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중국, 북한에 ‘화는 낼 수 있으나, 적으로 보지 않는다’ 2013년 4월호
기획 | 시진핑의 중국은 어디로?
중국, 북한에 ‘화는 낼 수 있으나, 적으로 보지 않는다’
시진핑 체제가 공식 출범하면서 중국 신지도부의 대북정책에 세간의 눈길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시진핑 체제의 대북정책이 북핵문제를 계기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관점과 지나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동시에 존재한다. 물론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한반도정세 속에서 중국 신지도부의 대북정책을 전망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필자는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을 단지 ‘승계’ 또는 ‘변화’에 대한 이분법적 사고보다 ‘진화’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본다. 지난 시기 중국의 대북정책은 대체로 북한체제 안정, 북한체제 ‘연착륙(개혁·개방)’, 한반도 평화국면 조성, 한반도 비핵화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북한 제3차 핵실험을 전후하여 중국 관영매체들에 표출된 중국의 입장을 정리해보면 현재 중국의 대북논리는 다음과 같다. 우선 북핵 반대를 위해 중국은 마땅히 실질적 행동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행동의 정당성 여하를 불문하고 중국이 항상 북한에 편들기를 해줄 것이라는 인식을 북한에 심어주어서는 안되며, 국제사회도 이를 결코 수용치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그럼에도 한국, 미국, 일본 등의 국가들이 안보리를 통해 북한에 대한 극단적 제재조치를 요구할 경우 중국은 적극적으로 결의안 수정에 임해야 한다고 본다. 만약 중국이 한·미·일에 합세하여 대북제재를 주도하거나 중국의 대북 제재가 적정 수준을 초월할 경우 그동안 어렵사리 경영해온 북·중관계는 하루아침에 무너질 우려가 있으며, 이야말로 전략적으로 바보스러운 짓이라는 것이다.
또한 한반도 정세 악화는 북한에 책임이 있으나, 북한이 느끼는 안보압력은 무시한 채 북한을 봉쇄해온 한·미·일에도 절반의 책임은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은 현재 그 어느 한쪽에 끌려가기보다 초연한 자세로 한반도 문제에 임해 자신의 원칙을 고수함으로써 사태의 진전을 주도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중국, 대북제재 수위 조절
북한 제3차 핵실험을 전후로 중국이 실지로 추진한 구체적 조치들을 보면 이러한 입장과 주장들이 잘 반영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첫째, 중국 외교부는 실질적인 대북제재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사태의 악화 방지를 위해 신중하고 적절하게 대응하여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중시해야 한다고 언급하고, 관련국들의 냉정과 자제를 촉구해왔다.
그리고 대북제재 수위 조절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중국 유엔대사 리바오둥(李保東)에 따르면 2087호 제재 초안에 포함되었던 내용들 중 한반도 정세 안정 및 외교노력에 불리한 요인들, 북한 민생경제 및 정상적 무역 및 교류에 속하는 제재내용들이 협상을 통해 해결되었다고 한다.
최근 통과된 2094호 제재 결의안의 법적 근거도 유엔 헌장 제7장(평화에 대한 위협, 평화의 파괴 및 침략행위에 대한 조치)의 제42조(군사적 조치)가 아닌 제41조(비군사적 조치)로 합의를 보았다는 점도 이를 잘 말해준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협상과정에서 대북제재 시스템을 일정수준 확대 및 강화했지만 구체적이고 민감한 내용들에 있어서 중국이 일정수준 ‘톤 다운’ 역할을 했음을 의미하는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시진핑 총서기가 지난 1월 22일 김무성 한국 특사와의 면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강조와 더불어 한반도 문제는 ‘드러난 문제와 근본적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것을 강조했다.
