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5년 4월 1일

박계리의 스케치北 | 누구를 위한 피자? 모두를 위한 삐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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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리의 스케치北 40

누구를 위한 피자? 모두를 위한 삐쟈!

작가 김황은 세계에서 가장 문화적으로 고립된 국가로 북한을 설정하고, 그러한 북한이 피자를 즐겨먹는 김정일을 위해 2008년 평양에 최초로 피자점이 문을 열게 되었다는 전제에서 <모두를 위한 삐쟈> 프로젝트를 시도한 바 있다. ‘문화교류 봉쇄’에 가까운 정책을 펴고 있는 북한 사회가 고위층을 위해서는 피자 레스토랑까지 만든다는 것이 아이러니한 것이라고 판단한 작가는 ‘북한의 일반 주민들도 피자를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게 되었고 그 대안으로 피자 만드는 방법을 담은 영상을 제작하기로 한 것이다.

김황은 피자 만드는 방법 등이 포함된 영상 작품을 북한 암시장의 한국 드라마 배포 루트를 따라 북한 주민들에게 배포하게 되는데, 그 후 약 6개월 동안 북한 주민들에게 사진, 메모 등 지속적인 피드백을 받게 된다.

“처음부터 피자 만드는 영상을 만들고자 한 것은 아니었어요. 시작은 나와 똑같은 나이의 북한 젊은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었어요. 이데올로기라는 거창한 것 말고, 그저 단순한 호기심이 있었고, 소통을 해보고 싶었죠.”라고 당시를 회상했다.CS_201504_75

김황, 피자 만드는 방법 담긴 DVD 500장 북한으로!

김황은 북한과 중국의 국경지대에 많은 수의 밀수꾼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중국 등 해외에서 일을 하고 있는 탈북자들이 20만명은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후 보다 적극적으로 영국, 중국, 한국 등 여러 나라에 있는 탈북자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했다.

작가는 100명 넘는 탈북자와 인터뷰 했는데, 이들이 편지 등을 북한 가족들에게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외국에서 북한으로 DVD가 들어가는 통로를 알게 되자 이 네트워크를 통해 자신의 작업을 똑같은 방식으로 북한에 보내기로 결심하게 된다.

예쁜 주인공이 나오는 이 영상에는 북한 주민들이 실제로 피자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방법을 낭만적이고 밝은 구성으로 담아내고 있다. 맨 마지막에 시식을 해보는 주인공과 남자친구의 표정이 그리 좋지 않다. 남자친구는 약간 느끼한지 고추장을 꺼내 찍어 먹으려 하자, “촌스럽다, 야!”하면서 그냥 먹으라고 눈을 흘기던 여자 주인공. 마지못해 고추장을 찍은 피자를 한 입 먹더니 금세 표정이 환하게 밝아진다. 피자에 핫소스를 뿌려 먹는 것을 좋아하는 필자도 영상을 보면서 함께 웃었던 기억이 새롭다.

작가는 2010년 약 5백장의 DVD를 북한에 보냈고, DVD를 본 북한 주민들로부터 다양한 반응을 접했다. 밀수꾼들의 ‘룰’ 덕분이었다. 편지 등을 보낼 때 상대방이 받았다는 확인서를 꼭 받아오게 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작가는 어떤 피드백이든 돌아온다는 건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작가는 막상 피드백이 오자 놀라웠었다고 회상했다. 배우들한테 보내 온 팬레터부터 어떤 이들은 영상을 보고 실제로 피자를 만들어 먹은 사진을 보내 온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반응은 작가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가 생각하던 관념 속의 북한과 달랐기 때문이다.

“이 작업을 시작한 이유는 뭔가를 해보자는 것보다는 단순한 호기심과 젊은이와 소통 해보자는 것이었는데, 북한 주민들로부터 온 피드백도 비슷한 콘텐츠였다는 점이 아이러니하게도 제겐 놀라웠어요.”

배포 동영상 DVD 커버에는 ‘별 피자’라고 써 있다. 이 영상의 마지막 장면에 북한 국기 모양의 테이블 위에서 피자가 별 모양으로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북한 국기에서 별은 당을 의미한다. 별 피자를 조금씩 먹어가는 모습은 아이러니한 정권과 문화정책을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작가의 상징이다.

 

 

박계리 / 통일디자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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