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중국 신지도부, 중화민족주의 대외적으로 활용? 2013년 4월호
기획 | 시진핑의 중국은 어디로?
중국 신지도부, 중화민족주의 대외적으로 활용?
중국 최고 자문기구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이하 정협)와 최고 의결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가 동시에 개최되는 중국의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가 3월 17일 모두 폐막되었다. 특히 이번에 개최된 제12기 전국인민대표대회 1차 회의(이하 12기 전인대)는 새로운 임기 5년(2013~2018)의 첫 번째 회의로서, 향후 5년간 중국을 이끌 신지도부를 공식 선출하고 이들의 대내외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회의였다.
‘중국의 꿈’ 위한 단결 … 안정과 발전 조화 강조
회의 결과, 2012년 11월 18차 당 대회에서 시진핑(習近平)을 중심으로 개편된 당 지도부가 국정운영을 담당할 핵심 요직에 전면 등장함으로써 시진핑 지도부의 출범을 공식화하였다. 구체적으로 시진핑은 당 총서기에 이어 국가주석 및 국가중앙군사위 주석에 올라 중국의 당, 정, 군 3권을 장악한 명실상부한 최고지도자가 되었고, 권력 서열 2위의 리커창(李克强)이 국무원 총리에 선출됨으로써 향후 10년간 중국은 시진핑-리커창 체제로 운용될 것임을 예고했다. 이밖에 전인대 상무위원장에 장더장(張德江), 정협 주석에 위정성(兪正聲), 국가부주석에 리위안차오(李源潮)를 비롯, 장가오리(張高麗) 등 4명의 부총리와 외교담당 양제츠(楊潔) 등 5명의 국무위원, 왕이(王毅) 외교부장 등 25명의 부장(장관급) 등이 선출되었다. 이로써 중국은 후진타오(胡錦濤)-원자바오(溫家寶) 중심의 4세대 지도부에서 시진핑-리커창 중심의 5세대 지도부로의 권력교체를 마무리하였다.
금번 전인대를 통해 출범한 시진핑 지도부에 대한 국내외적 관심은 G2로 부상한 중국의 미래 향배와 깊은 관련이 있다. 사실 30여 년간 중국은 권위주의 정치체제(일당 지배체제)와 시장지향적인 개혁·개방정책의 결합을 통해 G2로 부상함으로써 국제적 지위와 영향력을 제고시켜 왔다. 그러나 시진핑 시기의 중국은 경제활동인구의 감소, 지역 및 빈부 격차, 부패, 소수민족문제 등 국내의 정치사회적 불안으로 인해 성장이 둔화 내지 정체되는 중진국의 함정에 빠질 것이란 관점이 있는 반면, 상기 문제들을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지속적인 국력성장을 이룩해 2020년 이후 미국을 능가하는 강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란 견해도 있다. 어느 전망이 현실화될지는 바로 시진핑 지도부가 대내외정책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년 18차 당 대회와 금년 12기 전인대에서 나타난 시진핑 지도부의 국정운영 방향은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틀하에서 과학적 발전관에 의거, 사상해방과 개혁·개방 수단을 통한 전면적 소강사회(2020년까지 국민소득 1만달러 달성)의 실현으로 압축된다. 그리고 ‘국가부강, 민족부흥, 국민행복’이란 ‘중국의 꿈’을 위해 단결할 것을 강조했다. 이는 금번 전인대에서 구체적인 정책목표로 투영되었는데, 핵심은 안정과 발전의 조화이다. 즉, 발전을 위한 개혁을 추진하되 안정을 중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서구식 정치개혁 대신 사회주의 민주법제 주창
구체적으로 7.5%의 성장을 목표로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는 한편, 수출과 내수, 성장과 분배의 균형을 통한 민생안정을 도모하는 데 방점이 두어져 있다. 이를 위해 올해 중국은 작년보다 4,000억위안 증가한 1조2천억위안(한화 약 215조)을 투입할 예정이다. 또한 균형 발전을 위한 서부대개발과 도시화 건설, 산업구조 조정에 주력하는 한편, 도시지역 일자리 창출 및 실업률 4.6% 이내 억제, 통화팽창의 억제를 통한 소비자물가 3.5%로 통제, 주택공급, 의료개혁, 사회복지, 교육, 환경보호, 식품안전 등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민생과 사회 안정에도 주력할 전망이다. 아울러 서구식 정치개혁이 아닌 사회주의 민주법제의 건설을 주창하며 부패척결을 강조한 점도 당과 민심의 괴리를 방지하면서 안정적 성장을 주도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정치개혁은 제한적이며, 경제발전 과실의 효율적 분배에 초점을 둔 행정개혁을 위주로 한 점진적인 추진이 될 것이다.