이와 같은 점들을 고려해 볼 때, 중국은 현단계 무엇보다 역내 관련국들의 입장을 두루 수렴하여 격화되어 가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안정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특히 북한에 대해서는 ‘화는 낼 수 있으나, 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북한의 로켓 발사 및 제3차 핵실험을 전후하여 중국의 대외 행보에서 다소 이례적인 현상들이 다수 포착된 것 또한 사실이다. 첫째, 중·미간의 적극적인 정책조율이다. 둘째, 북한 로켓발사에 대한 2087호 유엔 결의안과 3차 핵실험에 대한 2094 결의안에 중국이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셋째, 북한 로켓 발사와 핵실험에 대한 단호한 입장과 더불어 실질적 제재조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국이 이처럼 ‘이례적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은 국제정세 변화에 따라 중국 대북정책 승계에 구조적 제약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주로 다음의 몇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북한이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중국이 6자회담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2차례 로켓발사, 제3차 핵실험, 9.19공동성명 및 6자회담 사멸 선언, 추가적 물리적 조치와 전쟁협정 백지화 입장을 밝혔다. 결국 북한이 미국을 향해 침을 뱉은 것 같지만, 실지로는 중국의 발등에 떨어진 격이 되었다. 중국의 입장과 체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북한에 대해 중국이 보다 진지한 태도를 보이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기존 대북정책 승계에 구조적 제약 발생
둘째, 미국과의 전략적 제휴의 필요성 때문이다. 중·미 양국은 항상 국제체제라는 보다 넓은 프레임 속에서 한반도 문제를 고려한다. 중국은 새로운 협력관계 구축을 모색하기 위해 2012년 2월 당시 시진핑 부주석은 경쟁과 협력의 최적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새로운 대국관계를 제시했고, 이는 동년에 개최된 중·미전략·경제대화(SED)에서 공식 제기되었다. 중·미 간의 소모적 경쟁을 지양함과 동시에 전략적 신뢰에 기반한 선순환적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간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한반도 문제 해결의 측면에서도 양국은 무엇보다 협력에 무게를 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셋째, 북핵 위기를 계기로 역내 정세에 새로운 이상기후가 나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아태 귀환’을 선포한 미국은 대 중국 견제를 위해 한미, 미일 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한·일 양국 간의 군사적 협동관계 구축을 위해 은근히 신경을 쓰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은 우경화 추세와 함께 ‘군사 대국화’ 조짐을 보이고 있고, 한국도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를 공개하는 등 미국 주도의 MD체계에 편입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처럼 북핵문제에 따른 부작용이 단지 우려가 아닌, 보다 현실적 상황으로 다가오는 추세 속에서 중국은 기존에 비해 보다 적극적으로 북핵문제에 대응해 나서야 하는 절박성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정당성, 합리성, 절제성 원칙에서 대응
넷째, 북한의 강경태도에 대한 중국 국내여론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내 일부 언론들은 대북지원 축소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에 대해서도 노골적으로 이견을 표출하면서 ‘북한 포기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지속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체면과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북한에 대한 중국사회 내부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시진핑 체제 등장 이후 중국의 대북정책 기조에서는 아직 큰 변화를 읽어내기 어렵다. 선대 지도부의 대북정책을 ‘승계’하는 차원에서 무엇보다 악화되고 있는 반도 정세를 안정시키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내부에서 대북정책 재조정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2009년 2차 북핵 실험을 돌이켜 볼 경우 한동안 내부적 논란이 지속되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국제정세의 변화로 대북정책을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들이 증가하면서 중국은 일정 수준의 정책 조정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게다고 국제적 지위 변화와 더불어 국민적 자신감의 증대와 대외정책 수단의 다양화는 정책조정의 동력이 되고 있다.
또한 2009년 당시와는 달리 북한이 일정수준 안정을 되찾았다는 점도 중국 정책조정에 일정한 정치적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정책기조의 승계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도 대응수준에서는 일정한 변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 대응양상은 주로 정당성(有理), 합리성(有利), 절제성(有節) 세 가지 원칙에 따라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첫째, 북핵문제 대응에 있어서 행동의 정당성(有理)을 강조하게 될 것이다. 명실상부한 책임 있는 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대외행위에 대한 역내 국가들의 암묵적 동의를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북한 편들기를 지양하고 대북정책과 관련하여 관련국들과의 정책조율에 적극 임해 나설 것으로 보인다.
둘째, 행동의 합리성(有利)원칙이다. 정당성 확보를 전제로 국익 중심으로 중국이 얻을 수 있는 것을 분명히 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가용 수단을 다차원적으로 활용할 것이다. 특히 북한의 추가적 도발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대응수위를 높여나갈 가능성이 높다.
셋째, 절제성(有節) 원칙이다. 중국의 대북정책 기본 원칙은 한반도 안정이다. 국제사회 대북제재가 북한체제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하고 있으며, 중국 차원의 대북제재도 일정한 수준에서 ‘당근의 크기’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것이다. 또한 추후 북한이 유화정책을 구사할 경우 북한과 관련국들 간의 협상과 대화를 적극 종용할 것으로 보인다.
박동훈 / 연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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