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3년 5월 1일

특집 | 중국 모호한 대북신호, 도움 안 돼 … 보편적 기준 北에 적용해야 2013년 5월호

특집 | 한반도 위기 출구는?

중국 | 모호한 대북신호, 도움 안 돼 … 보편적 기준 北에 적용해야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이에 따른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2094호, 그리고 이어서 전개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고조와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 철수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대북정책은 안개 속에 파묻혀 있었다. 그 동안 한국의 주요 매체들은 문제를 일으키는 북한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심지어 반감까지 드러냈던 중국 여론과 일부 학자들의 관점을 중국 정부의 대북정책 선회 가능성과 연관지어 ‘기대감’을 표시하곤 했다.

북·중동맹, 더 이상 대미 전략카드 아니다

그러나 북핵문제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발언이나 중국 외교부의 공식적 언급은 항상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관련 이해당사자의 자제’ 등의 모호하고 추상적인 것이었다. 또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할 때마다 ‘반대’ 의사를 표현하곤 했으나, 핵실험 자체에 대한 국제사회의 징벌에는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단지 장기적인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지지한다고 에둘러 감으로써 오히려 북한의 ‘벼랑끝 전술’을 비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4월 13일부터 이틀간 베이징을 방문했던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중국 지도자들과 “북핵문제를 평화적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할 것이며, 양국 간의 고위급 대화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합의했다. 케리 장관은 베이징에서 (중국의 북한정책 변화를 통해) 북핵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면, 미국의 아태지역 미사일방어체제(MD)를 축소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통해 은근히 중국을 회유하는 모습도 보였다. 또 귀국 후 미 의회 청문회에서 북한이 중국에 의존해 경제적으로 생존하고 있으며, 최근 미국의 대북정책이 그 동안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로부터 ‘전략적 비인내(strategic impatience)’로 전환됐다고 밝힘으로써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압박하기도 했다. 즉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지속돼 (미국의 역내 군사력이 강화됨으로써) 중국의 국익이 침해 받기를 원치 않는다면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강력한 주문인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본다면 북한에 대해 그 동안 중국이 취해 온 모호한 태도가 이해된다. 세계금융위기 직후 중국은 세계 제1의 외환보유고로 세계경제를 구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G2로서의 위상에 한껏 고양됐다. 이제 자세를 낮추고 실력을 키워왔던 ‘도광양회’ 시기를 넘어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유소작위’의 시대를 열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그러나 금융위기를 지나면서 목도한 녹슬지 않은 미국의 세계질서 주도 역량과 함께 중국이 아직은 절대적으로 미국과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는 새로운 자기 평가에 눈 뜬 중국은 북한 문제를 자신의 잣대로만 접근할 수 없다는 한계성을 느끼게 됐다. 더욱이 2011년 이후 가시화된 미국의 ‘태평양 세기(America’s Pacific Century)’ 정책은 경제 및 군사적 측면에서 중국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양상을 보였으며, 자국의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의 동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과의 협력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렸다. 동아시아로 ‘돌아온 미국’의 강력함이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에 대해 모호한 이중적 태도를 취하게 한 것이다. 아직은 정부통제 하에 놓인 중국의 매체와 학자를 활용해 간접적으로 북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다른 한편 북·중 동맹관계를 대미 전략카드로 활용하고자 한다. 중국이 북한의 변화를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일 수 없는 이유다.

리바오동 유엔주재 중국대사가 지난 1월 22일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에 대해 규탄하는 내용의 성명을 채택하는 안에 찬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리바오동 유엔주재 중국대사가 지난 1월 22일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에 대해 규탄하는 내용의 성명을 채택하는 안에 찬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로 이와 같은 중국의 고충을 잘 파악하고 있는 북한은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틈새를 이용하여 핵보유국 지위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핵실험과 한반도에서의 군사 긴장 제고가 중국과 미국을 이간시킴으로써 북한의 전략자산을 불려주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중국이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는 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역시 비정상적인 북한의 세습체제를 유지하는 데 오히려 도움을 주는 ‘적당한 국제사회와의 긴장’을 제공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거둘 수 있다. 20여 년 동안 되풀이된 북한 핵문제가 ‘악화-대화(대북 경제지원)-악화’의 잘못된 주기적 운동을 되풀이 해왔던 것은 바로 중국과 미국의 전략적 협력과 견제의 이중구조와 북한의 틈새전략, 그리고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이념적 관성에 떠밀려 왔던 필연적 결과다. 미국에 대해 일종의 전략적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중국은 북한의 핵보유와 세습체제의 불안정성,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등이 중국의 미래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아직 ‘강 건너 불’인 셈이다.

북한체제 정상화 위한 가치기준 적용해야

미국에 대한 협조와 견제의 필요성을 동시에 느끼는 중국의 딜레마로부터 파생된 중국의 대북정책 모호성이 과연 중국의 국익에 도움이 될까? 결코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중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 보내는 잘못된 신호는 북한 내부의 강경세력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사태를 악화시킬 핵개발이나 군사도발의 유혹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이번의 3차 핵실험 이후 일련의 과정을 보더라도 당초 무모한 핵실험에 대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던 ‘이상적’ 대북제재 국면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개성공단 가동 중단과 군사대결 양상을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현실적’ 당위론이 전면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냉정하게 이야기 한다면, 수사에 그친 대북제재 움직임과 사태 악화만은 막아야 한다는 이성적 판단의 혼재가 오히려 북한의 핵능력을 기정사실화하고 북한 손에 전략카드를 쥐어 준 결과가 됐다.

이와 같은 끊임없는 사태악화의 종착점이 과연 중국의 대미전략에 도움이 될까. 이번 미 국무부 장관의 베이징 방문과 중국 압박은 매우 시사적이다. 미국은 북한 사태의 악화를 중국에 대한 전략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대미 전략카드로써 북·중 동맹관계는 그 유효성을 잃었다. 국익보호를 위해서라도 중국은 북한체제의 정상화를 위한 보편적 가치 기준을 북·중관계에 적용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 한국과의 진정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궁색한 나머지 북한에 대한 특사파견과 함께 이미 기능을 상실하고 먼지가 가득 쌓인 6자회담을 새삼 꺼내드는 것은 현실도피와 다름 없다. 북핵문제야말로 한·중 양국 간의 전략적 협력이 가장 시급하고, 또 필요한 과제다.

오승렬 /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장



댓글 0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좋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