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 한·미정상, 평화관계로 가는 새 추동력 만들어야 2013년 5월호
포커스 | 한·미정상, 평화관계로 가는 새 추동력 만들어야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 방문 중인 5월 7일 한미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새정부 출범 이후 첫 회담이기 때문에 여러 이슈에 대한 양국의 의견교환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면 한미 간 의견이 맞서고 있는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도 이슈 중 하나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한국에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확대할 수 있게 선진적이며 호혜적으로 개정될 수 있도록 하자.”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한국은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럴 경우 이란 핵문제 등 미국의 비확산 정책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경제협력문제도 빠질 수 없다. 많은 논란 속에 한미 FTA가 발효된지 1년이 지났지만 2012년 대미 수출은 2011년 대비 4.1%(약 23억달러) 증가에 그쳤다. 반면 많은 비판을 받았던 ISD(투자자-국가 소송제도)로 인해 론스타로부터 2조4천억원대 소송이 제기됐다. 이런 한미 FTA 발효 이후 발생한 문제점들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수 있다.
최우선 의제는 북한 문제
또한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한국이 참여할 것인가도 있다. 협정국 간 모든 상품에 대한 관세 및 비관세 장벽 철폐를 목적으로 하는 TPP는 2006년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4개국 간의 자유무역협정에서 출발해 2008년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페루, 베트남, 말레이시아가 참여하여 확대됐다. 지난 3월 1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TPP참여를 선언하면서 그동안 참여를 고민해 오던 우리 정부도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TPP는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경제전략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참여를 쉽게 결정할 수 없다.
다음으로 전문직 비자(E-3) 쿼터 문제도 있다. 4월 16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민개혁법안’을 주도한 ‘8인 위원회’ 소속 의원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관련 내용을 듣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 법안은 한국 등 FTA 체결 국가들에게 일률적으로 연간 5천명 한도의 전문직 비자(E-3) 쿼터를 주겠다는 것인데, 우리 정부는 대졸 이상 전문 인력의 미국 취업 기회를 넓히기 위해 현재 3천5백명인 E-3 비자 쿼터를 1만5천명으로 늘려달라고 미국에 요구해 왔다. 그 외에 현재 한국과 미국이 6대 4의 비율로 부담하고 있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2015년 예정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문제 등도 의제로 채택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문제보다 가장 우선적으로 다루어질 의제는 현재의 한반도 긴장상황의 원인인 북한 문제일 것이다.
지금 한반도 긴장상황은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와 2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대한 북한의 반발로 촉발됐다. 때문에 북한 문제해결의 핵심은 핵문제다. 북한의 핵문제가 불거진 이후 우리 정부와 미국은 줄곧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며 대화와 압박을 계속해왔지만 북한의 비핵화는 진전과 후퇴를 거듭하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현재 북한은 3번의 핵실험을 통해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려 하고 있다. 지난 3월 31일 열린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은 핵무장으로 “국방비를 늘리지 않고도 적은 비용으로 나라의 방위력을 더욱 강화하면서 경제 건설과 인민생활에 큰 힘을 돌릴 수 있게 됐다.”며 핵무장이 북한의 핵심적인 안보수단임을 밝힌 바 있다.
‘행동 대 행동’ 원칙 재가동 시점
이처럼 한 치의 타협점도 없어 보이는 북핵문제지만 오히려 문제의 본질은 분명하고도 간단하다. 즉, ‘국제적인 북한의 체제 보장과 지원을 어떻게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맞바꿀 것이냐’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현재의 상황은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 계속되어 온 비핵화 협상이 별 다른 성과 없이 북·미 적대관계만 지속시키고, 북한 체제에 대한 위협요소는 제거된 것이 없다. 따라서 무조건적 비핵화를 전제조건으로 북한에게 대화를 요구하기보다는 비핵화에 대한 반대급부를 명확히 언급하며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끄는 것이 필요하다.
강경 대북정책을 추진했던 미국 부시 행정부가 임기 말에 보여준 북한 비핵화 진척 사례는 이 점을 잘 보여준다. 2007년 2·13 합의 이후 비핵화 2단계 조치인 불능화를 내용으로 하는 10·3합의가 이루어지고, 이에 따라 북한은 2008년 6월 핵 신고서를 제출하고 영변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다. 이에 미국은 같은 해 10월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했다. 이 모든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지만 ‘행동 대 행동(action for action)’원칙에 따라 북한의 비핵화를 2단계인 불능화 조치까지 유인했었다. 이후 불능화 단계까지 진행되던 북한의 비핵화 조치는 오바마 정부 출범 초기 금융·경제위기, 이라크·아프카니스탄 문제 등 긴급한 현안문제에 북핵문제가 후순위로 밀리고, 김정은으로의 권력세습 과정에서 자행된 공격적인 도발행위로 후퇴하고 말았다. 따라서 미국의 긴급했던 현안 문제들과 북한의 권력세습이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든 지금이 북한의 비핵화를 다시 진전시킬 적기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박근혜 정부의 ‘신뢰 프로세스’를 통해 녹일 수 있는 적기기도 하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과 공조를 바탕으로 정부의 대북정책인 ‘신뢰 프로세스’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미국 측에 밝혀야 한다. 동시에 북핵문제의 시급성을 설명하여 북핵문제 해결에 미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주문해야 한다. 더 나아가 두 정상이 공동으로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 약속과 대화를 공식 제의함으로써 남북한이 평화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추동력을 만들어야겠다.
김일수 / 충북대 국제교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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