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 남북관계 질적 발전에 기여 2013년 3월호
쟁점 |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 공과(功過)
남북관계 질적 발전에 기여
이명박 정부는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제기하면서 ‘비핵·개방·3000’ 전략을 추진했다. ‘비핵·개방·3000’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경제·교육·재정·인프라·생활향상 등 5대 중점 프로젝트와 개방을 통해 10년 후에 1인당 국민소득 3천 달러를 달성하도록 돕는다는 구상이다.
이명박 정부는 ‘비핵·개방·3000’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으며, 남북 교류협력을 양적으로 확대하지 못했다고 비판받았다. 이러한 비판은 당위적이고 피상적이다. 왜냐하면 북한정권이 반복적으로 대남 군사도발을 감행하는 상황에서는 남북관계의 양적 확대보다 질적 발전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남북관계가 단절되었다는 비판을 감안하더라도, 남북관계의 질적 발전에 기여한 공(功)이 훨씬 크다. 이명박 정부는 남북관계에서 관행처럼 굳어진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바꾸는데 주력했다. 북한정권이 대남 군사도발을 반복적으로 자행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행태가 변하지 않으면 남북관계의 질적 발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군사도발이나 남북관계 발전을 저해하는 행동에는 단호한 제재를 가하고, 북한의 협력적 행동에는 보상을 제공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북한의 대남 군사도발에 대한 사과도 받지 못한 채 보상을 제공하거나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잘못된 관행을 따르지 않았다.
그동안 북한의 군사도발에 대한 한국정부의 관용적 태도는 남북관계를 왜곡시켰다. 역대정부는 북한의 군사도발에 대해 강력한 보복과 일관된 제재를 거의 실행하지 않았다. 남북관계의 냉각국면이 장기화함으로써 남북한의 대결 국면이 심화되는 것보다는 차라리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한반도의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편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과거 한국정부는 미얀마 아웅산 폭탄테러 사건이나 KAL기 폭파사건이 발생했을 때, 북한의 사과도 받지 못한 채 일정한 시간이 지나서야 남북관계를 복원한 바 있다.
북한의 잘못된 행동 바꾸는데 주력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제1·2차 서해교전과 연평해전, 제1차 핵실험, 수차례의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 등 군사도발에도 불구하고 대북포용정책의 기조를 유지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남북 교류협력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기면서 북한의 군사도발을 사실상 묵인했다.
당시 정부는 서해 NLL 상에서 발생한 북한 군사도발에 대한 아군의 적극적인 군사행동을 막았고, 핵실험이나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대북제재에도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북한이 2006년 1차 핵실험을 단행한 후에도 대북지원 규모는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 또 두 정부 모두 북한정권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북한인권 문제에도 침묵했다. 이러한 정부의 행태는 대북 저자세와 퍼주기라고 비판받았다.
이명박 정부는 역대 정부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행동을 취했다. 북한의 군사도발에는 반드시 보복과 제재가 뒤따른다는 일관된 원칙을 보여주었다. 2008년 7월 금강산관광객 박왕자 씨 피격사건이 발생했다. 정부는 진상규명과 신변안전보장,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면서 금강산관광을 잠정 중단시켰다. 그러나 북한이 사건의 진상규명을 거부함으로써 금강산관광 중단 사태가 장기화되었다.
북한은 2009년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와 2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이명박 정부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적극 참여했으며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참여를 선언했다. 동시에 북핵 폐기와 대북안전보장, 관계정상화, 경제지원 등 대북 인센티브를 단일 합의로 타결하자는 ‘그랜드 바겐’ 구상을 제시했다. 그러나 북한은 핵무장을 포기하지 않았고, 남북관계는 냉각될 수밖에 없었다.
이명박 정부는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사건을 계기로 대북제재를 실행했다.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남북교류 협력과 관련한 인적·물적 교류를 중단한다는 내용을 담은 5·24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북한은 천안함 폭침사건이 한국정부의 조작이라는 입장을 취하면서 사과요구를 거부했다. 오히려 북한은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도발을 감행했다. 북한이 연평도 군부대와 민간인 거주지역에 포격을 가함으로써 해병대원과 민간인이 사망하거나 부상당했다. 정부는 북한당국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북한은 한국의 군사도발에 대한 정당한 자위적 조치였다고 주장하면서 거부했다.
새정부, 대북원칙 확고히 견지해야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군사도발에는 반드시 강력한 제재가 뒤따른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잘못 설정된 남북관계를 바로 잡을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 북한이 2011년 1월 신년공동사설을 시작으로 대대적인 대화공세를 펼쳤을 때도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도발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면서 대화에 호응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정상회담과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대북정책의 기본원칙을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이명박 정부는 남북관계를 복원하는데 실패했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에는 반드시 제재와 보복이 뒤따른다는 대북원칙을 북한정권에게 각인시켰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성과를 계승하면서 한계를 보완해야 한다. 남북관계 복원과 양적 확대를 의식한 나머지 대북 원칙을 포기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는 잘못을 범하지 말아야한다. 북핵문제,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도발, 금강산관광객 피격사건 등 미해결 과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점진적으로 남북한 간 신뢰를 구축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핵무장이 현실화된 조건에서, 대북원칙을 포기한 채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는 것은 장기적으로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오경섭 /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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