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핵보유, 무능인가 기만인가 2013년 5월호
기획 | 북한의 오판 … 경제·핵무력 병진?
핵보유, 무능인가 기만인가
2012년 4월 13일 북한은 헌법 개정을 통해 자신들을 ‘핵보유국’으로 명시했다. 이어 지난 3월 31일에는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개최하여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의 병진 노선’을 채택하며 핵무기에 대한 집착을 강화중이다. 또한 ‘핵불바다’니 ‘미국 본토 핵타격’ 등의 발언으로 주변에 대한 핵공갈을 강화하고 있다. 결국 자신들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 달라는 목소리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의 목소리는 국제사회에서 무시당하고 있다. 오히려 한반도와 동북아 그리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행위로 규탄 받고 있을 뿐이다.
핵과 미사일, 전체 주민 36개월치 식량 비용
더 큰 문제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로 인해 엄청나게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북한 주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핵무기 개발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 유엔 안보리 제재에 따르는 경제위축, 주변국의 경제협력 중단에 따르는 경제적 손실로 인해 북한 주민들의 생활을 파탄 내고 있는 주범이 바로 핵무기인 것이다. 또한 불법적인 핵무기 개발로 인해 실추되는 북한의 위상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피해까지 낳고 있다. “더 이상 주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도록 하겠다.”는 김정은의 발언에 정 반대되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은 지금까지 핵과 미사일 개발비용으로만 모두 32억달러(약 3조6천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핵탄두 개발 비용이 15억달러(1조6천억원) 투입된 것으로 추정되며, 발사체인 미사일 개발 비용으로 17억4천만달러(약 2조원)가 투입된 것으로 추산된다. 32억달러면 옥수수 1,066만t(1t당 300달러 기준)을 구입할 수 있고 이는 북한주민 전체 2,400만명에게 36개월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또한 북한이 매년 40만t 내외의 식량이 부족한 점을 고려할 때, 이는 적어도 25년간의 식량 부족분을 매울 수 있는 엄청난 돈이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은 겉으로는 경제와 민생을 외치면서도 주민들의 실제 생활은 아랑곳하지 않고 핵무기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핵무기 보유는 비단 개발 비용만을 수반하지 않는다. 핵무기 개발로 인해 각종 경제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대북 경제제재는 유엔 차원의 제재다. 지금까지 북한은 핵무기 개발로 유엔 안보리 결의안 1718, 1874, 2087, 2094호 등에 의거해 경제제재를 받아 왔다. 동 제재에 따라 군사적 전용이 가능한 전략물자나 사치품 등은 북한으로 반입되지 못한다. 또한 단천상업은행 등과 같이 북한의 핵개발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북한의 대외무역 은행들이 거래를 중단 당했다. 이러한 유엔 대북 경제제재의 효과는 아직 정확한 액수로 평가되지 않고 있으나, 북한 경제 성장의 큰 장애물이 아닐 수 없다.
유엔 외에도 개별국가 차원에서 추진되는 경제제재 역시 북한에 커다란 부담이 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07년 ‘10·3 합의’ 이후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했으나, 여전히 적성국교역법을 적용하여 북한과의 무역을 제한하고 있다. 비록 미국 내 동결된 북한의 자산은 3,000만달러가 채 안 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세계 경제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미국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기구로부터 대규모 경제차관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은 북한의 경제성장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북한이 국제기구로부터 경제차관을 받을 경우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여 제조업부분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할 수 있지만, 핵개발로 이 모든 기회를 날려버리고 있다.
그동안 중국의 경우 대북 제재에 적극 참여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중국은 7,750만달러 상당의 보석류와 2억6,690만달러 상당의 음향·TV 관련 제품을 북한에 수출했는데, 이는 1차 핵실험 다음해인 2007년 수출량의 3배 이상에 달하는 규모다. 핵실험과 그에 따른 유엔 제재와 무관하게 대북 무역량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증거다. 또한 중국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은 ‘외화벌이의 젖줄’이 되고 있다. 5만명 이상의 노동자가 매달 수천만 달러에 이르는 임금을 북한에 송금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에는 북한으로 유입되는 물품에 대한 중국 당국의 세관 검색이 강화되고 있으며, 무상경제지원 역시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까지는 시진핑 시대의 변화하는 대북정책이 자리 잡은 것 같지는 않지만, 그 향방에 따라 북한의 경제상황에 커다란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다.
공짜 점심은 없다!
끝으로 핵개발로 인해 ‘북한’이라는 이름에 따라다니는 부정적 이미지도 큰 문제다. 21세기는 스마트 외교(smart diplomacy)의 시대다. 군사력이나 경제력과 같은 경성권력(hard power)만이 아니라 외교와 문화와 같은 연성권력(soft power) 역시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핵무기 개발과 이로 인한 군사적 긴장조성으로 인해 국제사회로부터 소위 ‘불량국가(rogue state)’ 취급을 받고 있다. 유엔은 물론이고 동남아와 유럽 국가들까지 북한의 불법행동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북한이라는 브랜드가치를 실추시킴으로써 경제적 악영향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관계에 ‘공짜 점심이 없다’는 말이 있다. 무엇을 얻고자 하면 무언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말이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과 경제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지만, 이 둘은 서로 양립하지 못한다. 핵무기를 개발할 경우 국제사회의 제재는 더욱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모른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면서도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면 내심 경제를 포기한 채 주민들을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김정은 정권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 대가는 심각한 경제난으로 인한 체제 실패가 될 것이다. 핵무기는 겉보기에는 소중한 보석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결국 자기 발등을 찍는 ‘짱돌’일 뿐이다.
신범철 /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