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지금은 평화협정 논의할 때 아니다 2013년 4월호
특집 | 위기의 한반도 3대 쟁점
[Ⅲ] 평화협정 체결, 어떻게 볼 것인가?
지금은 평화협정 논의할 때 아니다
2013년 3월 현재 한반도 상황은 군사적으로 매우 위중하다. 한반도 군사상황이 심각한 군사적 충돌이 우려될 정도로 긴장이 고조되어 있다. 긴장고조의 책임은 북한의 도발적 협박에 있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그런데도 북한은 긴장의 원인이 우리의 방어적인 군사훈련 때문이라고 때를 쓰고, 직·간접적으로 평화협정을 맺어서 해결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후안무치다.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지난 3월 7일 “(북한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꿀 데 대한 제안을 1970년대부터 여러 차례 내놨지만 미국은 이 제안을 모조리 외면했다.”고 했다. 은근히 평화협정을 맺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어 3월 12일에는 <조선중앙통신>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걷어치우고 대화를 하자.”고 제안했다. 단기적으로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북한이 다음 수순으로 미국과 직접대화, 평화협정을 준비하고 있는 속내를 감추지 않은 입장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이러한 입장을 살피지 않아도 많은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의도를 잘 알고 있다. 북한이 정전협정 파기를 선언한 이유도 당장 교전하자는 의도보다는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협정을 만들기 위한 여건을 만들자는 것에 있을 것이다. 그런데 북한의 이런 속내에 일부의 정치단체, 시민단체들이 동조하고 있다. 대단히 잘못된 입장으로 판단된다.
北, 국가전략 차원으로 ‘평화협정 체결’ 이용
잠정적 평화상태를 보장하는 정전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북한과 새로운 평화협정을 체결하여 평화를 담보받자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금 평화협정을 체결하여 위기를 진정시키자는 주장은 기존 계약이나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는 사람과 비슷한 내용으로 새로운 약속을 하자는 것과 다름 아니다.
북한이 1970년대 이후 평화협정을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시대에 맞는 전략적 이익을 도모하거나 전략적 위기를 넘기기 위한 차원에서 제안해왔다. 1970년대 북한이 평화협정을 제안한 것은 동남아 공산화 분위기에 편승하여 주한미군을 철수시켜 무력적화에 필요한 군사적 여건을 만들기 위한 차원에서 제의한 것이다. 북베트남이 평화협정을 체결하여 군사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만들고 무력통일을 한 사실을 전략적으로 벤치마킹하려 한 것이다.
1980년대 초에 집중적으로 평화협정 체결을 제안한 것은 아웅산 테러를 자행한 이후 형성된 국가적 고립를 모면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1990년대 이후 평화협정을 지속적으로 제안한 것은 동구의 공산주의체제가 붕괴하는 시대 조류에서 체제를 지키기 위한 차원에서 제안한 것이다.
정전협정 파기하는 북한과 평화협정? … 연목구어
1차 핵실험을 한 이후 북한이 평화협정 체결을 거론하고 있는 것은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북한은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미국과 수교하여 그들이 원하는 새로운 체제안전망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2013년 현재 북한이 평화협정을 주장하는 것은 ‘핵무기를 인정받은 북한이 미국과 수교하기 위한 의도’ 속에 평화협정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핵을 머리에 이고 평화를 만들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이 대한민국 새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다. 이런 한반도 상황에서 북한과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하는 것은 북한의 협박에 굴복하여 비겁한 평화를 얻자는 주장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
군사적 대치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평화는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당당한 평화와 비겁한 평화다. 당당한 평화는 강력한 억지, 안보를 바탕으로 얻는 평화다. 반면에 비겁한 평화는 상대의 정치군사적 요구에 응하여 구걸하여 얻는 평화다. 현재의 정전협정을 준수하는 가운데 새로운 평화질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구조를 논의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때가 아니다.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고, 정전협정을 파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평화협정을 맺어 평화를 얻고자 하는 것은 나무 위에서 물고기를 얻으려는 ‘연목구어(緣木求魚)’와 같다. 어기고 파기하면 휴지조각에 불과한 평화협정에 의존한 평화를 얻어야 할 시기가 아니다.
백승주 /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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