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초점 | 사이버테러 대응,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반복? 2013년 5월호
시사초점 | 사이버테러 대응,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반복?
현대 정보화시대에 급속한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사이버 공간상에서 발생하는 테러리즘은 오늘날 전 세계를 위협하는 뉴테러리즘(New Terrorism)의 새로운 형태로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전통적 테러리즘과 달리 뉴테러리즘에 대한 대응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테러 전후 과정에서 일정한 요구조건의 제시도 없고, 정체도 밝히지 않은 소위 ‘얼굴 없는 테러’를 자행하기 때문에 징후를 사전에 파악하는 것은 극히 어렵다. 더 나아가 특정 대상을 공격목표로 하면서도, 동시에 불특정 다수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을 자행하기에 공포감과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이러한 뉴테러리즘의 전형적인 형태가 바로 사이버 테러리즘(Cyber Terrorism)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대량적인 공격을 실시간에 지속적으로 할 수 있고, 증거가 남지 않아 진상규명이 매우 어려우며, 국경 등 장소와 관계없이 공격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지난 3월 20일 방송·금융사 전산망이 마비된 것에 대해 정부는 피해 업체의 감염 장비와 국내 공격경유지 등에서 수집한 악성코드 76종을 분석하고 국가정보원과 군에 축적된 북한의 대남해킹 조사결과를 종합적으로 반영해 3·20 사이버테러가 북한 소행이라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내 사이버테러대응센터 모습 Ⓒ연합뉴스
北 사이버 테러부대, CIA도 능가?
지난 2009년 7월 7일 우리나라와 미국에 대한 동시다발적 디도스(DDoS : Distributed Denial of Service, 분산서비스 거부)공격과 2011년 3월 4일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을 대상으로 한 디도스 공격, 그리고 이번 2013년 3월 20일에 방송/금융사 6개사에 전산장애를 일으킨 APT(Advanced Persistent Threat, 지능적 지속 공격) 방식의 공격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은 IT강국이라 불리면서도 2001년 이후로 사이버테러, 해킹 피해 신고 건수가 꾸준하게 증가해 왔다. 특히 지난 2012년에는 하루 평균 54건의 크고 작은 해킹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2011년에 비해 67%나 증가한 수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해킹 범죄검거 건수는 2010년에 14,874건, 2011년에 10,299건, 2012년에 6,371건으로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원인으로는 사이버테러에 대한 국가적·사회적·개인적 대응체계의 미흡을 들 수 있으며, 공격기술이 갈수록 교묘해져가고 있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이버테러의 행위주체는 누구인가? 사이버 테러는 정치 및 경제체제 등에 불만을 가진 국내의 개인 및 집단의 소행일 수도 있고, 또 국외의 정치적·경제적 반대세력 등일 수도 있다. 이 가운데 북한은 요주의 사이버테러 배후국가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2009년 한국과 미국을 대상으로 한 디도스 공격 등을 위시하여 수많은 사이버테러가 북한과 연관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오프라인 전쟁보다 재원, 인원, 수단이 적게 들면서도, 어떠한 측면에선 공격효과가 훨씬 파괴적이고 치명적일 수도 있는 사이버테러의 효용성을 인식하고 1993년 이후로 인민군 총참모부 산하에 사이버 관련부대를 창설하여 적극 육성해 왔다. 가령 북한은 김일성군사대학(전 미림대학)에서 한 해에 100여 명씩 양성되는 최정예의 사이버 테러부대를 가지고 있는데, 그들의 능력에 대해 일각에서는 미국의 CIA를 능가할 정도라고 평하고 있다. 최근 북한이 남한에 대해 한 일련의 행태를 보면, 끊임없이 무력도발시위와 위협을 하면서 동시에 사이버테러를 암암리에 하는 등 전술적 양동작전을 구사하여 남한사회를 혼란과 불안에 빠뜨리려 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정부는 지난 2013년 3월 20일 방송/금융사 6개사에 전산장애를 일으킨 APT 공격의 배후세력이 북한이라는 중간발표를 한 바 있다. 그런데 사이버 테러가 발생했을 때, 진상규명이 통상적으로 6개월 정도 걸린다는 점을 감안 할 때, 이러한 발표는 이례적이다. 실제, 정부합동대응팀이 처음 발표할(3/21) 때에는 ‘악성코드, 중국서 유입’이라고 하였다가, 2차때(3/22)에는 ‘해킹악성코드로서 중국이 아닌 국내에서 전파’한 것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이후 3차때(4/11)에 북한이라고 발표하여 논란이 일고 있다. 종래 북한의 행태를 살펴보면, 북한의 사이버테러 자행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본다. 그러나 이에 대한 명확한 진상규명을 하지 않은 채 무조건 북한이 배후세력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하고 위험한 생각이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사이버테러의 위협을 쉽게 북한의 소행으로 전가시키면 사이버테러로 인한 대국가적·대국민적 피해에 대한 책임소재는 불분명해지기 때문이다.
국가차원 독자적 운영체계 개발 검토해야
사이버 테러리즘에 대한 대응은 여러 가지 관점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기본적으로 사이버테러 관련법을 제정하여 국가차원에서 이를 체계적으로 통합관리 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사이버 테러리즘은 다른 국가의 도메인과 서버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제공조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국제공조수사는 조약 및 국내법상의 규정에 의해 정치범죄 등에 대해서는 공조수사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해외에 서버를 둔 친북사이트의 사이버테러 위협에 대해서는 단지 국내와의 접근을 차단하는 등의 소극적 대처만 이루어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인터넷 보안체계를 강화시키는 일이다. 즉, 국가차원의 독자적인 운영체계를 개발한다든가, 운영체계를 다원화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OS는 윈도우가 지배적이고, 인터넷 브라우저는 익스플로러가 독점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윈도우와 익스플로러만 해킹되면, 국가정보전산망 전체가 비상이 걸리게 됨은 당연한 결과이다. 항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인 것이다.
이번 3·20 사이버테러는 기술력만으로는 막기 어렵다. 인터넷 사용자가 관심을 가질만한 메시지, 웹사이트 등 갖가지 수단을 이용해 현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사용자들의 보안의식이라 할 수 있다. 현실적인 북한의 도발 위협과 사이버 공간 상의 수많은 테러 위협에 대한 ‘안보불감증’ 또는 ‘보안불감증’이 근본적인 문제인 셈이다.
최선우 / 광주대 경찰법행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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