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3년 5월 1일 0

전영선의 NK 애니공작소 | 백두산 폭발 대비한 예방 교육 이야기

print
전영선의 NK 애니공작소 2 | <샘골마을에서 있은 일>
 
백두산 폭발 대비한 예방 교육 이야기
 
 
CS_201305_58 북한의 애니메이션은 모두 교육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다. 교육의 주요 내용은 크게 두 가지 분야이다. 하나는 생활의 교훈이다. 인사를 잘하거나 동생을 잘 돌보거나 어른을 공경해야 한다는 주제를 담는다. 다른 하나는 과학기술에 대한 내용이다. 작용과 반작용, 관성의 법칙 이야기 등 수학이나 과학의 원리를 일상과 연결하여 설명한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샘골마을에서 있은 일>은 조금 특별한 주제를 담고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이 작품은 지진을 주제로 한 거의 유일한 에니메이션으로 지진에 대한 원인과 징후에 대한 상식을 다루고 있다.

 이야기는 지진관측소를 방문한 학생들로부터 시작된다. 학생들은 첨단 시설을 보면서 이런 시설이 없던 옛날에는 어떻게 지진을 관측하였는지 궁금해 한다. 그러자 연구소의 박사 선생님은 다음과 같은 옛날 이야기를 들려준다.

흙탕물이 된 샘물, 신령 위한 제사 지내야?

 옛날 어느 마을에 마음씨 나쁜 지주가 있었다. 지주는 마을의 샘물을 독점하고는 물이 필요한 마을 사람들에게 물 값을 비싸게 받으면서 괴롭혔다. 지주의 행패에 선동이는 마을의 우물을 파자고 제안하고, 마을 사람들은 힘을 합하여 우물을 판다. 마침내 우물에서 샘물이 샘솟고 사람들은 우물물을 나누면서 기뻐한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우물은 흙탕물이 가득한 채 발견됐다. 선동이와 마을 사람들은 어제까지 맑았던 우물이 하루아침에 흙탕물이 된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이를 본 지주는 욕심을 내고 물 값을 더 올려 받으려 하였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지주의 샘물도 흐려져 있었다. 지주는 마을에 우물이 두 개나 생겨 신령님이 노하였다며, 마을 사람들의 우물을 메워 버렸다. 하지만 여전히 지주의 샘물은 맑아지지 않았다.

지진 징후 사전 탐지와 피해 예방 교육

 그때, 갑자기 쥐들이 뛰어 나와 달아나기 시작하였다. 뿐만 아니라 마을에서 이상한 일들이 생겨났다. 가축들은 집에서 뛰쳐나가려 하고, 땅에서 우는 소리도 들렸다. 급기야 불길이 하늘로 올라가는 일까지 일어났다. 지주는 이 모든 것이 신령을 노하게 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는 제사를 지내야 한다며 마을 사람들에게 재물을 준비하라고 말한다.

 지주의 말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불안해하였다. 그 때 선동이가 나섰다. 선동이는 지주의 말을 절대 듣지 말라고 당부하고는 좌상할아버지에게 조언을 구하러 찾아갔다. 선동이가 좌상할아버지에게 간 사이에 강에서는 물고기들이 떠내려 오고, 지주의 집에서는 구렁이가 기어 나와 나무 위로 올라갔다. 하지만 지주는 구렁이를 길조라 여기고 혼자 신령의 복을 받을 생각으로 고기를 잡아 재를 올리려 하였다.

 한편 선동이의 말을 들은 좌상할아버지는 지진이 일어날 때와 꼭 같은 현상이라면서 이제 곧 지진이 날 것이라고 일러 주었다. 선동이는 마을로 돌아와 사람들에게 빨리 피하라고 알려주었다. 하지만 지주는 그 말을 믿지 않았고, 땅이 흔들리기 시작하자 신령님께 빌어야 한다면서 산으로 올라갔다. 얼마 후 지진이 시작되자 동네 사람들은 선동이 말대로 들판 가운데로 몸을 피하여 무사히 지진을 피할 수 있었다.

 <샘골마을에서 있은 일>은 지진에 대한 사전 탐지와 징후를 알고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주제로 한다. 이 작품은 2010년 10월에 방영되었는데, 방영시기가 의미심장하다. 2000년 이후 백두산에서 이산화황 가스가 대량 방출되고, 천지 화산지구의 지진활동이 증가하였다는 등 화산 폭발 전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제시되며 폭발 가능성들이 제기되었다. 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한반도도 안심할 수 없다는 주장들이 나왔다. 그렇기에 북한은 지진을 비롯한 자연 재해에 대한 대응, 지진에 대한 징후와 대피법을 옛날이야기 형식을 통해 알려준 것이다.

 이전 2009년도에는 조선기록과학영화촬영소에서 2부작의 과학영화 <지진>도 나왔다. 영화는 “우리 인민들에게 지진에 대한 상식도 잘 알려주도록 하여야 합니다.”, “지진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철저하게 세워야 합니다.”라는 김정일의 말로 시작한다. 그리고는 지진의 원리, 지진의 피해, 지진에 대한 여러 징후, 지진을 예측하는 첨단 과학, 지진의 피해를 줄이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였다. 이러한 과학영화가 나왔다는 것은 지진에 대한 교육과 지진 예방 대책을 세우는 일이 북한의 관심 사항 중에 하나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샘골마을에서 있은 일>에서 지주가 보여주는 행동은 지진에 대한 과학적인 판단 없이 미신을 받아들이는 대표적인 예이다. 동양에서는 전통적으로 하늘(天)과 인간(人間)이 유기적인 감응관계를 맺고 있어서 군주의 실정이 음양의 부조화를 초래하고 이것으로 인해 재이(災異)가 발생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자연재해가 되풀이 되면 하늘에 재를 올려, 재난을 막으려 하였다. 예측할 수 없거나 설명할 수 없는 자연재해에 대한 불안감을 씻어 내고자 했던 의식의 소산이다. 북한은 영화를 통해 지진은 산신령이 노한 것이 아니라 지각의 운동으로 일어나는 것이고, 첨단 장비를 통해 국가에서 예측하고 대비하고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리려 한 것이다.
 
 
전영선 /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



댓글 0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좋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