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3년 3월 1일

만나고 싶었어요 | “아시아 패러독스 극복, 신뢰기반한 새 동북아 실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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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어요 | 신봉길 한중일협력사무국 사무총장
 
“아시아 패러독스 극복, 신뢰기반한 새 동북아 실현해야”
 
 
ITV_201303_29Q. 5월이면 한중일협력사무국 초대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지 2년이 됩니다. 그간의 소감은?

A. 2011년 5월 3국 외교장관들이 공동으로 서명한 임명장을 받았어요. 사무실을 얻기 위해 예산부처에 돈을 얻으러 다니는 일부터 시작했죠. 명색이 한중일 세 나라 정상들이 합의하여 설립하기로 한 국제기구고 한국이 어렵게 유치한 국제기구였지만 새로운 기구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고 관계부서의 지원도 미미했어요. 사무실 인테리어부터 가구를 사러 다니는 일까지 그야말로 바닥에서부터 뛰어야 했죠. 외교부에서 파견된 직원 한 명과 몇 달간 밤낮으로 뛰어 그해 9월 1일 사무국 문을 열었어요. 일본과 중국에서 외교관들이 파견되어 오고 세 나라에서 공채로 일반직원들도 뽑았죠. 그렇게 두서없이 시작한 사무국이었지만 지난 1년 반여를 거치면서 이제는 어엿한 한중일 협력의 핵심기구, 협력의 허브로 자리 잡았어요. 감회가 크지 않을 수 없죠.

지난 2012년 10월 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중일협력사무국 출범 1주년 기념 ‘3국 협력 국제포럼’에서 신봉길 사무총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지난 2012년 10월 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중일협력사무국 출범 1주년 기념 ‘3국 협력 국제포럼’에서 신봉길 사무총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Q. 1978년 공직생활 시작 이후 현재 한중일협력사무국 사무총장으로 부임하기까지 어떤 활동을 해오셨는지?

A. 외무고시를 통해 1978년 외교부에 입부한 이래 직업외교관으로 국내와 해외를 드나들며 30여 년을 보냈어요. 중국, 일본 등 아시아국가 그리고 미국, 중동(주 요르단왕국 대사) 등지에서 근무했죠. 특히 중국에서는 베이징대학교에서 중국어 연수를 한 것을 포함, 참사관 총영사 경제공사 등으로 두 차례에 걸쳐 7년간 베이징에서 지냈어요. 일본에서도 주니어 외교관 시절 3년간 일했죠. 이런 경력들이 초대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배경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북한 업무와의 인연도 적지 않았어요. 외교부 본부에서 북한 업무를 담당하는 과장(특수정책과장)을 했고 2002년에는 통일부 산하 대북 경수로원전 지원기획단에 특보로 파견되어 일했어요.

 이때 북한을 여섯 차례나 방문했죠. 함경남도 신포지구에 짓고 있던 경수로 원전공사와 관련한 일이었죠. 평양뿐만 아니라 평안도, 함경도 등 이곳저곳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어요. 그때 북한 땅,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요. 한국이 어려웠을 때인 1960년대의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죠. 삶에 지쳐보이던 주민들의 모습은 여전히 가슴을 아프게 하는 장면이에요. 그 후 외교부 대변인으로서 북경에서 개최된 북핵문제와 관련한 제1, 2차 6자회담에 참석했어요. 북한 외교의 베테랑들인 김계관 제1부상, 김영일 국제부장 등의 모습이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있죠. 이어 주중대사관 공사로 베이징에 부임했어요. 북한문제는 일생을 따라다니는 저의 관심사에요. 북한에 대한 체계적 공부를 더하기 위해 북한대학원대학교에 등록, 주말과 야간에 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통일이 되어 북한 땅에서 일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Q. 한중일협력사무국, 어떻게 조직되었는지?

A. 2009년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3국 정상회의 시 이명박 대통령이 3국 협력의 효율적, 체계적 관리·발전을 위한 상설사무국 설립 필요성을 제안했어요. 그리고 이듬해인 2010년 5월 제주도에서 개최된 3국 정상회의 때 사무국 설립각서가 채택되고 상설사무국을 한국에 설치하는 내용의 합의가 이루어졌죠. 같은 해 12월 세 나라가 ‘3국협력사무국 설립협정(agreement)’에 서명하고 국회비준 절차를 마침으로써 국제기구로서 2011년 9월 1일 문을 열었습니다. 한국이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주도적으로 유치한 지역협력 기구라는 큰 의미가 있죠. 협력사무국은 인원이나 예산면에서 아직은 벤처규모의 국제기구에요. 그러나 한국과 중국, 일본이라는 세계적인 국가들이 멤버죠. 이미 미국과 EU, 그리고 동남아연합기구(ASEAN) 등이 한중일 3국 협력의 제도화에 첫발을 디딘 사무국의 출범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앞으로 10년 이내에 동북아지역 협력을 견인하는 ASEAN 사무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중요한 국제기구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생각해요.

