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5년 5월 1일

특집 | 북한, 20개 경제개발구 신설 … 점·선·면 개방 확대 2015년 5월호

특집 | 북한, 경제개발구로 승부수?

북한, 20개 경제개발구 신설 … 점·선·면 개방 확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올해 신년사에서 금강산관광특구를 비롯한 경제개발구 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천명함에 따라 개발구 정책이 김정은 시대의 핵심 경제정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3년 도입한 개발구 정책이 3년째로 접어들면서 인프라 건설과 우대조치가 포함된 세부계획이 속속 발표되고, 14개(668조항) 관련법규 신설로 법·제도적 기반도 갖춰가고 있다. 아울러 러시아 접경 개발구를 연결고리로 북·러 경협이 진전되고, 중국 동북지역에서 투자유치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외자유치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나진항 부두

나진항 부두

중앙개발구가 지방개발구 발전 선도

돌이켜 보면, 경제개발구 정책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91년 나선특구 지정을 필두로 2000년대부터 최근의 백두산 무봉 국제관광특구까지 5개 중앙개발구가 추가로 지정되었고, 김정은 집권 이후 20개 지방개발구 신설로 이어지면서 바야흐로 북한판 ‘점(点)-선(線)-면(面)’ 개방정책이 전개되어 왔다. 개발구 정책은 외자유치를 통하여 개발구를 우선적으로 개발한 후, 순차적으로 인근 지역을 개방함으로써 그 효과(spillover effect)를 특구 주변과 북한 내부로 확산시키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특히 지방개발구는 분권화를 골자로 하는 ‘6·28조치’와 지방경제 발전정책 및 기업 독립채산제 등 김정은 시대에 제시된 대내정책 기조 전환과 궤를 같이하는 대외정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책 추진방식은 양대 중앙개발구인 나선특구와 금강산특구가 발전을 선도하고, 지방개발구가 중앙개발구 개발계획을 차용하여 발전해 나가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개발구 우대조치로는 25%인 소득세를 개발구에는 14%로 적용하는 등 소득세와 관세 감면, 주식배당금 등 기업수입에 대한 감세 혜택이 대표적이다. 또 값싼 우수노동력이 외국인투자 유인으로 작용할 것이며, 대규모 인프라 건설에 대해 ‘BOT(Build-Operate-Transfer, 건설-운영-양도)’ 방식을 적용하여 외국인투자자의 부담을 경감해주는 등 과거에 비해 외자유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개성공단과 금강산특구 운영 경험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점인데, 이는 북한이 한국과의 경협 사례를 토대로 중국·러시아 투자를 유치하여 여타 지역을 발전시키겠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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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도와 청진개발구, 발전 가능성 주목돼

나선특구는 북한정부가 동북아 물류수송과 관광거점으로 개발하기 위해 중국 동북지역과 러시아 극동개발의 연장선상에서 중·러 투자유치에 역점을 두고 있다. 중국 동북지역은 역사·지리·민족적 긴밀성으로 인해 북한과의 경협이 활발하고, 특히 지린성과 헤이룽장성은 해양출로로서 러시아 자루비노항과 함께 나선특구를 중요거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최근 북·러 관계가 정치적 유대에서 경제협력으로 확대되면서 러시아 역시 접경인 나선특구를 다각도로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중국과 러시아의 나진항 1, 3~5호 부두 개발과 장기임차, 중국 동북 민간기업의 나선투자 확대, 러시아의 나선특구 송전선 건설을 통한 극동지역의 유휴전력 공급 등 중·러의 나선특구 접근이 부쩍 늘고 있다. 아울러 북극항로 신설과 북극종단 신루트 개설로 나선지역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높아지고, 5월 북·러 정상회담으로 나선특구와 러시아 극동을 중심으로 경제·군사·정치·사회문화 등 협력이 다방면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특구는 관광특화형 핵심 개발구로 부상하고 있다. 북한은 관광을 외화획득의 주요 수단 중 하나로 인식하고 외국인관광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금강산특구는 각종 관광인프라와 편의시설을 건설하고 인근 지방개발구를 포괄하는 광역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개발자금 조달을 위한 외자유치 가능성이 높지 않고, 개발구 운영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방개발구 중에는 북한 최대 무역항인 남포항 인근의 와우도수출가공구와 제2의 항구인 청진개발구가 발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와우도수출가공구는 다롄, 웨이하이, 상하이, 텐진 등 중국 연해도시로의 접근성이 탁월하고, 인프라와 우수 노동력이 풍부한 평양과 인접해 있기 때문에 대중국 수출전진기지로서의 잠재성이 크다. 한편 청진개발구는 함북지역의 거점도시로서 각종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고, 중·러·일과의 교류도 빈번하기 때문에 물류

중심지 역할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지방개발구는 아직 계획수립 단계에 있기 때문에 실제 건설이 추진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북한의 경제개발구에 대한 정책의지는 강력하나 당면과제 역시 산적하다. 개발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거 중국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뚜렷한 비전 설정, 투자주체의 수익확보 메커니즘 확립, 재산권 보호장치 마련 등이 선결과제다. 또 외국기업의 북한 내 기업활동에 대한 회계기준, 조세제도 등을 정비하여 위법활동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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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정책추진 의지에도 당면과제는 산적해

아울러 최근 중국 동북지역의 성장속도 둔화와 경제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러시아의 투자여력 저하로 투자를 담당할 주체도 떠올라야 한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내자동원도 절실한 바, 중앙 및 지방정부의 재정시스템 정비와 함께 상업은행 신설 등 금융시스템 개선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북한 경제개발구 활용 및 협력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된다면 경제개발구를 중심으로 새로운 남북경협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북극항로 신설에 따른 나선 물류 및 여객루트 개발, 금강산특구와 평창 동계올림픽 연계, 한·중 FTA 타결에 따라 한국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와우도수출가공기지 활용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끝으로 최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이 구체화됨에 따라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 인프라 건설에 남·북·중·러 간 공조가 한층 긴요해졌다. 이에 한국정부는 AIIB를 지렛대로 활용하여 북한과 동북아개발의 이니셔티브를 확보하는 데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하겠다.

임호열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협력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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