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3년 3월 1일 0

장용훈의 취재수첩 | 핵실험 이후 북한, 축제분위기 … 유공자들 평양 불러 영웅 대접

print
장용훈의 취재수첩 | 핵실험 이후 북한, 축제분위기 … 유공자들 평양 불러 영웅 대접
 
 
지난 2월 20일 평양 시민들이 3차 핵실험에 참여한 인사들을 환영하는 행사를 갖고 있다.

지난 2월 20일 평양 시민들이 3차 핵실험에 참여한 인사들을 환영하는 행사를 갖고 있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장거리 로켓과 핵실험 이후 어떻게 제재할지를 논의하느라 분주하다. 하지만 북한은 이런 분위기에 아랑곳 않고 축제분위기다. 북한은 지난 2월 12일 제3차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북부 지하핵시험장에서 제3차 지하핵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며 “이전과 달리 폭발력이 크면서도 소형화, 경량화된 원자탄을 사용하여 높은 수준에서 안전하고 완벽하게 진행된 이번 핵시험은 주위생태환경에 그 어떤 부정적 영향도 주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날 국내기관이 관측한 지진파는 규모 4.9였다. 학계에 따르면 인공지진의 실체파 규모(mb)를 TNT의 양으로 환산하는 공식 가운데 이른바 ‘머피 지진원 모델’에 기상청 등 국내 기관이 분석한 규모 4.9를 대입할 때 16.2kt(킬로톤)의 폭발력이 산출된다. 이는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의 위력(16kt)과 맞먹는다.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 선임 연구원인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북한 3차 핵실험과 관련해 홈페이지에 올린 문답식 자료를 통해 “이번 핵실험은 지진파가 규모 5.0∼5.1로 지하 핵폭발의 전형적인 특성을 보였다.”고 밝혔다. 또 3차 핵실험 위력은 2009년 2차 핵실험(2∼7kt)의 두 배 정도로, 자신은 3차 핵실험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핵실험 성공’ 대대적 선전 … 모든 공(功)은 김정은?

 북한은 2월 12일 핵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뒤 각종 매체를 통해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으며 이 중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한 주민의 충성을 독려하는 내용이 잇따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2월 13일 오전 ‘한다면 하는 조선의 담력과 배짱을 과시한 역사적 쾌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핵실험 보도를 접한 군인과 주민의 반응을 실었다. 기사에 따르면 김경수 중앙통계국 처장은 “(핵실험) 보도를 듣는 순간 저도 모르게 ‘만세!’, ‘경애하는 원수님 만세!’가 터져나왔다.”며 “원수님만 따르면 우리는 승리한다는 배심이 든든해진다.”고 말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이날 게재한 각계의 ‘핵실험 반향’에서도 김 제1위원장에 대한 언급은 빠지지 않았다. 윤완식 전자제품개발회사 분초급당위원회 비서는 “또 한 분의 선군태양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을 모신 내 조국의 강대함을 실감했다.”고 말했고, 함경남도 함주군의 한 협동농장 기사장은 “우리는 경애하는 원수님만 계시면 반드시 이긴다는 신념을 안고 한 손에는 총을, 다른 손에는 낫을 들고 싸움준비도 농사차비도 다 같이 전투적으로 밀고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핵실험이 단행된 2월 12일에는 평양의 한 시민이 <조선중앙TV>에 나와 “우리 조국과 인민은 김정은 원수님의 영도 따라 지하핵시험에 성공하는 크나큰 승리를 이룩했다.”고 말했다. 북한 매체는 이번에 1, 2차 핵실험 때와 달리 주민을 상대로 대대적인 선전을 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이를 김 제1위원장의 업적으로 선전할 공산이 커 보인다.

북한의 3차 핵실험에 기여한 과학자, 기술자, 노동자, 군인 등 관계자들이 지난 2월 20일 평양에 도착하는 모습을 이 보도했다.

북한의 3차 핵실험에 기여한 과학자, 기술자, 노동자, 군인 등 관계자들이 지난 2월 20일 평양에 도착하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권력실세 동참해 ‘핵 영웅’ 띄우기 한창

 또 핵실험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는 북한은 핵실험 이후 각종 행사를 이어가며 자축하는 모습이다. 북한은 2월 14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군인과 주민들이 대규모로 모여 ‘군민연환대회’를 열고 제3차 핵실험의 ‘성공’을 자축했다고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이 ‘녹음실황’으로 보도했다. 김기남 노동당 선전 담당 비서는 대회 연설에서 제3차 핵실험을 “민족사적 쾌거”라며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대처한 단호하고도 정정당당한 자위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김 비서는 “김정은 원수님께서는 조성된 정세의 요구에 맞게 실제적이며 강도 높은 국가적 중대조치를 취하실 단호한 결심을 표명하셨으며 그 실현을 위한 투쟁을 현명하게 이끌어주셨다.”며 사실상 핵실험의 ‘공’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돌렸다.

 특히 2월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71회 생일이 끝나면서 핵실험 성공을 축하하는 움직임은 더욱 본격화됐다. <노동신문>은 2월 19일 제3차 핵실험의 성공을 축하하는 자강도군민연합모임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신문은 “대회장들은 당당한 핵보유국의 긍지를 안고 사회주의조국을 굳건히 수호하며 강성국가건설에서 일대 앙양을 일으켜나갈 열의 안고 모여온 인민군군인들과 각 계층 근로자들로 차 넘쳤다.”고 전했다. 비슷한 성격의 군민연환대회가 평안남북도, 황해남북도, 함경남북도, 자강도, 양강도 등 각 지방에서도 열렸다.

 북한이 지난해 말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바지한 과학자 등을 평양으로 불러 영웅 대접을 한데 이어 이번에는 새로운 ‘핵 영웅’ 띄우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북한이 유공자들을 평양으로 초청해 국가 차원의 잔치를 열어주는 것은 김일성·김정일 시대에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일이다. 북한은 지난 2월 20일 제3차 핵실험 성공에 공헌한 과학자·기술자·노동자·군인건설자·일꾼을 평양으로 초청한 이후 거리환영 행사, 대규모 연회 등을 열어주는 등 극진히 대접하고 있다.

 북한의 권력실세들도 이들을 위한 행사에 대부분 얼굴을 내밀고 있다.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와 국방위원회가 2월 21일 연 특별감사문 전달 모임에는 최룡해 총정치국장, 김기남·최태복·박도춘 당비서, 김영춘 국방위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같은 날 목란관에서 열린 연회에는 최영림 내각총리,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김경희 당비서 등이 나타났다.

 핵실험 유공자들 숙소도 북한 최고 호텔 중 하나인 평양 고려호텔이었다. 이들은 평양에 머무는 동안 옥류관, 청류관 등 최고급 식당에서 고급요리를 먹고 김 제1위원장과 기념사진을 찍는 등 “최상최대의 특전과 특혜”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에 성공한 후에도 과학자·기술자 등에게 ‘공화국영웅’ 칭호를 수여한 뒤 이들을 평양으로 불러 20여 일간 극진히 대접했다. 이런 ‘영웅 만들기’에는 장거리 로켓과 핵실험을 주민 결속력을 높이는 지렛대로 활용하는 한편 김정은 체제가 내세우는 ‘우주강국’ 시대의 전형을 만들려는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용훈 / <연합뉴스> 기자



댓글 0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좋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