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3년 4월 1일

특집 | 안보위기일수록 평화협정 논의 서둘러야 2013년 4월호

특집 | 위기의 한반도 3대 쟁점

[Ⅲ] 평화협정 체결, 어떻게 볼 것인가?

안보위기일수록 평화협정 논의 서둘러야

한국진보연대 등 진보단체 관계자 등이 지난 3월 14일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앞에서 한·미연합 키 리졸브·독수리연습 중단과 평화협상 개시를 촉구하는 농성을 하고 있다.

한국진보연대 등 진보단체 관계자 등이 지난 3월 14일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앞에서 한·미연합 키 리졸브·독수리연습 중단과 평화협상 개시를 촉구하는 농성을 하고 있다.

지난 2월 12일 국제사회의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하였다. 분석 기관에 따라 편차가 있으나, 이번 핵실험의 규모로 판단하건데 북한은 이제 히로시마급 핵 폭발장치를 갖춘 것이 거의 분명하다. 이에 따라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핵실험을 규탄하는 대북제재 결의 2094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그러자 북한은 이에 반발하여 한국과 미국에 대한 공격을 위협하고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하는 등 연일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보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의 행동을 비난하고 있으며, 일본의 아베 총리는 “이대로라면 멸망할 것”이라면서 북한에 정책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심지어 사실상 북한을 두둔하여 왔던 중국의 대북정책도 변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기대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3차 핵실험 이후 북한의 대외적 고립이 더 강화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사실 제2격 능력이 없는 약소국의 핵무기는 군사적 용도보다는 정치적 용도에 더 적합하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들이 북한의 핵무기를 협상용으로 판단하여 왔다. 하지만 북한 외무성은 핵무기를 경제적 혜택과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이러한 주장을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이러한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대화를 통한 북핵 폐기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점점 더 강해질 것이며, 일본 총리의 주장대로 북한은 멸망할 것인가?

처음부터 완전히 다시 생각해보자

자생적인 성장의 동력을 발견하지 못하여 외부 지원이 절실한 북한 경제의 현실과 국제사회의 변화에 참여하지 못하고 고립정책을 지속하는 북한 지도부의 정책 등을 고려할 때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독재 체제의 붕괴와 민주주의 체제의 수립은 완전히 다른 과정이라는 것이다. 현재의 북한 체제가 붕괴한다고 하더라도 당연히 통일이 되는 것도 아니다. 예컨대 김정은 정권이 붕괴한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권위주의 정권이 수립될 수 있다. 혹은 권위주의 정권마저도 수립되지 못하고 북한 자체가 구심점이 없는 혼돈 속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우리는 이러한 북한에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대북제재를 주장하는 일부 사람들은 현재의 북한 체제를 최악의 상태로 상정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고건 전 총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2004년 용천역 폭발사고 당시를 회고하였다. 당시 고건 전 총리는 밤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안 죽었기를 바랬다고 언급하였다. 그 이유는 김정일 사망 이후의 혼란에 대한 대비가 없어서였다고 했다. 최근 몇 년 동안 통일비용 논의가 크게 증가하였으나, 우리 국민들의 통일비용 부담 의지는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급변사태에 대한 논의는 많지만 정작 북한 주민들이 한국과의 통일을 원하는지 불분명하다. 북한 주민들이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통일을 달성하는 것이 가능하거나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더구나 중국의 협조가 없는 대북제재의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 그런데 중국은 대북제재에 어디까지 협조할 것인가? 뿐만 아니라 우리는 미국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 미국의 대북정책이 북핵 폐기에서 비확산으로 변화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현재 우리가 직면한 문제의 발단은 북한이지만,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처음부터 완전히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의 정전협정 무효화 시도가 처음은 아니지만 최근 북한은 정전협정 백지화를 공언하였다. 일견 선전포고처럼 들리는 북한의 위협에 대하여 한국과 미국은 정전협정이 일방에 의해 폐기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평화를 지키려는 한·미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전협정을 일방적으로 걷어차는 북한의 행태를 고려할 때 한·미의 점잖은 언급은 너무 수동적으로 보인다. 북한이 정전협정을 지킬 생각이 없다면 차제에 새로운 평화협정을 역제안하는 것은 어떤가?

평화협정, 북핵 등 다양한 안보이슈 포괄해야

물론 어떤 평화협정도 그 자체로 평화를 보장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평화협정이 아니라 평화체제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평화협정은 평화체제의 하위요소이자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화협정 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 한국은 법적으로 정전협정의 당사자가 아니었지만 새 평화협정의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 이 평화협정은 남북 양자 간에 체결될 수도 있지만 관련 당사국을 포함한 다자협정이 될 수도 있다. 핵문제가 발등의 불이지만 평화협정의 내용은 핵을 포함한 다양한 안보이슈를 포괄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를 보장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가는 것은 포기할 수 없는 과제다. 특히 현재와 같이 안보위기가 심화되는 국면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지혜와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동시에 평화체제의 한 구성요소로서 평화협정에 대한 논의도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최용환 / 경기개발연구원 통일동북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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