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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 ‘영웅포’포성, 도발의 전주곡 되지 않기를 2013년 4월호

영화리뷰 | <포병의 아들>

‘영웅포’포성, 도발의 전주곡 되지 않기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3월 11일 백령도 타격임무를 부여받은 제641군부대 산하 장거리포병 구분대를 시찰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3월 11일 백령도 타격임무를 부여받은 제641군부대 산하 장거리포병 구분대를 시찰했다.

요즘 연일 계속되는 북한의 전쟁위협으로 우리 사회도 북한사회처럼 ‘전시상태’가 일상화되어 가는 듯하다. 과거 북한의 ‘불바다’ 위협으로 라면 값이 오르는 등 부산했던 것을 떠올리면 참으로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어떠한 때엔 정말 이렇게 태평해도 되는지 스스로 불안해 지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의 서울은 미군이 싫어하는 ‘인계철선’이란 용어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즉 미군의 희생으로 인한 보호막이 아니어도 민간인 외국인만 27만여 명이 거주하는 도시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래도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번 호에서는 북한영화 <포병의 아들(1980)>을 소개한다. 소개에 앞서 북한의 영화에 대해 간략히 짚고 넘어가자. 북한은 영화를 정치선전수단으로 매우 중요시 해왔다. 특히 북한은 ‘예술영화’란 독특한 장르를 갖고 있는데 북한에서의 ‘예술영화’는 우리들이 아는 독립영화류의 예술영화와는 완전 다른 의미다. 우리가 아는 ‘예술(art)’이 아니라 ‘정치(politic)’라는 의미에 가깝다.

北, 서해 NLL 사격훈련 전날 TV 방영

북한은 영화제작에 있어서도 항상 그 속에 ‘종자’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설명하자면 영화는 정치사상선전의 수단이기 때문에 그 안에는 수령에 대한 ‘충성’, ‘애국’, ‘헌신’ 등 북한체제에서 강조하는 도덕률을 잘 구성해서 인민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야 북한식으로 ‘잘 만들어진’ 영화다.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북한의 예술영화는 각종 기념일을 비롯하여 상징적 촉매가 필요한 시기에 TV를 통해 방영하여 분위기를 띄운다. 최근에는 ‘코트의 악동’ 데니스 로드먼을 평양으로 초청하여 깜짝쇼를 연출하기도 했는데 역시나 로드먼이 평양에 도착하기 몇 일전에 북한의 <조선중앙TV>에서는 농구영화가 방영되었다.

이번 호에 소개할 예술영화 <포병의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지난 2010년 8월경의 한반도 분위기를 언급해야 할 것 같다. 당시 NLL(북방한계선)을 중심으로 남북 간 긴장이 극한으로 치달았고 북한의 도발이 있었다. 2010년 8월 9일 우리 군의 서해훈련이 끝날 무렵, 북한은 NLL 인근에 해안포 사격훈련을 실시했다. 그리고 NLL에서 해안포 사격훈련을 하기 전날 <조선중앙TV>는 이 영화 <포병의 아들>을 방영했다.

김정은이 현지지도한 한 포병부대에서 포사격 훈련이 실시되는 모습

김정은이 현지지도한 한 포병부대에서 포사격 훈련이 실시되는 모습

북한군 포병부대 훈련 모습 눈길 끌어

원래 이 영화는 그동안 북한의 포병절인 6월 20일을 전후로 방영했었다. 하지만 2010년의 경우 북한은 8월에 이 영화를 방영한 뒤 NLL 갈등을 증폭시키는 과정에서 이 구역 인근에서 실시된 우리군 훈련을 빌미로 연평도에 대한 해안포 사격을 실시했던 것이다. 하여간 2010년은 비극적인 해였다. 당시 천안함 사건에 이어 11월 23일 오후 2시30분 북한의 연평도 기습포격 사건이 발생해 수많은 젊은 목숨이 안타깝게 스러져 갔다.

당시 서해에서의 무력도발 과정에 방영되었던 <포병의 아들>은 포병으로 입대한 병사가 대를 이어 ‘영웅포’ 포반장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여느 북한 영화가 그렇듯이 줄거리는 매우 간단하다. 이 영화는 북한군 포병으로 갓 입대한 신입 병사인 함철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함철진은 한국전쟁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은 고아로 하나뿐인 누나는 인근 부대의 간호사관으로 근무 중이다. 그리고 함철진 부대의 중대장은 공교롭게도 과거 함철진의 부친과 같이 근무했던 인연이 있다. 그래서 함철진에게 남다른 애정을 갖고 지켜보는 후견인이다.

영화에서 갈등은 훈련과정에서 함철진이 보여준 군기 빠진 행동에서 비롯된다. 이로 인해 누나와도 다투고 중대장으로부터 심한 꾸중을 듣는다. 군대를 경험한 사람이면 잘 알고 있는 “훈련은 실전같이, 실전은 훈련같이”란 구호처럼 기압 든 모습으로 훈련했어야 했는데 실전이 아니라는 이유로 농땡이를 부린 것에서 문제가 발생했던 것이다. 결국 함철진은 중대장과 누나로부터 과거 아버지가 최초의 영웅포 포대장이 되었던 사연을 듣고 대오각성하게 되면서 맹연습을 거듭하고 급기야 ‘연합부대 포사격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영웅포’ 포장으로 임명된다.

이 영화도 북한영화의 루틴한 패턴인 ‘주인공의 타락이나 실수-주변인과의 갈등-감화 및 각성-목적달성’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영상도 흑백이기 때문에 매우 어둡다. 이 영화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북한군 포병부대 훈련 모습이다. 북한 포병은 자주포보다는 견인포가 많은데 포병들은 곡사포를 끌고 산등성이로 올라가 수평으로 연안 가운데 놓인 선박을 향해 포를 발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수동포를 조작해서 움직이는 배를 맞춘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작전이지만 자동포가 많지 않은 조건에서 화력밀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그러한 약점을 보완하려는 전술은 최근 김정은이 포사격훈련 지도현장에서 내린 방침에서도 확인되었다. 부디 또 다른 도발이 없기를 바란다. 포병절이 아닌 날에 이 영화 <포병의 아들>이 <조선중앙TV>에서 방영되지 않기를 바란다.

서유석 /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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