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3년 5월 1일

기획 | 독일, 스스로 답 찾는 열린 통일교육 실시 2013년 5월호

기획 | 통일행복시대, 업그레이드 통일교육으로!

독일, 스스로 답 찾는 열린 통일교육 실시

우리의 숙원 과제인 분단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로 통일교육이 적극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학교, 시민사회 단체 등 여러 기관에서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그에 발맞춰 통일교육 학습자 혹은 무관심자의 필요와 흥미를 채우기 위한 다양한 학습교재, 동영상, 프로그램 등의 각종 자료가 개발·보급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교육의 효과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고, 결과적으로 ‘건전한 통일의식의 함양’이라는 통일교육의 목표는 충분히 달성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실정이다.

통일교육이 나름 활발히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 충분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원인 가운데 하나는 여전히 정형화된 가치를 주입하는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학교통일교육의 경우 그러하다. 정부의 통일정책 혹은 대북정책 홍보 수준의 내용이 형식적으로 다뤄짐으로써 학생의 입장에서는 늘 비슷한 얘기가 반복되는 지루한 시간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이런 탓에 통일교육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과 자료가 많이 개발되었음에도 불구, ‘통일교육’에 대해 무관심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다른 한편, 사회통일교육의 경우 과거에 비해 양적·질적으로 확대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여전히 제한된 규모로 이뤄지고 있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시민단체 등에서 주관하는 사회통일교육의 경우, 일반 대중에게 개방되어 있지만 대체로 통일에 관심을 갖고 있는 단체의 회원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과정에서 단체가 추구하는 특정한 방향으로 통일교육이 이뤄지게 되며 통일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의 장 역할을 하기보다 개인이 갖고 있는 기존의 생각을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독일의 시민교육은 정규 교과목으로서 학교에서 다룰 뿐만 아니라, 성인 교육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사진은 독일 의회를 방문한 학생들 Ⓒ연합뉴스

독일의 시민교육은 정규 교과목으로서 학교에서 다룰 뿐만 아니라, 성인 교육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사진은 독일 의회를 방문한 학생들 Ⓒ연합뉴스

정치교육 영역에서 다뤄진 ‘독일문제’

학교, 사회를 막론하고 전반적으로 통일이라는 거대 주제에 대한 총론 수준의 논의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각론 차원의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통일의 목적, 방법 등 다소 추상적인 통일이야기는 이뤄지지만 각 개인의 삶과 직접 연관된 실제적인 이야기는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투입되는 비용과 노력에 상응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독일통일 이전에 서독에서 실시되었던 통일교육의 사례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 시사점을 제시한다. 서독의 경우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과 같은 하나의 분야로서 ‘통일교육’은 존재하지 않았다. 2차 대전의 책임으로 분단된 서독은 분단독일의 통일문제를 공개적으로 다룰 수 없었다. 이에 따라 ‘독일문제’라는 관점에서 통일 관련 주제를 다뤘다. 이러한 ‘독일문제’는 나치의 잔재를 극복하고 새로운 민주적 생활양식의 내면화를 위해 실시한 민주시민교육 즉 정치교육의 한 영역으로 다뤄졌다.

서독사회는 시간이 갈수록 분단문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동서독이 하나라는 의식이 희박해진다면 그것이 언젠가 이뤄야할 동서독 통일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을 심각하게 인식하였다. 이에 따라 통일의 상대인 동독이 독일의 일부라는 것을 자각하도록 다양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였다.

학교에서는 정치교육의 교과 내용으로 분단문제가 다뤄졌다. 동서독의 차이점 뿐 아니라 공통점에 대한 이해를 통해 양측이 언어, 역사, 문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상당한 유사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적극 강조하였다. 특히 서독은 모든 학교수업에 통일문제에 대한 관점과 이해가 반영되도록 ‘독일문제에 대한 지침’을 작성하였다. 이를 통해 학교교육이 독일문제 해결에 기여하도록 하였다.

또한 서독은 통일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였다. 학교 뿐 아니라 정당 재단, 사회단체 등 다양한 기관에서 분단문제를 다뤘다. ‘독일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특히 중앙단위에서 전체 교육을 관장하는 연방정치교육센터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 민주주의 의식 및 행동 능력 강화라는 목적을 갖고 있는 연방정치교육센터는 학교 안팎에서 정치교육이 활성화되는 데 필요한 프로그램과 각종 자료를 적극적으로 개발하였다. 이를 통해 다양한 계층과 대상을 위한 교육이 실시되는 데 기여하였다.

분단문제 극복 차원에서 실시된 독일의 통일교육이 갖고 있는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특정한 내용을 주입하기보다 스스로 생각하고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가운데 분단문제를 이해함으로써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열린 방식으로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내용을 다루는 방식에서 그것을 일방적으로 제시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역효과를 고려하여 스스로 고찰하고 직접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생각과 의견이 표출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의견이 수렴되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서로 소통하고 대화하는 가운데 스스로 결론에 도달하는 논의의 장 역할을 통일교육이 수행한 것이다.

스스로 고찰하고 직접 판단할 기회 제공

‘풍요속의 빈곤’이라는 말처럼 통일교육의 홍수 속에서 여전히 제기되는 ‘제대로 된 통일교육’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통일교육의 지평이 적극 확장되어야 한다. 통일에 대한 당위적 주장을 반복하는 총론 수준의 논의를 넘어 수요자의 삶과 직접 연관된 각론 성격의 주제를 적극적으로 다뤄야 한다. 이를 통해 막연하게 느껴지는 통일이 나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현실의 주제로 인식되어야 한다. 오랫동안 분단 상황이 고착화되면서 익숙해진 분단 현실이 실상은 얼마나 불편한 것인지 상기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다양한 계층과 대상을 위한 통일교육이 필요하다. 통일문제에 관심이 있는 일부를 위한 교육이 아닌 전체 국민을 위한 통일교육이 폭넓게 이뤄져야 한다. 현재 학교 차원의 통일교육은 시간적인 제약 속에서도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지만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통일교육은 여전히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각종 통일의식 조사 결과를 통해 파악된 연령별, 세대별, 계층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통일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아울러 다양한 세대, 계층, 지역의 화합을 지향하는 통일교육이 추진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세대, 계층, 지역에 따른 차이를 넘어 통일·북한 문제에 대한 생각의 공통분모를 형성하는 데에 통일교육이 기여해야 한다.

무엇보다 제시된 결론에 피교육자의 생각을 맞추는 주입식이 아닌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제시하고 피교육자의 생각과 의견이 활발히 공유되는 가운데 수요자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소통형 통일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강구섭 /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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