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5년 5월 1일

박계리의 스케치北 | 분단시대, 기록과 망각 사이에서 2015년 5월호

print
박계리의 스케치北 41

분단시대, 기록과 망각 사이에서

 

노순택은 <Red House-1 펼쳐들다 : 질서의 이면 (North Korea in North Korea)> 작품 연작을 통해 북한이 보여주고자 하는 모습의 일면을 제시함으로써 그 이면을 포착하고자 한다. 북한이 보여주는 ‘스스로의 모습’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북한의 모습이기도 하다. 북한은 자신이 드러내 보이고 싶은 방식으로만 자신을 드러내고, 그 이미지들만이 밖으로 소통되는 것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 노순택은 말한다. “북한은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것만을 보여주려 애썼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보여주지 않는 것마저 보고 싶어 했다.” 그러면서 작가는 ‘사진 속 북한 모습을 통해서 북한을 이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하며 “사진은 질서의 표면을, 그것도 매우 협소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사진의 이면을 읽어내는 건 오로지 보는 자의 몫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노순택은 “우리가 세계를, 카메라가 기록한 내용 그대로 받아들일 때 그것은 우리가 사진을 통하여 세상을 알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사실은 ‘이해한다’는 것과는 정반대다. 이해한다는 것은 세계를 바라보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데서 출발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노순택, , 사진, 2008

노순택, <밀리터리 페스티벌>, 사진, 2008

노순택, 일상과 분단이 부딪히기 전 망각의 평온 보여주다

노순택의 작품세계는 일상에 내재된 분단의 트라우마뿐만 아니라 기록과 망각이라는 ‘분단’을 둘러싼 주요한 키워드를 동시에 묻고 있다. <얄읏한 공>(2005)은 ‘레이돔’을 포착하고 있다. 레이돔 밑에서 노동을 하는 사람에게 저 레이돔은 망각된 풍경일 뿐이다. 망각된 풍경 속에서 하얀 레이돔은 서정성을 품고 있는 달처럼 보인다. 아름답다. 그러나 달처럼 보이던 동그란 것은 사실 ‘레이돔’이라는 레이더 군사장비였다. 이렇듯 노순택의 화면은 일상과 분단 상황이 정면으로 부딪히기 전 망각의 평온을 사진으로 제시함으로써 일상의 평온과 분단의 트라우마, 그 사이에서 사회적 무의식의 관계를 드러내고 있다.

우리 사회는 분단이라는 역사적 상처가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그러나 이를 자극하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면, 대부분의 일상생활 속에서 분단 트라우마는 망각된다. 전쟁이 잠시 멈춘 땅에 내가 살고 있다는 현실 인식은 이와 함께 사라진다. 이와 관련하여 그는 전국 무기체험 현장을 사진으로 담았다.

“아이와 아빠는 최첨단 무기들을 구경하고, 만져보고, 탑승도 해볼 수 있는 ‘밀리터리쇼’를 찾았다. 체험학습이라는 깃발을 들고 아이들과 엄마, 아빠가 몰려들었다. 아이들이 깔깔대니, 부모들은 흐뭇하다. 오래도록 추억해야 할 아름답고 소중한 시간. 아이들은 줄지어 블랙호크 전투헬기에 올라탄다. 기관총의 손잡이를 움켜쥔다. 가상의 탄창이 장착되고 방아쇠를 당긴다.”

<밀리터리 페스티벌> 사진 작품과 함께 써놓은 작가의 이야기다. 자기 자신을 ‘장면채집자’라 부르는 노순택은 이 작품을 통해 상처를 망각하고 있는 우리네 일상의 가벼움을 포착해내고 있다. 동시에 대립이 아닌 평화공존의 화두 역시 가능할 것인지 묻고 있다.

 

박계리 / 한국전통문화대 초빙교수



댓글 0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좋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