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 중남미 우방, 미래 협력 동반자로 만들어가야 2015년 5월호
시론
중남미 우방, 미래 협력 동반자로 만들어가야
지난해 12월 17일 미국과 쿠바는 53년 만에 외교관계 복원을 선언했다. 이어서 지난 4월 14일 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쿠바에 대해 테러지원국 해제를 선언했다. 이로 인해 향후 양국 간 대사관 설치 및 경제협력이 가시화 될 것으로 예견된다. 미국계 호텔, 금융 그리고 에너지 분야의 쿠바 진출이 급물살을 탈 것이다. 이러한 미국과 쿠바의 관계개선은 단지 두 나라뿐만 아니라 라틴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국제질서가 새롭게 재편되고 있음을 내포하고 있다.
중국, 규모의 경제력 앞세워 중남미 영향력 확대
중국은 그간 규모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꾸준하게 중남미 지역에서 영향력을 키워왔다. 이미 2013년 니카라과 운하에 46조원을 투자해 중미에 전략적 기지를 마련하려는 시도로 미국을 긴장시킨 바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작년 7월 남미 순방 중 라틴아메리카-카리브국가공동체(CELAC)에 250억 달러 규모의 투자기금 설치를 제의했다. 이 밖에도 남미국가연합(UNASUR)에 100억 달러 규모의 금융지원을 약속하는 등 중국-라틴아메리카 포럼 창설도 이끌어 냈다. 중남미 지역에서 중국의 전방위적 영향력 확대는 미국을 압박해 쿠바와의 외교관계를 재개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렇게 중남미 대륙에서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열강들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급변할 때 우리의 지혜로운 대처가 요구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은 시기적으로 매우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우리가 중남미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1905년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에니켄 농장으로 1,033명이 계약이민을 떠난 일이다. 16년이 지난 1921년 이 중 288명이 열악한 멕시코 노동시장을 떠나 쿠바로 향한다. 그 후손들이 멕시코와 쿠바 전역에 거주하고 있다.
이후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중남미를 향한 가족 단위의 농업이민이 시작된다. 1962년 브라질의 산토스 항구에 103명, 1965년 파라과이 아순시온에 95명의 영농이민자들이 도착했다. 농업이민은 1980년대 초반까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볼리비아 등의 중남미 각국에서 계속되었다. 그러나 이주자의 대부분은 농촌에 정착하기보다는 도시로 진출하여 의류업 등에 종사하며 경제적 기반을 다졌다.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나라와 중남미 국가들은 정치·경제 분야에서 우방의 관계를 유지해 왔다. 특히 콜롬비아는 6·25전쟁 때 참전을 한 혈맹의 국가이기도 하다. 1970년대 이후 경제적인 교류가 확대됨에 따라 2004년 칠레, 2011년 페루와 각각 FTA에 서명했다. 2013년에는 콜롬비아와의 FTA가 서명되었고 콜롬비아 헌법재판소의 최종 승인을 거쳐 연내에 발효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우리는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면서 전통적인 중남미 우방들을 미래의 협력 동반자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전통적인 교역위주의 거래를 뒤로 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을 통한 협력을 이끌어야 한다. 예를 들면 우리의 경제력인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전자정부, 보건, 의료, 방위산업 분야에서 상생적 협력을 진솔하게 논의해야 한다. 지난 3월 미주개발은행(IDB) 부산 총회에서 논의된 바와 같이 중남미와 카리브 국가들에서 점증하는 한국의 ICT 산업, 경제 및 농업 발전에 대한 지식공유 사업, 재생에너지, 바이오테크놀로지 및 환경산업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 대한 한-중남미 국제협력이 증가 추세에 있는 건 퍽이나 고무적이다.
특히 자원이 부족한 우리에게 중남미는 중동에 이은 제2의 석유매장량 보유 국가들이며 세계 광물자원의 20% 이상을 생산하는 자원 부국들이다. 또한 브라질의 2016년 올림픽 개최를 비롯해 대규모 인프라 개발 수요 등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를 겨냥해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는 향후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서 중남미 지역과의 미래 협력을 도모할 필요성을 방증하는 예이다.
고부가가치 산업 통한 상생의 협력관계 이끌어 내야
콜롬비아의 산토스 정부가 2016년 OECD 가입을 위해 농업과 광업에 집중된 경제구조를 제조업과 금융서비스업으로 분산 재편하려고 하는 국가발전 계획을 이해하고 이들 분야에서 경제협력을 논의해야 할 때다. 현재 한-페루 FTA 4년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우리나라 방위산업의 페루 진출은 향후 양국의 무역 및 경제협력 관계가 더욱 발전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페루의 농업과 해양산업 및 광산업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산업투자는 물론 경제협력이 증진되고 있다. 점차 다양한 품목에서 관세가 완화되고 있지만 페루에 경쟁적으로 진출해 있는 일본과 중국의 견제도 대비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2004년 한국과 처음으로 FTA를 체결한 칠레와의 새로운 ‘Post-FTA’를 논의해야 하며 바첼렛 현 정부가 교육정책을 국가의 미래를 담보하는 청사진으로 제시한 만큼 온라인 교육 및 이러닝 교육에 대한 협업을 적극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대통령의 마지막 순방국인 ‘미래의 나라’, 남미공동시장(MERCOSUR) 맹주, 브라질과의 새로운 경제적 파트너십 구축 역시 절실하다. 이미 2014년 월드컵을 개최했고 2016년 올림픽 행사를 위해 사회인프라(SOC) 건설과 에너지안보 강화를 새로운 국가계획으로 내세운 브라질의 석유 및 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에 한국 기업들의 진출을 견인해야 한다.
이러한 교류 확대는 사실 상호신뢰 및 필요성이라는 인식의 공감대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문화외교를 강화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침 이들 국가들에서 ‘한류’에 대한 인기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아스테카, 마야 및 잉카 국가들에 우리나라의 옛 전통이 담긴 한복 외교와 더불어 드라마, 음악, 한글교육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의 상륙 소식도 들려오길 기대한다.
정경원 / 한국외국어대 중남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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