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3년 5월 1일 0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휴대폰, 애증의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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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47 | “휴대폰, 애증의 물건!”
 
 
 북한에 살 때 휴대폰을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다. 휴대폰이란 말도 몰랐다. 하긴 ‘손전화’라는 말은 있었다. 그게 휴대폰이었다. 북한에 장사를 나오는 중국인들은 그것을 ‘따그다’ 혹은 ‘서우지’라고 불렀다. 그러나 그들도 북한에 들어올 때 가지고 올 수 없었다.

 휴대폰은 몰래 보곤 하던 중국 텔레비전에서 구체적으로 보았다. 무선으로 임의의 장소에서 편리하게 사용하는 모습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사람들이 얼마나 편리할까.’ ‘저것만 있으면 말 한마디 전하려고 먼 길을 걸어갈 필요도 없고 보고 싶은 사람과 장소에 관계없이 대화를 할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니 중국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다. 중국에 드나드는 밀수꾼들에게 들으니 휴대폰으로 전 세계 어디나 통화할 수 있다고 했다. 손바닥 크기의 전화기 출력이 얼마나 되기에 지구 곳곳에 전파를 보낼 수 있는지 얼른 납득이 가지 않았다.

중국에서 처음 써 본 휴대폰 … 가슴이 쿵쿵

북한 가 지난 2011년 9월 7일 방송한 ‘공중도덕과 우리 생활’ 프로그램에서 평양 시민이 ‘손전화(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2011년 9월 7일 방송한 ‘공중도덕과 우리 생활’ 프로그램에서 평양 시민이 ‘손전화(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휴대폰 실물을 처음 본 것은 탈북 후 중국에서다. 처음 만져봤고 통화도 해봤다. 난생 처음 그것을 들고 통화를 하려니 가슴이 쿵쿵 뛰기까지 했다. 통화버튼을 누르면 멀리 서울에 있는 사람인데도 곁에서 말하는 것처럼 쟁쟁하게 목소리가 들렸다.

 한국행을 하는 과정에 만난 탈북자들은 중국에 한동안 살았기에 휴대폰을 다룰 줄 알았다. 그러나 내 경우 휴대폰을 쥐어주어도 옆에서 도와주어야 사용하는 정도였다. 나는 남한에 와서야 처음으로 내 명의로 된 휴대폰을 가지게 됐다. 그 때의 감격과 흥분이 지금도 생생하다. 나는 처음으로 가진 휴대폰이 너무 사랑스러워 밤을 꼬박 새우면서 장난했다.

 그러나 휴대폰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나의 첫 휴대폰은 다단계 회사에서 판매한 것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덥석 받아 쥔 덕분에 대리점에 가서 요금제를 바꿔야 했고, 흔히 말하는 ‘노예계약’이라는 것이 되어 있어 해지하기도 어려웠다. 휴대폰은 남한에 와서 처음 얻은 애용품인 동시에 처음으로 당한 사기 물건이었다. 그 후에도 여러 가지 상술에 걸려 필요 없는 휴대폰을 여러 개 뽑았다. 몇 해가 지난 지금도 조심하지 않으면 당하기 쉬운 것이 휴대폰 피해다.

공짜폰? 그 말을 믿은 내가 바보

 세상이 점점 더 편리해지고 있다. 남한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엔 휴대폰으로 통화와 문자밖에 못했다. 인터넷이 장착되어 있었지만 접속하면 요금이 엄청 나와 쓸 수 없었다. 그런데 조금 있으려니 영상통화가 가능한 휴대폰이 나와 TV에서 광고되었다. 그게 욕심나 ‘영상폰’을 구입했다. 하지만 그것도 한동안 지나서 곧 낡아졌다. 스마트폰이 출현한 것이다. 스마트폰의 기능이 얼마나 많은지 숙지할 수도 없으면서 이번에는 그것을 구입했다. 그런데 요금제에 숨은 상술을 모르고 사용했다가 요금이 엄청나게 나왔다. 요금제를 여러 차례 바꿔 봤지만 다 거기서 거기까지였다.

 그러다 조금 지나 대리점들이 ‘공짜폰’을 광고했다. 요금제도 저렴한데다 공짜라니 눈길이 갈 수 밖에 없었다. 거기다 내가 사용하고 있던 것보다 기능이 더 좋았다. 그래서 바꾸기로 했다. 대리점은 기존에 가입된 통신사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통신사를 선택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면 신규 통신사에서 위약금을 물어준다고 했다. 시키는 대로 했다. 확실히 본래 쓰던 것보다 좋았고 위약금도 면제됐다.

 하지만 공짜폰이란 말은 거짓말이었다. 모바일 청구서가 날아 온 것을 보니 단말기 할부금 항목이 있었다. 대리점에 찾아갈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공짜라는 말을 믿은 내가 바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 어디에 공짜가 있는가. 하나원(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에서 정착교육을 받을 때 ‘공짜는 곧 함정’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듣고도 유혹에 넘어간 내 잘못이었다.

 생활에서 휴대폰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된 세상이다. 잠시라도 휴대폰이 없으면 몸의 한 부분이 뚝 떨어져 나간 기분이다. 특히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세계가 손바닥 안에서 논다. 젊은이들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을 줄 모른다. 카카오톡, 게임, SNS에 빠져있는 모습을 보면 앞으로 세상이 어디까지 발전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휴대폰 발전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스마트폰 중독도 큰 문제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보다 스마트폰을 더 사랑하는 모양새다. 지나친 사용을 통제하면 부모를 떠나면 떠났지 스마트폰은 포기 못한다 할 기세로 맞선다.

 북한도 이제는 휴대폰이 상당히 도입되었다고 한다. 그것이 북한 체제의 변화에 영향을 줄 조건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북한 내부에서 사용되는 휴대폰은 외부와 연결되지 않는다. 인터넷 개방도 안됐기 때문에 스마트폰도 무용지물이다. 그러나 내부용이긴 해도 그것을 모든 주민이 다 소유하게 된다면 국경 지역에서 몰래 사용되는 중국 휴대폰도 은폐하기 쉬워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어쨌건 북한에 휴대폰이 많아져 주민들이 발품을 덜 팔고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할 입장이다.
 
 
도명학 / NK지식인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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