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 북한 핵보유와 배고픈 인민들에 대한 인권 유린 2013년 3월호
독자기고 | 북한 핵보유와 배고픈 인민들에 대한 인권 유린

나비 필레이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지난 1월 14일 북한 인권문제에 관한 성명서를 통해 북한주민 20만명이 여전히 정치범 관리소에 갇혀 고문과 성폭행, 강제노동 등 반인권적인 범죄를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67년 동안의 남북 분단과 63년간의 체제 대결 시대를 지나오는 동안 남북한은 한반도라는 지리적 요건을 제외하고는 서로 다른 나라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변질되고 말았다. 마치 고조선에서 몽골이 떨어져 나가고, 하, 은, 조선이 대립하며, 같은 민족이던 요, 금, 청이 우리 민족 주류인 고려와 조선을 핍박했듯이 오늘날 북한은 우리 민족의 적통국가인 대한민국을 적국으로 삼고 민족을 성분에 따라 적대시하며 말살하려 하고 있다.
1950년 국제공산당의 세계제패정책의 일환으로 김일성은 한반도 공산화와 적화통일을 꿈꾸며 6·25전쟁을 일으키고, 국토 파괴와 동족에 대한 씻을 수 없는 상흔을 남겼다. 국제공산당의 정권이 몰락하고 중국, 베트남 등의 기존 공산주의 국가가 시장경제체제를 수용하는 1980년대 말 이후, 북한은 독자적인 생존 전략을 세웠다. △주체사상과 선군주의를 내세운 내부의 단결 △국제법을 무시한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밀무역의 증대 △식량의 선별 분배, 성분 관리, 인권 탄압, 정치범수용소 등을 이용한 내부단속을 행사하여 왔다. 이와 같은 북한의 생존 전략은 오히려 ▲세계 최빈국 ▲국제형법에 저해되는 인도주의와 인권 무시 ▲유엔의 핵확산금지법규와 각종 제재결의 위반의 멍에를 안게 되었다.
북핵 향한 ‘배고픈 자존심’도 잠시뿐
김정은 정권은 북·미, 남·북 양자회담, 남·북·미·중의 4자회담, 러·일을 추가한 6자회담을 통하여 어렵게 합의한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억제에 대한 각종 협약을 파기하고 유엔의 경고나 결의를 무시한 채, 핵과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사용하려는 의도와 행위를 공공연히 보이고 있다.
우리는 그들이 선전하는 핵 억제력 정책이 통하지 않으리라 믿고 있지만, 자칫 저들의 무모한 행동이 한반도 평화에 결국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 상상만 해도 끔직하다. 북한은 핵을 갖고는 있지만, 배고픈 인민들이 줄어들고 있지 않아 스스로를 지탱할 수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최대 핵강국임을 선전하며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북한 노동자들의 눈을 가리고 흥분된 분위기 속에 핵보유국의 자존심만 연일 심어주고 있다.
이번 핵실험으로 북한의 최대 우방국인 중국도 김정은 정권에 대한 신뢰를 쌓기 어려울 것이며, 남한 내의 친북주의자들조차 북한의 핵보유가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고 바라볼 것이다. 따라서 유엔의 강력한 제재 수단이나 남한의 자체 억제력 구축에 쉽사리 반대 의사를 표명할 수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북핵은 남한을 비대칭적 군사력으로 우위를 차지할 수는 있을지언정, 남한을 둘러싼 우방국들의 지지와 동맹에는 미치지 못하니 인민 대중이 환호하는 ‘배고픈 자존심’도 오래갈 수 없다.
최근 국제사회는 지속적으로 자행되는 북한의 인도적 만행에 대하여 우려를 표하고 있으며, 지난 2월 1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된 다루스만 북한인권보고관의 보고서로 구체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의 한인 단체들이 지난 2월 14일(현지시간)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해 규탄 성명서를 발표하고 유엔에 북한의 인권 상황조사를 촉구해 달라는 백악관 청원운동에 나섰다.
美 한인단체, 백악관에 북한인권조사 청원
이 보고서는 2003년 이래 유엔이 결의하고 작성한 60여 개 북한인권 관계자료들을 검토해 “북한의 중대하고, 조직적이며, 광범위한 인권 위반사항에 대해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며, “조사기구(inquiry mechanism)를 두자”는 것이었다.
이러한 ‘조사위원회(COI: Commission of Inquiry)’ 설립 주장은 지난 1월 나비 필레이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이 문제 제기한 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으며, 22차 인권위원회에서 이 제안이 통과된다면 향후 북한의 인권유린, 정치범에 대한 살상 등은 집단학살(genocide) 범죄에 의하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위반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는 법적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많은 전범자들을 국제형사범으로 처벌했고 1948년 인종말살이라는 국제범죄개념을 도입하면서 인종 간의 전쟁범죄뿐만 아니라 동족 간의 종교, 사상, 계급 등의 대립을 빙자한 모든 인도적 범죄가 국제형사법의 처벌 대상이 되었다. 한국도 2011년 4월 12일 ‘국제형사재판소 관할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법률 제10577호>’을 제정하였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국제사회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에 따라 국제형사재판소의 관할 범죄를 처벌하고 협력하기로 하였다.
이는 필레이의 지적처럼 정치범수용소에 갇혀 있는 북한주민 20만명의 현실과 출신성분에 따라 차등적 식량배급이 이뤄지고, 기본적 생존권을 박탈당하는 인권상황 등은 국제형사사범이 되기에 충분하다. 우리는 북한의 핵확산을 방지하는 책임과 동시에 인권유린 사실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는 운동을 병행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지역 한인 단체들이 유엔에 북한인권상황 조사를 촉구하도록 미국정부가 나서달라고 백악관에 청원하기 위한 서명을 추진한 것은 시의적절한 행동이라 사료된다.
림관헌 / 미국 환태평양문화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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