이러한 정책방향은 국무원 기구개편에도 반영되었다. 중국은 정부기능을 효율적으로 조정하는 대부제(大部制)의 원칙에 따라 기존 27개 부서를 25개로 축소하는 국무원 기구개혁을 단행하였는데, 부패의 온상이자 대표적 중복 부처였던 철도부와 교통운수부의 통합, 민생과 직결된 위생부와 국가인구계획생육위원회를 위생계획생육위원회로 통합, 식약품 안전사고에 대응한 ‘국가식약품감독관리총국’의 개편 등이 그러하다.
이밖에 남·동중국해 등 주변국과의 해양 영토분쟁을 고려한 국가해양국 확대개편은 시진핑 정부의 대외정책 방향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물론 시진핑 지도부는 산적한 국내문제의 해결 및 전면적 소강사회의 건설에 유리한 외부 환경의 창출에 전략적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평화’, ‘발전’, ‘협력’, ‘상생’ 등의 가치를 강조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저비용의 안정적, 평화적 지역질서의 유지·창출이란 기존 외교노선이 시진핑 체제에서도 여전히 유효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중국은 G2로 부상한 자국의 국제적 위상 및 확대·확산된 이익을 수호하는 데에 이전보다 더 적극적이고 깊은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진핑 지도부가 등장한 이후 공식문건이나 언론을 통해 ‘중화민족의 부흥’과 ‘국가주권, 안보, 발전이익’의 수호를 강조하는 것도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 특히 중국이 미국을 겨냥, 상호존중과 협력을 통한 상생의 ‘신형대국관계’ 건설을 제시한 것은 이제 미국도 중국의 이익과 관심을 존중해 줄 것을 주문한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향후 협력과 경쟁이 공존하는 미중관계에서 경쟁적 측면이 점차 부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신형대국관계, 미국에 중국 이익 존중 요구
다른 한편 시진핑 지도부는 책임대국으로서 국제질서의 형성에 적극적인 참여와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도 깊은 관심을 보일 것이다. 중국은 UN을 비롯한 G20, BRICs, 상하이협력기구(SCO), APEC 등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수행하고자 할 것이다. 특히 주변지역인 동아시아 지역 차원에서 중국은 자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역학구조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자국 주도의 질서형성을 위한 일환으로 한중 및 한중일 FTA, 지역전면경제동반자관계(RCEP)의 협상에도 전향적인 태도로 접근할 것이다.
즉, 시진핑 지도부는 주변국과의 동반성장을 도모하는 실리적 협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이는 중국이 국내불안 요인의 증가로 인한 대외적 패권 추구에 한계가 있고 자국의 부상에 대한 주변국의 위협 인식을 고려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토주권 및 자국 국민과 해외의 합법적 권익을 수호하는 데 쉽사리 양보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해양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일본과의 관계는 경쟁적 구도 속에서 대화와 협상을 모색할 것이나 강경한 입장과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부의 불만과 외부의 자극이 가미될 경우 시진핑 지도부는 중화 민족주의를 대외적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중국은 한반도의 외교안보 지형 및 경제적 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국가임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향후 10년간 중국을 책임질 시진핑 지도부의 대내외 정책은 우리에게 위기와 기회의 측면을 동시에 제공할 것이다. 위기를 최소화하고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냉철한 진단과 지혜가 필요하다.
전병곤 /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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