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한국 新성장엔진, 시베리아를 가다! | 북동항로, 유럽-아시아-북미 잇는 최단거리 바닷길 2013년 3월호
통일한국 新성장엔진, 시베리아를 가다! 15 | 북동항로, 유럽-아시아-북미 잇는 최단거리 바닷길
때는 여름이었다. 2007년 9월 어느 날 캐나다 북쪽의 아치펠라고 섬들 사이의 북극 바다가 여러 주 동안 얼음이 없는 고요한 바다가 되어 버렸다. 이것이 바로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가는 해상 루트인 북서항로(NWP)였다. 여름의 잔잔했던 바다는 번거로운 쇄빙선의 에스코트가 필요 없는 연중 항해가 가능한 새로운 바닷길, 즉 북서항로의 가능성을 열었던 것이다.
그러나 북극을 둘러싸고 캐나다의 반대쪽 상황은 조금 달랐다. 거대한 시베리아의 북쪽 연안을 따라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가는 북동항로(NEP)가 그것이다. 서쪽으로 노르웨이까지 연결되는 이 북동항로는 바렌츠 해를 지나 카라 해를 가로질러 랍체프 해와 동시베리아 해를 거쳐 추코트 해를 너머 베링해협을 통과한 다음 태평양으로 나온다. 거대하고 위험하며 아주 긴 바닷길이다. 게다가 비싼 바닷길이다.
운항위험도와 가격 높아 … 국제수송로 이용 어려워
위험한 이유는 이 루트는 여전히 얼음으로 덮혀 있고, 어떤 지역은 수심이 얕기 때문이다. 비싼 이유는 러시아 원자력 쇄빙선의 에스코트와 아이스 파일럿(ice pilots)의 비용이 비싸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험요율이 높고, 대형 방빙 선박의 건조가 너무나 비싸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루트는 국제수송로로 이용하기 쉽지 않다.
거친만큼 많은 보물을 제공한 시베리아와 같이 얼음을 뚫고 언제 떠밀려올지 모르는 유빙과 빙하 사이를 통과하는 이 바닷길은 그 위험만큼이나 많은 보상을 약속한다. 러시아에서는 북방항로(NSR)라 불리는 이 바닷길은 단기적으로 러시아 북극해 연안의 석유, 천연가스, 원목 등 자원개발과 수송을 위해서 활용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유럽과 아시아, 북미 서해안을 연결하는 최단 해운항로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와 더불어 앞으로 쇄빙선의 확보, 도로, 항만시설 등 사회 간접자본의 확충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고, 한국은 여기서 미래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이 북방항로(북동항로)는 러시아의 북극권 사령탑인 북방해로관리청의 통제 하에 있다. 정식 직원이 4만명이나 되는 이 기구는 각료회의에 직접 책임지는 독립적인 정부기구로 북위 62도 이북의 러시아 영토(약 1천만㎢)를 개발할 수 있는 배타적인 특허권을 가지고 이 지역의 모든 해상, 하천, 공중수송, 산업, 도시건설, 순록방목, 무선기상서비스, 원주민 교육, 지구과학 동·식물계 연구 등에 대한 관할권을 소유하고 있다. 산하에는 북극주민연구소와 북극연구소를 가지고 있다. 무르만스크에서 베링해협까지 70여 개의 항구를 가진 이 북방항로는 현재 러시아의 북극권 도시들에 필수품을 공급하고 석유와 가스설비를 수송하는 지역 선박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1991년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이 북방항로를 외국선박들에게 공개했고, 2007년 이 루트를 재개했다.
북동항로의 전반적인 기착점을 살펴보면 우선 시작점은 무르만스크다. 러시아 북방함대의 기지인 무르만스크는 연중 몇 달 동안 얼음으로 봉쇄되는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달리 북극권에 속하지만 만의 해류 덕에 연중 얼음이 없다. 이 북동항로는 콜라반도의 끝에서 만약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출발했다면 거쳐야 할 세 개의 난코스인 핀란드만, 독일-덴마크-영국 사이에 있는 킬 수로(Kiel Canal)와 해협들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대서양에 다다를 수 있다. 무르만스크는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내려가는 철도뿐만 아니라 공급선들에 석탄을 공급하고 있다. 이 석탄들은 노르웨이의 슈피츠베르겐 탄광에서 나온다.
북동항로를 통해 무르만스크를 출발하면 노바야 제믈랴 섬을 지나 카라 해의 딕손으로 연결된다. 예니세이 강 어귀의 딕손 섬은 북극해의 핵심 무선기지이자,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의 어떤 도시도 접촉이 가능한 북극 라디오 네트워크의 중심지다. 저장 공간이 풍부한 석탄 저장시설과 쇄빙선과 상선을 위한 벙커시설이 있다. 딕손은 러시아 최북단 항구도시이자, 세계 최북단 정착지 중 하나다. 너무나 북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12월 8일부터 1월 5일까지 완벽한 어둠을 경험할 수 있다. 딕손은 스웨덴의 탐험가의 이름을 땄다. 딕손 주민들은 소비에트의 인기가요의 제목을 따라 딕손을 “북극의 수도(Capital of the Arctic)”라 부른다.
항로 내 70여 항구 … 러시아, 배타적 권한 행사
딕손을 거치면 세베르나야 제믈랴 제도를 통과해 랍체프 해의 노르드빅으로 연결된다. 크라스노야르스크 광역주의 항구도시인 노르드빅은 북부 시베리아의 거대한 생선 가공공장에 소금을 공급하는 중심지로, 야쿠치아 쪽 제방에 유전을 가지고 있어 북극 전체를 통해 운행되는 디젤추진 해양선박들과 항공기들에 재급유하고 있다.
노르드빅은 레나 강 어귀의 항구인 틱시로 연결된다. 틱시는 베링해협과 바이칼 호, 야쿠치아 지역에서 나오는 생산물의 수송 집산지다. 특히 이 노선은 지역의 엄청난 금을 수출하는 안전한 노선을 제공한다. 틱시는 동시베리아 해를 거쳐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인 추코트 반도를 돌아 태평양의 입구인 프로비데니아와 연결된다. 베링 해의 입구이기도 한 프로비데니아는 북방항로의 동쪽 끝에 허브 항구로 개발될 예정인 캄차카 반도의 페트로파블로프스크항과 연결되어 비로소 북동항로의 먼 바닷길은 끝이 나게 된다.
배규성 / 배재대 한국-시베리아센터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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