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2년 2월 1일 0

기획 | 동북아, 미·중 갈등 무대…한국, 근본적 위협 직면 2012년 2월호

 

기획 | 중국을 직시하자

동북아, 미·중 갈등 무대
한국, 근본적 위협 직면

근대 국제질서가 등장한 이래로 강대국을 중심으로 한 세력관계의 변화는 국제정치 현상 일반을 해설하는 가장 중요한 설명변수였다. 국제사회의 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약소국들의 대외관계가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주요국들 간 ‘강대국 정치’는 대개의 경우 국제사회에서 포괄적으로 진행되는 다양한 행위와 가치관의 기준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다소 저널리스틱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중국의 부상에 따른 미국과 중국 사이의 새로운 권력관계를 의미하는 ‘G2시대’는 보편적인 의미에서의 국제정치적 영향은 물론 미국과 특수한 동맹관계를 맺고 있으면서 동시에 중국과 마주하고 있는 한국에게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G2’는 주로 미국과 중국 사이의 경제적인 영역에서의 협의체적 차원의 표현으로 사용되다가 구체적으로는 2011년 1월 오바마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 사이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정치 및 사회적 영역을 포함하여 국제사회 전반에 걸친 공동의 리더십을 행사하는 지위를 뜻하게 되었다. 물론 여러 가지 기준으로 볼 때 아직까지 중국은 미국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소위 탈근대적 국제환경의 특성상 미국 단독의 헤게모니적 영향력으로 국제사회의 모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인구, 영토, 경제성장, 지리적 요인, 군사현대화 등 모든 측면에서 초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과의 협력은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의 유지와 안정에 필수적인 요소가 된 것이다.

 KR_201201_23中, 美 질서 속 혜택만 누리고 책임 회피?

미국과 중국 사이에 전개되는 강대국 정치는 지금까지 역사 속에서 존재하였던 강대국 정치와 어떤 차별성을 보이는가? 19세기 유럽 강대국들 사이에서 작동하였던 유럽협조체제, 20세기 냉전기간에 작동했던 미·소 간 양극체제, 그리고 냉전 종식 이후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단극질서와 향후 예상되는 미·중 간 세력관계는 어떻게 다른가? 한 마디로 ‘협력과 갈등의 공존’으로 표현된다.

미국과 중국은 지리적 특수성, 문명사적 배경, 정치·사회적 정체성, 가용 외교자원의 활용방식 등 모든 관점에서 서로 차별적이다. 비록 국제정치경제질서의 안정성과 글로벌 거버넌스의 원활한 작동이라는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지만, 두 국가는 언제든지 갈등 국면에 접어들 수 있는 국가이익과 국가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미·중 간 협력과 갈등의 정치가 우리에게 더욱 중요한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는 한반도 문제와 동북아 안보질서가 어떤 형태로든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을 촉발시키는 불안요인을 안고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알려진 바와 같이 북한 문제와 한반도 평화통일을 바라보는 두 국가의 시각은 사뭇 차별적이다. 미·중 간 G2가 구체적으로 현실화된다면 양 국가가 글로벌 차원에서 인식하고 있는 협력의 중요성을 한반도적 차원에서도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美 ‘아시아 귀환’ … 中과 갈등 소지 많아

중국은 포괄적인 의미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한 간 미래 통일을 지지하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결과적으로 미국과 우호적인 한반도 통일정부의 수립에 상당한 거부감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경제성장이 지속되고 또 그러한 성장에 따른 보편적인 글로벌 스탠더드를 적극 수용하게 된다면, 한국 중심의 통일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래의 국제정세를 전망함에 있어서 이러한 긍정적인 견해를 견지하기에는 향후 중국의 성장을 둘러싸고 너무도 많은 난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최근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이 국가능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전통적인 국제정치 이론에서 얘기하듯이 기존 강대국 미국에 대해 ‘맞균형(counter-balancing)’을 시도하기 보다는 국제질서의 혜택은 누리고 결과적으로 떠맡아야할 책임은 회피하는 ‘수동적 기피자(shirker)’로서의 성격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반도 평화와 남북한 통일에 대한 중국의 입장과 역할을 쉽게 진단할 수 없는 이유 역시 바로 이러한 점에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이라크에서의 완전 철군을 마무리하고 또한 2014년까지 아프간에서의 완전 철군을 계획하면서 이를 계기로 아시아 중시 정책을 적극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소위 ‘아시아로의 귀환’으로 알려진 미국의 새로운 아시아 정책은 어떤 형태로든 중국의 부상과 갈등을 빚을 소지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국가 역시 고유한 정체성을 가지게 마련인데 한국이 갖고 있는 가장 고유한 정체성은 바로 ‘동북아 국가’로서의 정체성이다. 미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 등 관련 주요국들이 동북아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지만 ‘동북아 국가’라고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전 세계 모든 국가 중에서 동북아 국가를 하나 선택하라면 바로 한국이 해당할 것이다. 이러한 설명은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은 한국의 국가이익 실현에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향후 전개될 미·중 사이의 새로운 세력관계의 전개가 갈등적 측면에 매몰되고 특히 그러한 갈등이 동북아 지역과 연관되어 있다면 한국의 국가이익은 근본적인 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미국과는 매우 높은 수준의 동맹관계를 맺고 있고 동시에 중국과는 전략적 협력관계(cooperative strategic partnership)를 맺고 있는 한국의 외교적 현실에서 G2의 갈등적 측면이 강조되면 될수록 한반도 평화통일의 가능성은 더욱 멀어진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때다.

2012년을 계기로 동북아 주요 국가의 지도자가 모두 교체되는 변화가 예고되어 있고, 특히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은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변화에 대한 예측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과 의도를 분절적으로 이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미·중 간 세력관계의 변화와 다양성을 전략적으로 분석하는 안목과 능력이 그 어느 때 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박인휘 / 이화여대 ㄱㅛ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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