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 아베노믹스, 디플레이션 탈출과 엔고 시정 추진 2013년 4월호
포커스 | 아베노믹스, 디플레이션 탈출과 엔고 시정 추진
최근 일본경제는 엔화 약세와 주가 급등 지속으로 순풍이 불고 있다. 작년 11월 중순 일본 중의원 해산 및 아베 자민당 총재의 무제한 금융완화 추진 발표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4개월 동안 엔화는 21%, 주가(닛케이225)는 무려 43% 상승하였다. <교토통신>의 여론조사 결과 아베 내각의 지지율도 작년 12월 말 출범 당시 62%에서 2월 말에는 72.8%로 2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이른바 ‘아베노믹스’의 강력한 추진에 기인하고 있다.
엔고 시정, 절반 성공 … 재정건전성 위협
아베노믹스(Abenomics)는 아베(Abe)와 경제학(Economics)의 합성어로 작년 12월 출범한 아베 정부가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경제정책을 의미한다. 아베노믹스의 정책목표는 디플레이션 탈출과 엔고 시정에 있다. 일본정부는 일본경제의 장기침체를 총수요 부족에 의한 지속적인 물가하락(디플레이션)에 있다고 진단하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에 달하도록 총수요를 진작시키는 것을 가장 핵심적인 정책목표로 삼고 있다. 또한 일본정부가 명시적으로 내세우지는 않고 있지만 아베노믹스의 또 다른 중요한 정책목표는 엔고를 시정하여 일본 수출기업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하는 데에 있다.
이러한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아베노믹스는 대규모 양적완화(금융정책), 공공사업 확대(재정정책), 민간투자 촉진을 유도하는 성장전략(산업정책)이라는 3대 경제정책을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첫째, 금융정책 측면에서 일본은행이 소비자물가상승률 2%를 정책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국채를 포함한 다양한 금융자산을 매입함으로써 시중에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 대담한 양적완화의 핵심이다. 이러한 양적완화를 통해 금융기관은 자금이 풍부해지고, 이것이 기업과 가계에 대한 대출로 이어져 투자와 소비를 증가시키는 경제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또한 양적완화로 인한 엔화 공급량의 증가는 엔화가치의 하락을 유도하여 일본 수출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아베 총리의 대담한 양적완화에 대한 강력한 추진의지에 따라 일본은행은 작년 12월에 자산매입기금 규모를 확대(10조엔 추가)하였다. 그리고 금년 1월에는 소비자물가상승률 목표를 기존 1%에서 2%로 상향조정, 2014년부터 무기한 국채매입(연간 10조엔 규모), 정부와의 정책협조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소비자물가상승률 2% 달성 시기의 미제시, 무기한 국채매입의 내년 실시 및 소규모의 양적완화 등의 측면에서 일본은행이 금융완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미흡하다.
둘째, 재정정책 측면에서는 재정적자 누적으로 인한 국가채무 위기에 대한 우려보다는 정부의 재정지출을 적극적으로 확대함으로써 우선 침체된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 재정지출 확대전략의 핵심이다. 재정지출 확대전략은 동일본대지진 복구, 노후화된 사회자본 갱신투자 확대, 지진과 쓰나미 등 자연재해에 대한 대응력 강화 등을 그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일본정부는 향후 10년에 걸쳐 약 100조~200조엔에 상당하는 국토개조를 위한 대대적인 공공사업을 벌인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위해 ‘국토강인화기본법’을 제정하고 ‘국토강인화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기업, 엔저-원고 대응 경영전략 세워야
아베 정부는 1월 초순 긴급경제대책으로 10.3조엔에 달하는 대규모의 추경예산을 편성하고 이중 절반이 넘는 5.2조엔을 공공사업에 배정하였다. 또한 2013년 예산에서는 공공사업비를 전년 대비 15.6% 인상(5.3조엔 규모)하는 등 공공투자 확대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셋째, 산업정책 측면에서 민간기업의 투자의욕과 제조업의 산업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산업경쟁력회의(총리가 의장)를 설치하고, 전략시장 창조계획, 국제전개전략, 산업재흥계획을 책정하는 것이 성장전략의 핵심이다. 전략시장 창조계획은 건강, 에너지, 차세대 인프라, 농업·수산업 등 지역자원이라는 4대 분야에서 관련 시장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육성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국제전개전략은 아시아 등 해외시장의 성장력을 활용하는 전략이다. 산업재흥계획은 일본을 세계에서 가장 기업친화적인 나라로 만드는 것으로 목표로 하고 있으며,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는 ‘국제첨단테스트’를 도입하는 등 규제개혁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본정부는 구체적인 성장전략을 6월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아베노믹스는 저성장 탈출을 위한 일본정부의 새로운 시도이나, 특히 재정건전성 관점에서 위험요인이 존재한다. GDP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국가채무를 안고 있는 일본 입장에서 재정지출 확대는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고, 대담한 양적완화는 궁극적으로 금리상승을 초래해 국채이자 상환 부담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있다.
엔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아베노믹스는 엔고 시정이라는 측면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디플레이션 탈피라는 또 다른 정책목표의 달성에는 시간이 요구된다. 왜냐하면 기업실적 호전, 고용확대, 개인소비 증가,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에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금융완화론자인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4월 이후 본격적인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도입하게 되면 엔저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더군다나 오는 7월 참의원 선거, 내년 4월 소비세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아베노믹스는 당분간 강력하게 추진될 전망이다.
엔저 심화는 일본상품과 경쟁하는 한국상품의 국제경쟁력을 상대적으로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우리 정부는 국제적인 환율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과도한 엔저에 대해서는 국제공조를 통해 대응해야 하며, 기업차원에서는 환위험 관리, 제품차별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 등 엔저-원고 기조에 대응하는 경영전략 수립이 요구된다.
이형근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일본팀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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