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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오바마, 2기 첫 국정연설 “북, 도발은 스스로 고립 자초” 2013년 3월호

포커스 | 오바마, 2기 첫 국정연설 “북, 도발은 스스로 고립 자초”

지난 2월 12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집권 2기를 맞아 워싱턴 의회에서 임기 첫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지난 2월 12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집권 2기를 맞아 워싱턴 의회에서 임기 첫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기 임기 첫 국정연설을 하던 지난 2월 12일(현지시간) 필자는 워싱턴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세계 각국의 기자들과 함께 있었다. 꼭 1시간에 걸쳐 오바마 대통령은 특유의 연설솜씨를 뽐냈다. 총 105번이나 쏟아지는 박수소리에 분위기도 한껏 달아올랐다.

美, ‘비확산’ 레드라인으로 대북 경고 메시지?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거의 대부분의 내용을 예산 삭감, 일자리 창출 등 경제 문제를 비롯해 총기 규제, 이민 개혁, 기후변화 대처 등 국내 현안에 집중 할애했다. 연설이 거의 끝나갈 무렵, 비로소 외교문제가 거론됐다. 거창한 미국의 가치를 새삼 언급하지 않았다. 최근 현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간단히 지적했고, 그 대상도 북한과 이란, 시리아, 러시아, 아프가니스탄으로 좁혀졌다.

그는 “북한 정권은 국제 의무를 준수함으로써 안전과 번영을 얻을 수 있다. 이런 도발 행위는 자신만 더 고립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설을 하루 앞두고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긴급히 연설문에 이 부분을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에는 핵 문제에 대한 외교적 해결책을 마련하고, 시리아에는 내전을 종식하라고 압박하는 한편 구체적인 수치는 제시하지 않은 채 러시아와 핵무기 추가 감축 및 핵물질 확산 방지를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루하게 진행돼 온 ‘해외 전쟁’을 마무리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남아 있는 6만6천명의 병력을 2014년까지 완전히 철군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오바마의 짧고 간단했던 ‘외교 메시지’에는 그러나 나름대로의 시사점이 있었다. 특히 3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을 체감 있게 드러냈다는 게 중론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을 비난하면서도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무기들의 확산(spread)을 막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주도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는 전날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 나온 오바마 대통령의 비난 성명에 등장한 ‘확산위험(risk of proliferation)’이라는 표현과 맥이 닿는다.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지난 2월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 핵실험 후 열린 안보리 긴급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지난 2월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 핵실험 후 열린 안보리 긴급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북제재 이후 북한 대응 따른 국면전환 주목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미국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 사태를 맞아 설정해 놓은 이른바 ‘레드라인(금지선)’의 성격을 말해주는 게 아니냐고 촉각을 세웠다. 이미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 지명자는 지난 1월 31일 의회 청문회에서 북한에 대해 ‘위협 수준을 넘어선 상태(beyond a threat)’이며 ‘실질적인 핵 파워(real nuclear power)’라고 규정했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을 극도로 피해왔다.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을 근간으로 하는 국제적 비확산체제에 미칠 영향이 심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세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했고, 영변 핵단지에 첨단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시설까지 갖추고 있음이 확인된 북한이다. 북한도 지난해 봄 개정한 헌법에 자국을 ‘핵보유국’으로 공식 명기했다.

이렇게 보면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위험한 무기들의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을 강조한 것은 사실상 핵능력을 보유하게 된 북한에 대해 ‘더 나아가는 다음 단계의 행동’, 즉 ‘확산(proliferation)’ 행위를 절대 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풀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향후 북한의 행동에 따라 오바마 2기 대북정책의 방향이 ‘전략적 인내’를 표방하며 수동적이었던 지난 4년과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북한도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적대적으로 정세를 복잡하게 하면 2, 3차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위협하면서도 미국의 유화적 방향전환을 촉구했다. 당장 고조된 핵실험 제재 국면이 지난 이후 국면전환의 가능성과 관련해 주목되는 대목이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이어 곧바로 “이란의 지도자들은 지금이 바로 외교적 해법을 추구할 때임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기 행정부 들어 국무부와 국방부 수장에 ‘대화파’들을 포진시킨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과 이란의 호응 여하에 따라서는 적극적인 협상을 전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아직은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적 지향이 정교하게 확정된 것이 아니라고 정통한 외교소식통이 전했다. 이른바 ‘핵확산 방지’에 주력하려는 것은 시급하게 전개되는 현재의 상황에 대처하려는 의지를 말하는 것이지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와 핵물질을 그대로 두겠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교한 외교정책이 마련되기까지는 일단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북한을 포함해 한반도 정책, 나아가 중국까지 포괄하는 동아시아 정책을 담당할 차관보 등 실무 외교라인이 정비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과도기적 상황을 북한은 적극 활용하려고 할 것이고, 한국과 중국의 대응 등도 복잡하게 얽혀있는 국면이다. 재선 고비를 이제 막 넘은 오바마의 외교전선은 한동안 ‘이상무’라는 이야기를 하기 어려울 듯하다.

이우탁 / 〈연합뉴스〉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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