 서 있을 것이며, 그 땐 우주한국의 전기를 마련해준 나로호 발사 성공을 떠올리며 그 작은 떨림을 기억해 볼 것이다.
임종빈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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