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3년 5월 1일 0

시론 | 최우선 과제는 북한 지도부 비핵화 결단 압박 2013년 5월호

시론 | 최우선 과제는 북한 지도부 비핵화 결단 압박

북한은 지난해 12월 12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금년 2월 12일 핵실험을 통해 체제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여건을 확보했다고 확신하였고 그 여세를 몰아 내부적으로는 김정은의 유일적 지도력을 강화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한반도의 주도권을 장악하려고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북한은 미국을 상대로 지난 60년간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해온 정전협정이 백지화되었다고 협박하였고, 남한에게는 탈냉전 이후 남북관계를 규정해온 남북기본합의서의 불가침조항 및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의 파기를 일방적으로 선언하였다.

북한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은 불가능

북한은 지난 20년 동안 체제보위수단으로 핵개발을 꾸준히 지속해왔으며 3차례 핵실험을 통해 그들 스스로 주장하듯 핵무기의 경량화, 소형화, 다종화 목표에 어느 정도 근접하였다. 따라서 향후 고농축 우라늄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중단했던 흑연감속로 원자로를 재가동함으로써 플루토늄도 동시에 추출해내 상당한 정도의 핵무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은 3차 핵실험 이전부터 스스로 핵보유국이라 칭하면서 핵개발포기나 핵폐기보다는 핵군축 차원에서 핵보유국인 미국, 중국을 상대하려고 하였고, 3차 핵실험 이후에는 북핵 폐기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운영되던 6자회담 자체를 거부하는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의 3차 핵실험에서 드러났듯이 김정은 정권은 핵무기 보유를 전제로 한반도의 군사적 균형을 파괴하고, 상황이 극적으로 반전되지 않는 한 동북아시아는 냉전시대를 방불케 하는 핵경쟁의 시대로 진입하게 될 수도 있다. 김정은 정권은 선대 김정일의 최대 업적으로 핵무기 보유국이 되었음을 내세웠고, 이를 2012년 개정 헌법 서문에 명시함으로써 핵무기개발계획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명문화하였으며, 2013년 3월 31일 당중앙위 전원회의를 개최하여 경제발전과 핵무력 강화의 병진정책을 당의 노선으로 확정하였다.

이로써 김정은은 핵을 통해 체제 안전과 한반도에서의 주도권을 동시에 확보하고 나아가 경제발전과 체제보장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북한식 셈법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 북한과 같은 저개발, 저성장 후진경제국가는 국제사회의 지원과 협력, 투자와 교역 없이 자체 역량만으로는 도저히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없다. 무모한 핵개발로 인해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핵을 포기하여 북한에 대한 제재가 완화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경제회생의 가능성이 거의 없어 경제와 핵개발은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가상의 목표, 선전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에서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원칙과 기조는 유지하되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함에 있어 한반도 비핵화의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환경을 우선적으로 조성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재래식, 국지적 도발 가능성에 대비하는 한편, 전면전과 핵전쟁의 발생 가능성에 대비한 충분한 군사적 억지력을 확보하여야 한다.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재래식 전력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과거 냉전시대 공포의 핵균형이 평화를 유지했듯이 북한의 점증하는 핵위협에 대응하여 자체 핵억지력을 강화하거나 한·미연합방위체제를 통한 확장억지력을 더욱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대북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현재로써는 바람직하지 않다. 대신 금년 한·미연합방위훈련에서 미국의 최첨단 무기를 동원하여 북한의 핵위협을 상쇄하고도 남을 전력을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핵무기, 핵위협에 대응하는 정치 심리적 차원에서 한반도 밖에 존재하는 핵우산의 신뢰성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1990년대 남북한이 합의한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에 따라 한반도에서 완전히 철거했던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는 방안을 현실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개성공단 체류인원 전원 철수조치를 내린 가운데 지난 4월 27일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공단 차량이 귀환하고 있다.

정부가 개성공단 체류인원 전원 철수조치를 내린 가운데 지난 4월 27일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공단 차량이 귀환하고 있다.

정부, 단호하고 일관된 정책추진 중요

지난 2006년 이래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때마다 유엔 안보리의 강력한 규탄과 제재결의안의 채택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하였고 4~5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을 추가 발사하려는 행위 등은 국제사회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자 위험을 자초하는 도발이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조치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제재안이 유엔 회원국 전체를 대상으로 강제성을 확보하여야 하고, 북한의 불법행위 또는 제재안에 포함된 모든 조치들을 이행하기 위한 정보와 자료를 확보, 공유하고 점검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북한에 대해 영향력이 있거나 교류협력을 유지하는 핵심 국가들의 정책적 협조가 관건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그리고 북한이 노골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겠다는 의사를 천명한 이후 중국 등 북한에 우호적이던 국가들의 정책과 태도가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이 같은 국제공조 체제하에 한반도 주변 국가들은 협조체제를 강화하여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기 위한 압박의 효과를 극대화하여야 한다.

결국 남북한이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을 남북한이 동시에 이행하도록 최선을 다하면서 북핵 폐기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목표로 구성된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 그리고 박근혜 정부가 표명한 비정치 현안을 중심으로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즉 서울프로세스의 구성을 위해서도 한·미, 한·중 간 정상회담 및 한·미·중 전략대화 등 다각적인 외교적 노력을 지속해야할 것이다.

끝으로 지난 4월 3일 북한의 일방적인 차단조치로 파행을 겪고 있는 개성공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과 함께 단호하고 일관된 정책 추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명박 정부 때 단행되었던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관광 및 각종 경협 재개 문제들도 현실적으로 남북관계의 안정화와 관련 업체의 경제적 타당성 및 책임성을 충분히 감안하여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의 셈법은 핵무기보유를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개성공단문제를 비롯한 나머지 문제들은 곁가지 전술차원에서 전개되는 것이기 때문에 남북 간 개별 현안에 국한하여 일희일비하지 않고 한반도 비핵화의 대전제를 관철하기 위해 대북 억지력의 확보와 함께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조함으로써 북한 지도부의 정책적 대결단을 촉구하는데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할 것이다.

유호열 / 한국정치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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