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대북제재, 장기적으로 선군체제 기반 흔들 수 있어 2013년 4월호
특집 | 위기의 한반도 3대 쟁점
[Ⅰ] 유엔 대북제재 실효성, 어떻게 볼 것인가?
대북제재, 장기적으로 선군체제 기반 흔들 수 있어

유엔이 지난 3월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안전보장이사회 전체회의를 열어 북한 핵실험에 대한 제재결의안 2094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결의안은 핵이나 탄도미사일 개발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물품의 수출입을 금지하는 등 북한의 경제활동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내용들을 주로 담았다.
유엔은 국제안보 유지의 핵심 중추기관으로서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방지 문제를 국제안보 달성의 주요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또한 유엔은 지난 2006년에 유엔 인권이사회(UNHRC)를 출범시킨 데서 볼 수 있듯이, 21세기 신 국제질서의 하나로서 보편적인 인권질서의 구축에 심혈을 기울여오고 있다. 북한 핵문제와 심각한 인권침해 문제는 모두 유엔의 국제안보질서 유지와 구축 노력에 큰 도전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보면 역사성을 갖고 있는 북한과 유엔과의 불화의 전선은 오늘에도 매우 깊게 형성되어 있어 그것이 쉽사리 가시기 어려운 것처럼 보인다.
北, 핵보유에 사활 … 유엔 대북제재 수위 점증할 것
냉전 종식 이후 북한문제가 국제안보의 관점에서 유엔의 관심대상으로 크게 부각된 것은 북한의 핵개발이 본격화되면서부터다. 2006년 10월 제1차 핵실험 단행 이후 북한은 2009년 5월에 제2차, 그리고 지난 2월에 제3차 핵실험을 결행했다. 이러한 북한의 일련의 핵실험에 대해 유엔은 각각 그것을 국제평화의 위협행위로 간주하고 유엔 헌장 제7장(평화에 대한 위협, 평화의 침해, 침략행위) 제41조(비군사적 제재)를 적용하되 그 제재수위가 점증하는 형식의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로 대응해오고 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의 공통 내용은 네 가지다. 첫째는 북한을 어떠한 경우에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인 바, 북한은 핵무기를 포함한 핵 프로그램을 해체해야 하며 탄도미사일 발사도 금지해야 한다. 둘째, 북한의 무기수출을 봉쇄하고, 북한의 WMD 관련 의심 물자의 육상, 해상, 공중 화물 등에 대한 포괄적인 검색을 강화하며, 특히 의심화물 적재 해상선박에 대한 검색과 항구 출입제한 조치를 구체화하는 것이다. 셋째, 북한의 WMD 관련 대북 금융제재 조치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제재회피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대량현금 이용통로를 차단하고 북한 외교관들의 특권을 이용한 불법활동 기회도 봉쇄하는 것이다. 넷째, 북한의 추가적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도발적인 행동 시 자동적으로 안보리 차원의 추가적인 중대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일련의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통한 국제안보상 위협행동의 반복과 대북제재 수위가 점증해온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 산출과정을 보게 되면 자연스럽게 두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일련의 핵실험은 대외협상 목적상의 행동이기보다는 북한의 근본적인 국가안보전략상의 핵전력화 시도가 아닌가 하는 점이며, 그렇다고 한다면 다른 하나는 유엔의 대북제재 효과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 1월 27일 국가안전 및 대외부문 일꾼협의회를 개최하고 국가안보상의 “실제적이며 강도 높은 국가적 중대조치”를 예고했다. 2월 3일에는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통해서 “군력강화에서 일대전환을 일으킬 데 대한 문제”를 토의했다. 2월 11일에는 정치국확대회의를 통해서 “장거리 로켓을 계속 발사할 것”을 결의했다. 이렇게 하여 2월 12일 북한은 제3차 핵실험을 결행했다. 3월 5일 북한은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서 “경량화되고 소형화된 핵탄과 다종화된 정밀핵타격수단”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핵 전력화 선언을 한 것이다. 3월 16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서는 “그 무슨 경제적 혜택과 바꿔먹기 위한 흥정물로 핵을 보유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허황하기 그지없는 오산이다.”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개발은 철저하게 국가안보전략 차원의 핵전력화 의도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향후 북한의 추가적인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는 불가피한 셈이다. 그에 따른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도 반복될 것이다. 그 수위는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유엔의 대북제재 효과는 없는 것일까?
국제 핵확산과 비확산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안보적 차원의 일국의 사활적인 핵개발 시도를 실효적으로 억제시킬 수 있는 수단을 찾기는 쉽지 않다. 유엔의 대북제재가 중국 요인으로 인해서 대북 대체재(substitute) 차단 효과를 거두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북한의 핵개발이 억제되고 있지 못하다는 설명은 북한 핵전력화에 대한 국가안보 차원의 의지변수를 간과한 것이다. 북한은 그들의 전략문화상 안보위협 인식에 근거한 내적 균형행위(internal balancing) 차원에서 핵보유 전략을 선택함으로써 중국 변수의 영향력을 제한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북한의 높은 대중 경제의존도에도 불구하고 중국 변수가 북한의 핵보유 전략을 억제시킬 수 있으리라는 가정에 그다지 신뢰를 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북한 체제개혁 기회 상실 … 위기 발생할 수도
그렇다고 하여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효과를 간과할 수는 없다.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 결의는 무엇보다도 북한과 국제사회와의 불화 정도를 잘 반영하고 있으며, 이러한 국제사회와 북한의 불화 국면 지속은 북한의 평판 악화로 인한 긍정적 기제를 활용한 대외생존 전략의 선택폭을 제한시키는 효과를 갖는다. 북한은 국제적 신뢰의 위기 속에서 대외협력을 통한 발전전략 모색의 기회를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북한 스스로 폐쇄적인 자립경제 노선의 포로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국면을 재생산하는 역할을 하게끔 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북한의 선군노선이 급기야 막다른 골목에 이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때문에 북한의 반복될 추가적인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로 인한 유엔의 경제·외교적 수단 범주를 넘어서는 군사적 수단에 의한 유엔의 대북행동 가능성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선군의 북한체제는 체제개혁의 중대한 기회를 유실함으로써 북한 주민들과 체제엘리트들의 인내체감 법칙이 적용되는 시점에서 중대한 위기 국면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유엔 대북제재의 장기적 효과는 핵에 대한 물신성 신화에 빠져 있는 선군 북한체제의 중대한 위기를 재촉하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김연수 / 국방대 안보정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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