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 ‘레드라인’에 근접한 이란 핵문제 2013년 4월호
집중분석 | ‘레드라인’에 근접한 이란 핵문제

지난 2월 26~2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 독일 등의 ‘P5+1’과 이란이 참석하는 ‘이란 핵개발 의혹 해소 협상’이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진행됐다. 다음 협상은 4월 5~6일 알마티에서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란의 핵개발을 좌시하지 않겠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3월 14일 이스라엘 <채널2> TV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모든 옵션이 실제로 테이블에 있다.”며 이란 핵 시설에 대한 군사 공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장기화하는 이란 핵개발 사태에 대한 서방의 압박 수위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에 충격을 받은 국제사회가 오히려 이란에 대한 핵개발 저지 노력을 배가하고 있는 것이다.
북 3차 핵실험, 이란 핵문제 관심 고조시켜
미국정부만이 아니다. 3월 한 달 동안에만 국제사회 곳곳에서 이란에 대한 압박조치와 발언이 여러차례 나왔다. 이란 핵개발을 최대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이란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장기 내전으로 빠져든 시리아 사태의 책임을 이란에 돌리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아비브 코차비 소장은 14일 “이란이 시리아 정부군에 지난 수개월 동안 무기지원을 크게 늘려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생명줄을 연장해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은 이란의 인권침해를 문제 삼았다. 3월 11일 브뤼셀에서 열린 EU 27개국 외무장관 회의는 이란이 심각한 인권 침해를 계속 자행하는 데 대응해 여행금지와 자산 동결 조치를 가하는 이란인 제재 리스트에 9명을 추가했다. 이란정부가 야당 인사를 폭력적으로 탄압하고 재판도 없이 구금하고 처형하는 데 대한 EU의 조치였다. EU는 이미 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원유금수 조치와 무역 및 금융 제재를 가하고 있다.
같은 이슬람권인 아랍권의 움직임도 최근 심상치 않다. 이란정부를 직접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3월 13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제30차 아랍 내무장관회의의 성명이 한 예다. 아랍권 22개국 내무장관들은 “이란이 바레인과 예멘 내 테러조직을 지원하고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비난 성명을 채택했다.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감은 2월 말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드러났다. 영화 <아르고>가 작품상, 각색상, 그리고 편집상을 받았다. <아르고>는 1979년 11월 4일 이란 테헤란에서 시위대에 점령된 미국 대사관 직원 6명을 구출하려는 중앙정보국(CIA)의 실제 작전을 소재로 한 영화다. 이란 당국은 이 영화가 사실을 왜곡했다며 국내 상영금지 조치는 물론 제작사를 고소한 상태다.
이란이 최근 다시 국제사회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북한의 3차 핵실험이다. 국제 비확산 체제를 주도하는 미국과 서방에 이란 핵은 최대 현안이 되고 있다.
이미 ‘레드라인’을 넘어버린 북한과 달리 아직 ‘진행형’인 이란의 핵개발을 막는 것이 더욱 시급해졌다. 이란의 우라늄농축 수준은 이미 민수용 한계인 20%를 넘었다. 무기제조에 필요한 9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 생산은 의지만 가지면 시간문제다. 즉, 이란도 국제사회가 설정한 ‘레드라인’에 근접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등 ‘P5+1’이 2월 말 이란과의 협상에서 20% 우라늄농축 활동 중단과 국외 반출을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란이 북한과 같이 통제 불능한 단계에 접어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목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국제 핵 비확산 체제는 뿌리째 흔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란과의 협상과 조치에서 국제사회가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2월 26∼27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진행된 이란과 ‘P5+1’ 간 협상에서도 긍정적인 합의가 도출되지 않았다. 수년간의 협상이 이어져 왔지만 양측은 평행선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석유금수 등 이란에 대한 강력한 경제제재에 대한 효과도 가시적인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란 경제에 분명히 충격을 주고 있지만 결정타는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이란은 파키스탄과 가스관 건설을 강행하는 등 제재를 피해 활로를 확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은 우라늄농축을 가속할 수 있는 신형 원심분리기를 설치하고 있고,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후보지 16곳을 새로 선정하는 등 핵개발 의지를 더욱 확고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란, 무기급 우라늄농축은 시간문제
이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분석과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3월 5일 중동지역을 담당하는 제임스 매티스 중부사령관도 의회에서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경제 제재와 외교로 막으려는 시도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이란이 협상으로 시간을 벌면서 군사적 목적으로 우라늄을 농축하고 있다는 것이 매티스 사령관의 분석이었다. 이를 반영하듯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 시나리오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공화당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정부 시절, 초강경 보수파(네오콘) 핵심인사였던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3월 11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의 핵무기 확보 전 핵시설 공습 여부와 관련, 최종 결단을 내리는 데에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오바마 민주당 정부가 이란에 대한 군사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결국 이스라엘이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미국은 중동에서의 또 다른 전쟁을 원하지 않고 있다. 민주화로 이미 혼란 속에 있는 중동에서 새로운 전선을 펼치기가 부담스럽다. 이라크 및 아프간 전쟁을 어렵게 탈출한 오바마 행정부에게는 더욱 그렇다.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에 ‘직접 대화’를 통해 적극적으로 손을 내미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 백악관 안보회의 중동국장인 플린트 레버레트는 최근 펴낸 저서 <테헤란으로 가기>에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핑퐁외교로 중국을 개방으로 이끌어낸 것을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정민 / 한국외대 중동아프리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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