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3년 5월 1일

기획 | 사회통일교육, 다름을 이해하는 시민능력 키워줘야 2013년 5월호

기획 | 통일행복시대, 업그레이드 통일교육으로!

사회통일교육, 다름을 이해하는 시민능력 키워줘야

지난 2월 14일 통일부 통일교육원은 제8기 통일미래지도자과정 입교식을 갖고 1년 일정의 교육을 시작했다. 통일미래지도자과정은 남북관계 진전과 한반도 통일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할 범국가적 차원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2006년 시작됐으며, 제7기가지 245명이 수료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14일 통일부 통일교육원은 제8기 통일미래지도자과정 입교식을 갖고 1년 일정의 교육을 시작했다. 통일미래지도자과정은 남북관계 진전과 한반도 통일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할 범국가적 차원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2006년 시작됐으며, 제7기가지 245명이 수료했다. Ⓒ연합뉴스

형과 아우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보여주는 전래동화 <의좋은 형제>는 통일문제를 풀어 가는데 중요한 함의를 던져준다. 함께 농사를 지은 두 형제가 추수가 끝나고 한밤중에 몰래 서로의 벼 낟가리에 볏단을 가져다 놓으며 상대방에게 넉넉하게 마음을 쓰는 내용은 사이좋은 형제애를 강조하는 교훈을 담고 있다. 형은 새살림을 꾸린 아우의 사정을 고려하여 볏단을 가져다 놓고, 아우는 식구가 많은 형을 위해 형의 낟가리에 볏단을 가져다놓는 내용이 담긴 이 동화에서 우리는 사회통일교육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역지사지’의 자세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심리학 용어로 ‘거울효과(Mirror Effect)’가 있다. 거울효과는 내가 하는 행동 그대로 상대가 반응한다는 것이다. 또한 다른 사람의 모습을 그대로 비추는 게 아니라 내 심리 상태가 투사되어 바라보는 것이다. 자신이 긍정적인 입장이라면 타인도 좋게 보이고, 내가 부정적이라면 나쁘게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결국 거울효과는 다른 사람을 평가하기 이전에 자신을 성찰해 봐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자기 자신의 심리 함정에 빠져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민과 관이 함께 하는 ‘통일교육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우리 사회의 보수, 진보 입장을 아우르며 국민통합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통일교육은 어려울 수도 있지만, ‘거울효과’를 생각해 보면 아주 쉬운 문제일 수도 있다. 전제는 입장을 바꾸어 보는 배려적 사고와 자신을 먼저 살펴보면서 열린 태도로 상대를 대하는 일이다.

역지사지, 자기성찰 그리고 대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끊임없이 이어지는 비이성적인 행태로 남북한 관계가 긴장국면으로 접어들고 감정적인 대응으로 인해 위기상황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북한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나아가 통일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해법을 찾기 어렵다. 남북한 갈등만이 아니라 남남갈등도 통일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북한을 인식하는 입장이나 현안에 대한 진단이 다르다 보니 통일문제에 대한 처방 또한 다르다. 우리 사회 보수와 진보의 이견은 갈등의 골을 깊게 하는 변수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에서 갈등지수 4위를 기록한 바 있다. 케네쓰 보울딩은 “갈등을 경쟁의 형태”로 규정하고, 경쟁 당사자들이 각기 상대방에게 양보할 수 없는 위치를 확보하려는 목적이 서로 양립될 수 없음을 지각함으로써 갈등이 발생한다고 하였다. 이처럼 갈등은 당사자들이 어떠한 목표를 충족시키는 상호작용 과정에서 상대와 양립하거나 조화될 수 없는 경우에 발생한다. 체제경쟁, 정권경쟁, 이해관계에 따른 경쟁과 분열이 통일문제를 바라보는 갈등의 원인이다.

‘다르다’는 것은 축복

사람들 간에 갈등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갈등을 해결해가는 방식은 다양하다. 예를 들어 미국은 민사 분쟁의 90%, 일본의 경우는 49%가 조정을 통해 갈등을 해결한다고 한다. 반면 한국사회는 4.1%만이 조정을 선택하고 있다. 상호간의 문제해결을 모색하기보다는 법정 공방을 통해 “끝까지 가보겠다.”는 정서가 지배적인 분위기인 것이다. 이처럼 한국사회는 갈등을 조정하는 대화와 협상능력의 토양이 척박하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문화에서 상호간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협력적 의사소통능력이 부족하다. 이런 점에서 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 대화적 문제해결 과정을 적용하고 실천하는 교육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다르다’는 것은 축복이다. 모두가 같은 목소리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단일한 목소리만을 낸다면 전체주의 사회와 다름없다. 서로의 차이와 다름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우물에 갇혀 세상을 바라보는 우를 극복할 수 있다. 남북한 통일문제 역시 다름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원화된 민주사회의 장점은 다양한 입장들을 포용하는 것이다. 공론의 장에서 다양한 논의들이 활성화되는 가운데, 시민들이 통일의 필요성을 마음 깊이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선결되어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통일문제에 대한 실천적 지혜를 키우게 될 것이다.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을 통해 배우고 익혀야 한다.

사회통일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하고 협상하는 성숙한 시민을 키우는 일이다. 통일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통일논의에 대한 지평을 넓히고, 역사적 소명의식으로 통일문제에 무관심한 시민들의 의식을 깨워주어야 한다. 의사소통은 인간관계에서 의미를 공유하고 보다 나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행해지는 상호작용과정이다. 이런 점에서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건강한 시민의식을 키워주는 소통의 과정은 중요하다. 갈등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대화와 협상능력을 키워주는 통일교육이 시작되어야 한다.

서로 다른 가치관과 입장에서 출발한 갈등을 발전적으로 해소하고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은, 배려와 숙고의 자세에서 비롯되며 이러한 시민교육이 사회통일교육의 토대가 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이끌어가는 시민을 키우는 일에 사회통일교육은 책임감을 갖고 사고하고 접근해야 한다. 대화와 협상능력은 갈등상황에서 자신의 의견을 타자와 소통하며 새롭게 사고하고, 표현하고, 반응하고, 협의를 이끌어내는 능력이다. 대화의 부재와 결핍으로 인한 남북한 간의 갈등과 우리 사회의 폭력 구조를 허물면서 우리 사회를 민주적으로 변화시키며 통일로 나아가는 힘이 될 것이다.

대화와 협상을 교육하고 훈련하는 방향으로 통일교육을 접근할 경우,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는 시민적 능력을 키워줌으로써 민주주의가 내재화하는데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동화 <의좋은 형제>에서 서로의 입장을 먼저 헤아리며 더 많이 배려하고, ‘역지사지’ 입장에서 실천했던 자세가 보여준 더불어 살아가는 가치의 중요성은 사회통일교육에도 그 의미를 전해준다.

신희선 / 숙명여대 의사소통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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