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경제와 핵, 두 마리 토끼 잡을 가능성 희박 2013년 5월호
기획Ⅰ | 북한의 오판 … 경제·핵무력 병진?
경제와 핵, 두 마리 토끼 잡을 가능성 희박
3월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 경제건설과 핵능력강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병진노선을 김정은시대의 경제건설노선으로 채택했다. 북한은 발칸반도와 중동의 국가들 즉 이라크, 리비아같은 나라들에서 강력한 전쟁억지력을 포기한 결과 침략을 당하게 된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하면서, 경제·핵무력 병진노선이 현 정세에 대응한 “혁명발전의 합법칙적 요구”라고 주장했다. 즉 경제·핵무력 병진노선이 김정은시대의 새로운 전략적 혁명노선이자 경제건설노선임을 천명한 것이다.
이러한 김정은정권의 경제·핵무력 병진노선은 외관상 김일성시대의 ‘경제·국방 병진노선’, 김정일시대의 ‘선군경제건설노선’의 또 다른 명칭인 것처럼 보인다. 1960년대 김일성시대 ‘경제·국방 병진노선’은 가장 빠른 속도로 국방의 발전과 경제건설을 동시에 추진해나가겠다는 것이었으나, 곧이어 4대 군사노선을 채택함으로써 경제재원이 국방부문에 우선 배분되고 경제발전이 지연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1961~1993년까지 실시되었던 7개년 경제발전계획 혹은 6개년 경제발전계획들이 한 번도 의도했던 목표들을 달성하지 못하고 각 계획기마다 늘 조정기간을 두어야만 했었다.
2000년대 김정일시대의 ‘선군경제건설노선’은 군사부문에 경제발전의 선차(先次)를 두면서 농업·경공업의 균형발전을 동시 추진한다는 것이었음에도 민생경제부문을 사실상 자력갱생 논리에 맡김으로써 주민들의 민생경제가 장기간 빈곤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하였다.
기존 경제·군사 병진노선과 차이 없어
그러나 북한은 새로운 병진노선이 “선대 대원수님들의 병진노선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높은 단계로 심화발전시킨 것”이라고 의미부여를 하고 있다. 새로운 병진노선이 “국방비를 추가적으로 늘이지 않고도 전쟁억제력과 방위력의 효과를 결정적으로 높임으로써 경제건설과 인민생활향상에 힘을 집중할 수 있게 한다.”라며 차별성을 주장하고 있다. 즉 국방공업 우선발전론 및 불균형발전론이 아닌 경제·군사 균형발전론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핵무력의 강화와 인민생활 향상, 경제건설이 양립할 수 있을까? 경제학에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유명한 말이 있듯이 국가적으로 한정된 투자재원으로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이룩할 수는 없는 법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6가지 방법론으로 병진노선을 관철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민경제선행부문·기초공업부문의 생산증대와 농업·경공업에의 역량집중 ▲핵동력 공업발전과 경수로 개발 ▲통신위성과 위성개발 ▲지식경제로의 전환 ▲대외무역의 다각화와 다양화 ▲경제지도의 근본적 개선과 우리식의 우월한 경제관리방법 완성 등을 제시하며 두 마리 토끼 잡기의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제시한 방도들을 세밀히 분석해 볼 때 기존 경제·군사 병진노선에서 크게 차이가 없음을 보게 된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비대칭 전략무기인 핵무기 개발을 확대함으로써 재래식 무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국방비를 감축하여 농업·경공업 분야에 더 많은 재원을 투입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지만, 위의 둘째, 셋째, 넷째 방도들을 유심히 분석해보면 그렇게만 해석할 수 없음을 보게 된다. 핵동력공업 즉 경수로 건설과 통신위성 및 위성개발 그리고 지식경제의 발전은 군수경제와 민수경제 양쪽에 사용될 수 있는 이른바 이중용도 경제분야이다. 핵동력과 경수로의 건설은 전력문제 해결에 필요하지만, 북한이 주장하는 핵무력의 질량적 확대도 가능하게 만든다. 통신위성이나 위성개발은 상업용 위성의 개발일 수도 있지만, ICBM의 개발과 연결된다. 지식경제로의 전환은 경제의 디지털화를 목적으로 할 수 있지만, 군사경제의 발전에 필요한 IT분야의 발전을 내용으로 한다.
첫째 방도인 인민경제 선행부문·기초공업부문의 생산증대, 농업·경공업에의 역량집중은 김정일시대 선군경제건설노선 추진시에도 늘 강조되었던 내용으로 국방공업 우선 발전정책으로 인해 사실상 자력갱생 논리에 맡겨졌었다. 북한은 올 신년사에서 경공업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이 ‘주공전선’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올해 재정지출에서 농업·경공업부문에 대한 지출 증가를 작년보다 낮게 잡고 있다.
그밖에 병진노선의 실천방도로써 대외무역의 다각화·다양화 강조는 경제발전에 필요한 외화획득을 위해 대외무역을 보다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인데,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 강화로 과거와 다를 바 없이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마도 대중 광물자원 수출과 노동력 송출에 의존하는 대외경제관계가 지속되어 나갈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다.
경제지도 개선, 7·1조치 연상시켜
경제지도의 근본적 개선은 선군경제건설노선을 위해 7·1경제관리개선조치가 시행되었던 2000년대 상반기 패키지 정책을 연상시킨다. 김정은정권이 작년부터 ‘새경제관리체계’를 시행할 것이라고 소문이 나돌고 있는데, 새로운 병진노선과 함께 이것이 시행될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4월 11일자 <조선신보>는 북한이 황해남도 일부 협동농장에서 새로운 분조관리제를 시행하고 있음을 전해주고 있다. 그러나 “생산수단에 대한 사회주의적 소유를 확고히 고수하면서 국가의 통일적 지도 밑에 모든 기업체들의 경영활동을 창발적으로 해나가는” 우리식의 경제관리방법 완성을 강조하고 있음을 볼 때, 7·1조치에 준하거나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의 경제관리개선조치를 시행할 것으로 한정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보면 결국 김정은정권의 새로운 병진노선은 과거보다 좀 더 경제발전에 방점을 두고 있다 하더라도, 기존 경제·군사 병진노선의 새로운 버전으로 우려를 자아낸다. 북한은 김일성시대에 시작된 병진노선이 “한 손에는 총을 다른 한 손에는 낫과 마치의 조선이 한 손에는 핵을 다른 한 손에는 위성과 CNC를 틀어진 높이로 올라서게 했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는 아이로니컬하게도 북한 스스로 병진노선이 군사와 민생경제 간에 상충관계(trade-off)를 초래함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권영경 / 통일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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