Q. 한중일협력사무국이 진행하고 있는 사업?

A. 사무국의 가장 기본적 임무는 3국 정상회의와 외무장관회의 등 3국 간 중요회의(장관급 회의만 18개)를 지원하는 것이에요. 관례대로라면 올해 상반기 중 한국에서 차기 3국 정상회의가 개최될 것입니다.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중요한 첫 국제외교무대가 될 것입니다. 새로운 3국 협력프로젝트 발굴도 중요한 임무죠. 일본의 후쿠시마 사태 이후에는 재난관리 분야가 3국 간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어요. 현재 사무국 주도로 ‘한중일재난관리도상훈련(TTX)’을 준비하고 있어요. 올해 상반기 중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이죠. 한중일 3국 간 의원협의체 구성문제도 3국 의회와 협의해가며 추진할 예정이에요. 3국 협력 비전의 전파 및 홍보도 중요한 업무입니다.

 그 동안 두 차례 서울 신라호텔에서 ‘3국 협력 국제포럼’을 개최했어요. 한중일 세 나라에서 전직 총리 등 거물급 인사들과 다수 전문가들이 참석했죠. 올해 초에는 한중일 기업인 신년 교류 리셉션도 개최했어요. 세 나라 간의 관계가 올해에 영토, 역사문제 등으로 긴장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런 모임들은 나름대로 의미가 컸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이런 행사는 세 나라로 개최지를 옮겨가며 연례 행사로 개최할 예정입니다. 이 밖에도 아세안과의 파트너십 모색, 한중일 FTA등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고 오는 4월에는 베이징에서 한중일 FTA를 촉진하는 3국 전문가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에요. 또한 3국 협력과 관련한 각종 정보와 데이터를 담은 웹사이트도 개통, 운용중이에요. 영어,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등 4개 언어로 운용되고 있는데 한중일 협력과 관련한 모든 자료를 이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죠.

Q. 성공적인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위해 사무국이 기여할 방향?

A. 한중일 FTA 추진은 크게 3국 경제관계 강화, 동아시아 경제통합의 초석, 한중일 협력에 대한 파급효과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의의를 가진다고 볼 수 있어요. 한중일 FTA는 3국의 경제관계를 법적 틀로 더욱 강화시켜줌으로써 무역을 활성화 시키고, 역내 경제통합을 가속화하며, 아울러 이로 인한 인적·문화적 교류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돼요. 성공적인 한중일 FTA 추진을 위해 사무국은 한중일 세 나라를 옮겨가며 관련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에요. 사무국은 중립적 조직으로 이러한 캠페인을 하기에 3국의 개별 정부보다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긴밀한 3국 간 협력관계에도 갈등의 요소는 잠재되어 있습니다. 특히 최근 영토갈등 문제가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데?

A. 영토갈등 문제는 3국 모두에게 매우 민감한 현안으로, 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매우 조심스러워요. 다만 3국 정부가 모두 냉정한 자세로 이 문제를 대국적 견지에서 극복해 나가야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올해는 세 나라 모두에서 새로운 리더십이 등장했잖아요. 모두 젊은 감각을 가진 전후 세대 인사들이죠. 또 풍부한 정치적 경륜을 가진 인사들이기도 하고요. 이들의 새로운 리더십에 기대를 해보고 싶어요. 다만 어떤 경우에도 인기영합주의적인 편협한 민족주의로 나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Q. 박근혜 정부의 對 중·일 관계 측면에서 중점을 둬야 할 과제가 있다면?

A.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인 2012년 10월 15일 한중일 협력사무국이 주최한 창립 1주년 기념 리셉션에 참석해 중요한 연설을 했어요. 아시아가 경제적으로 발전하면서 오히려 국가 간의 관계에는 더욱 갈등 양상이 커지고 있는 상황인 ‘아시아 패러독스’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켜 신뢰에 기반한 새로운 동북아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죠. 이를 위해 박 대통령은 다음 세 가지 차원에서 새로운 발상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첫째는 ‘대 화해(grand reconciliation)’, 둘째는 ‘책임 있는 동북아(responsible Northeast Asia)’, 셋째는 ‘한중일 트로이카 협력(troika cooperation)’의 확대가 그것이죠. 한중일 세 나라 간에 역사적인 대화해가 필요하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해요. 세 나라는 지금의 영토 및 역사문제를 대국적 차원에서 극복하고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동북아의 평화와 공동번영은 단순한 동북아만의 문제가 아니죠. 차기 정상회의에서 세 나라가 ‘대 화해’의 모멘텀을 만들었으면 하는 기대가 있어요.

Q. 한중일협력사무국의 비전과 향후 계획?

A. 장기적으로 가장 큰 비전은 한·중·일이 협력을 강화해 가면서 동북아 통합의 큰 흐름을 만들어 내는 것이죠. EU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60여 년의 세월이 걸렸어요. 한·중·일이라고 못할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이 과정에서 협력사무국이 통합의 핵심기구로서 기능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무국을 예산과 인력 등의 면에서 지금보다 더 큰 조직으로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어요. 자체적인 정책제안 능력도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고요. 이렇게 해야 사무국이 명실상부 한중일 협력을 견인하는 협력의 핵심기구 허브로 계속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초대 사무총장으로서 큰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요.
 
 
이동훈 /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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