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3년 3월 1일 0

영화리뷰 | 끝나지 않은 총성 2013년 3월호

영화 리뷰 | <베를린>

끝나지 않은 총성

최근 TV에서 ‘아이리스 2’가 방영되면서 인기몰이를 하는 중이다. 전작에 이어 아이리스 조직과 NSS(국가안전국), 그리고 북한군 호위총국 요원들이 등장하여 종횡무진 액션을 펼치고 있다. 이보다 조금 먼저 극장에서는 <베를린>이 개봉되어 선전하고 있는 중이다. 이 영화는 현재 상영 중이기 때문에 알려진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가야 할 것 같다.

<쉬리> 이후 ‘진짜’ 한국형 첩보액션의 귀환

우선 눈길을 끄는 배우가 있다. 바로 한석규다. 이 코너를 통해 남북분단을 소재로 한 영화들을 소개하면서 자주 언급되었던 작품이 <쉬리(1998)>다. 남북분단 영화사에 있어서 한 획을 그은 작품이다. 이 영화에 한석규, 최민식, 송강호, 김윤진 등이 출연했고, 한석규는 <쉬리>에 이어 영화 <베를린>에서 다시 한 번 북한 요원들과 실력을 겨룬다.

영화의 줄거리는 김정일 사후 그의 비밀계좌를 추적하는 우리 국가정보원 요원들과 이 계좌에 대한 관리를 담당하는 북한측 인물들 간의 대결이다. 우리나라의 국정원과 북한의 국가보위부 요원들에 더해 미국의 CIA와 이스라엘 모사드, 아랍 테러집단까지 등장해 국제전을 치른다. 제법 솔깃한 소재를 주제로 잡았다. 안 그래도 요즘 북한의 핵, 미사일 실험에 대한 유엔 제재의 일환으로 북한의 외국자금동결에 대한 문제가 논의 중이라 북한의 계좌추적이란 소재가 현실감 있게 다가올 수 있었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액션에 공을 많이 들인 흔적이 보인다. 맷 데이먼이 주연한 <본>시리즈에서 선보인 ‘근접전투’ 방식을 차용한 것이 눈에 띈다. 영화 <아저씨>에서도 선이 크고 과장된 기존의 액션보다는 클로즈 컴뱃(Close Combat)이라 부르는 ‘근접전투’ 방식이 등장했다. 영화 <베를린>도 그와 유사한 색깔의 액션을 보여준다.

원래 이와 같은 전투방식은 미국의 CIA나 FBI, 특수부대 등에서 연구·개발되어 왔고, <본>시리즈에서 선보인 근접격투술은 이스라엘이 만들어낸 신종 무술인 ‘크레이브 마가’이다. 이 무술은 기존 무술들의 장점을 결합하여 실전상황에서 쓸 수 있는 간결함을 특징으로 한다. 러시아의 무술 ‘시스테마’도 이와 유사하고 우리의 ‘특공무술’도 북한과의 백병전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만들어졌다. 모두 국가주도로 만들어졌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영화 <베를린>의 무대는 독일의 수도 베를린이다. 분단국가의 상징이었던 베를린을 영화의 배경으로 삼은 것은 매우 좋은 착상이다. 영화는 이 도시에서 벌어지는 남북 정보기관 간의 대결에 중의적 옷을 입혔다.

영화 속 베를린에는 한국, 미국, 북한, 이스라엘 등 각국의 정보요원들이 상주해 있다. 우리측 요원으로는 정진수(한석규)가 등장하고 북한요원으로는 표종성(하정우), 련정희(전지현), 리학수(이경영), 동명수(류승범)가 나온다. 여기서 표종성과 연정희는 부부사이다. 베를린에서의 액션과 전반적 색채는 드라마 ‘아이리스 1’의 분위기와 유사하지만 그것보다는 어둡다.

여담으로 하나만 언급하자면, 비록 영화이지만 초인에 가까운 북한요원들에 비해 허접하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우리측 ‘7급 공무원’들의 전투력은 형편없었다. 이것이 완전히 허구는 아닐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불길한 추측이다. 하긴 여느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소위 일반화된 ‘스펙’으로 요원을 선발하는 국가가 얼마나 될까? 여러 가지 점에서 현재의 ‘7급 공무원’ 충원방식은 고려되어야 할 점이 많아 보인다.

속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결말?

영화 이야기이지만 영화 <베를린>은 고전이 되어버린 <쉬리>에 비해 다양한 요소를 삽입시켰다. 원래 영화 <베를린>의 결말도 몇 가지 다른 버전이 있었다고 한다. 우선 국정원 요원인 정진수가 표종성, 련정희 부부를 시체로 위장해 제3국으로 보내는 설정이 있었고, 표종성, 련정희 부부가 도망가지만 표종성은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혼자 평양으로 다시 들어가는 엔딩이 있었다고 한다.

결국 이 영화의 엔딩은 마치 영화 <본>시리즈를 연상시키는 마무리를 통해 속편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지만 류승완 감독은 속편계획이 없다고 ‘단호히’ 밝혀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하긴 요즘같이 복잡한 정세 속에서 영화 소재를 끄집어내는 것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류 감독의 고뇌가 이해되지만 그래도 ‘살짝’ 속편을 기대해 봄직하다.

서유석 /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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