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3년 4월 1일 0

윗동네 리얼 스토리 | 잔칫집에서 대접 잘 받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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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동네 리얼 스토리 26 | 잔칫집에서 대접 잘 받으려면?
 
 
 얼마 전 북한에 있는 조카(여)와 통화를 했다. 또 돈 보내라는 청이지만 그때마다 사는 소식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어 나로서는 다행이었다. 대체로 보면 오가는 말 중에 가슴 아프다거나 웃지 않고는 못 견딜 일들이 내포되어 있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필자가 조카에게 “네가 지금 나와 같이 한국에 있다면 윗사람으로 선물도 많이 해주고 싶은데.” 하고 말하자 조카는 “돈이면 되지.” 하며 기왕 선물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이라며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충격적인 말이었다.

 작년 가을부터 이상한 풍조가 북한의 도시들을 휩쓴다고 한다. 결혼이나 환갑은 물론 사라져 가던 아이 100일잔치와 돌잔치도 다시 재현되고, 있는 사람들일수록 자기 생일잔치까지 차리고 부조나 선물을 받아들인다는 것이었다. 부족한 식량사정과 관련해 먹자판을 없애라는 윗선의 방침에 의해 결혼잔치조차 집안끼리 간소하게 하던 북한의 현실로써는 의외의 일이다.

큰 마음 먹고 준비했는데 푸대접?

 부조로는 돈보다 선물을 더 중시한다는 말도 했다. 달러나 엔, 위안이라면 몰라도 가치가 떨어질 만큼 떨어진 북한 돈을 부조라며 내밀 수는 없기 때문이란다. 그렇다고 북한 돈으로 한 움큼이나 되는 가치의 외화 한 두장으로 부조를 하는 사람은 없단다. “고위급에서는 간혹 있는 일이지만…”이라며 말을 흐린다.

 올 겨울 어느 날 조카도 친구 결혼식에 가며 큰 마음 먹고 선물을 준비했다고 한다. 친한 사이기도 했지만 선물의 크기에 따라 대접이 달라져서 같은 값이면 대접을 잘 받자는 의미로, 아깝지만 돈을 좀 들였다고 한다. 대접을 잘 받는다는 것은 선물이 마음에 들었다는 의미고 친구 사이 우정의 표시도 되기 때문이지만 기본적으로는 ‘다음번 내 결혼 때도 그리하라.’는 말없는 암시이기도 했다. 선물을 들고 그 집에 들어서며 눈치를 살폈는데 자기처럼 큼직한 선물을 들고 오는 사람이 별로 없어 보여 한결 마음이 놓였다고 한다. 그래서 작은 봉투를 들고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자기 선물을 표 나게 들며 어깨를 으쓱하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두 칸 방에 음식이 차려져 있는데 한 쪽은 수수하니 너무 평범했고, 다른 한 쪽은 신랑신부가 받았던 큰 상을 헐었는지 고기에 순대까지 놓여 푸짐했다. 조카는 당연히 그 푸짐한 고기 상에 앉을 줄 알고 그쪽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러나 웬 걸? 안내자가 손짓하더라는 것이다. 저기 저 수수하고 평범한 방으로 가라고 말이다. 황당하여 살펴보니 오히려 작은 봉투를 들고 들어온 사람들이 떡 벌어진 상에 초대되고 있었다. 억울한 마음에 얼굴까지 빨개졌지만 그렇다고 억지를 부릴 수도 없고 해서 소태 씹은 오만상으로 차린 음식을 먹긴 먹는데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감각조차 없더라는 것이다.

 나오는 길에 뒤늦게 들어오는 친구인 옥단이를 만나 다짜고짜 구석으로 몰고 가 물었단다. “넌 선물이 뭐야?” 하니 “이거.” 하며 작은 봉투를 보여준다. “그게 뭔데?” 갑자기 옥단이는 그걸 뒤로 감추며 “어쩌겠어, 친구가 시집가는데 최고의 선물을 해야지. 아깝긴 하지만 후에 내 잔치 때 쟤도 나처럼 할 거라 생각하니까 괜찮더라. 흐흐.” 했다.

“너 정말 모르니? 이게 요즘 잔치유행인데?”

 조카는 더더욱 궁금했다. “글쎄, 그 선물이 뭐냐니까?”, “얜 알면서, 최고의 선물이라지 않니.”, “최고의 선물? 그럼 뭐야, 보석이야? 아님 금이야?”, “너 정말 모르니? 이게 요즘 잔치유행인데?” 조카는 정말 모른다는 식으로 연신 고개를 끄떡였다. 그러자 옥단이 주위를 한 번 살피고 나서 자신의 귀에 대고 하는 말을 듣고 조카는 깜짝 놀랐다고 한다. 필자도 놀랐다. 세상에 어찌 그런 일이. 지금도 그걸 생각하면 어처구니가 없어 허한 웃음을 웃는다. ‘세상에 수많은 나라가 있지만 북한 같은 나라도 있나.’ 하는 생각에 온 몸이 저절로 부르르 떨렸다.

 최고의 선물이란 다름 아닌 ‘얼음’, 즉 마약이라는 것이다. ‘삥두’라고도 하는 필로폰을 결혼이나 환갑잔치의 최고의 선물로 봉투에 슬쩍 넣어 준다는 것이다. 언제부터 유행되었는지는 정확히 모르나 부피가 작고 비싼 값에 거래되기에 선물로써는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받아 들여 잔치가 끝난 뒤 다시 팔아 돈으로 쓴다고 한다. 그러니 작은 선물이지만 최고의 선물이고 그에 따른 우대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약이 최고의 선물로 통용되는 나라. 이걸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답답한 마음뿐이다.
 
 
이지명 / 계간 〈북녘마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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