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 대북정책 일관성과 신뢰성 훼손 2013년 3월호
쟁점 |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 공과(功過)
대북정책 일관성과 신뢰성 훼손
보수 우익의 지지를 업고 집권한 이명박 정권의 대북정책은 노무현, 김대중 정부 대북정책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데서 출발했다. 이는 곧 대북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떨어뜨렸고, 북한과의 관계 단절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실제 임기 5년 내내 남북관계는 불신과 대립, 그리고 심지어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악순환을 겪어야 했다.
작년 남한 방문 北주민 0명 … 개성공단 생산액 7배 증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월 19일 청와대에서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차를 마시며 생각에 잠겨 있다. 국무회의가 끝난 뒤 역대 대통령 초상화가 걸려 있는 세종전실에 이 대통령 초상화도 노무현 전 대통령 초상화 왼편에 걸렸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공과는 이념과 성향, 정치적 이해관계, 평가기준 혹은 잣대 등에 따라 다양하게 평가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이바지하는 상호 교류와 협력의 측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려울 듯하다. 교류협력 실적은 남북 간 신뢰의 수준을 그대로 반영한다. 모든 문제 해결이 상호 신뢰에서 시작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차기 정부에 엄청난 부담을 안겨준 꼴이 되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승인을 받은 남북 협력사업(개성공단사업 포함)은 총 108건으로 전 정부(370건) 때에 비해 현저히 감소했고, 그 가운데 사회·문화교류와 관련한 사업에 대한 승인은 5건에 머물렀다. 전 정부에서는 121건을 기록했다. 정부·민간의 대북 무상지원은 2천563억원으로 1조2천747억원(참여정부)에서 5분의 1로 줄었다. 남한을 찾은 북한 주민은 724명으로 참여정부 때인 4천571명에 비해 6분의 1로 급감했다. 2012년 한 해 남한을 방문한 북한 주민(탈북자가 아님)은 1998년 이후 14년 만에 ‘0’명을 기록, 얼어붙은 남북교류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줬다.
특히 2010년 3월 북한의 천안함 폭침 이후 남북 간 인적교류와 경제협력 등을 전면 중단한 이른바 ‘5·24조치’가 물동량 감소에 큰 영향을 줬다. 참여정부에서는 개성공단을 잇는 경의선 도로와 금강산을 잇는 동해선 도로가 모두 활용됐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거의 경의선만 이용됐다. 항공기 왕래도 참여정부에서는 589회(4만2천495명)를 기록했지만, 77회(3천812명)에 머물렀다. 지난 5년간 정부 주선으로 상봉한 이산가족 인원은 1천774명(2009년 888명, 2010년 886명)으로 전 정부에서 상봉에 성공한 1만4천600명과 비교하면 거의 10분의 1수준이다.
그나마 다행스런 일은 개성공단사업을 유지한 점인데, 참여정부 때 9억5천700만달러를 기록한 개성공단 교역액은 66억9천500만달러를 기록, 7배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증가했다. 2004년 12월 첫 제품을 내놓으면서 가동에 돌입한 개성공단은 매년 급성장세를 보였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도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정부 역시 ‘5·24조치’를 취하면서도 개성공단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 이명박 정부의 실패한 대북정책과 차별화를 꾀하며 “대북정책도 진화해야 한다. 유화 아니면 강경이라는 이분법적 접근에서 벗어나 균형 잡힌 대북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방침은 3차 핵실험 이후 지금처럼 안보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는 더욱 적실성을 갖는 방향인 것 같다. 재재 혹은 군사적 대응 일변도 아닌 경제적 접근도 병행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북한의 핵개발은 장기적인 국제고립의 산물이고, 북한경제 파탄의 산물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체제안전의 담보인 군부의 입김이 세지고, 대외 강경책을 통해 대내 결속력을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핵개발은 경제적 어려움을 포함한 총체적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인 것이다.
새정부, 북한 개혁개방 촉진에 초점 맞춰야
이 가정이 맞는다면 향후 대북정책은 남북경협 확대·발전을 통한 북한의 개혁·개방 촉진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궁극적으로 북한이 마음 놓고 개혁·개방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의 조성에 더욱 관심을 쏟아야 한다. 비정상적인 북·미관계, 북핵문제, 한반도 정전상태 등 북한의 개혁·개방을 가로막는 장애요인들을 제거해 북한이 진정성 있게 개혁·개방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압박·제재보다 격려·독려가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보다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새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 핵문제와 연계를 최소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북핵과 대북정책, 특히 남북경협을 연계하는 한 대북정책의 진화도 거대하기 어렵고 이분법적 접근에서 벗어나기도 힘들 것이다. 정경분리 원칙을 유지하는 데는 지도자의 확고한 철학, 비전, 위기관리 대처능력 등이 중요함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경협의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개혁·개방 효과를 낙관적으로 전망하면서 경협에 대한 정치·군사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된다. 무엇보다 새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남북 간 신뢰는 지속가능한 남북경협을 토대로 구축되어야 한다.
임을출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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