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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 동유 300수의 힘 2013년 5월호

영화리뷰 | <서유항마편>

동요 300수의 힘

케이블TV가 보급되지 않던 시절, 5월만 되면 TV에서 어린이들을 즐겁게 해주는 영화가 있었다. 아이들이 밖으로 나와 손오공, 사오정, 저팔계 배역을 결정해 뛰놀곤 했었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서유기>라는 원제목보다도 유명한 이름이다. 국내에서는 <날아라 슈퍼보드>란 개작 만화가 방송되었을 만큼 <서유기>는 적어도 <삼국지> 다음의 영원한 스테디셀러다.

이번호에 소개할 <서유항마편(西遊降魔編)>은 <서유기>의 이야기 틀거리에서 삼장법사가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을 만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제목에서 항마(降魔)란 다름 아닌 이들 세 명을 굴복시킨다는 뜻이다. 본격적인 소개에 앞서 소개할 사람이 있다. 바로 이 영화의 감독인 주성치다. 요즘 표기방법이 바뀌어서 ‘저우싱츠’로 불리기도 하지만 ‘주성치’로 부르겠다. ‘성룡’을 ‘청룽’이라 부르면 생경하듯이 말이다.

주성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B급영화 코미디 배우다. 그동안 주성치가 출연한 대부분의 장르는 코미디였고 약간은 ‘싼티’가 났다. 하지만 중국에서 주성치의 인기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순수한 악’ 오리지널 캐릭터 표현

한번은 필자가 하얼빈부터 심양까지 고속버스로 8시간을 이동한 적이 있었다. 화장실이 딸린 ‘볼보(Volvo)’버스였다. 운전석 옆 스크린에서는 계속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는데, 8시간 내내 주성치 영화만 틀어주는 거였다. 나중에 지인을 통해 확인해 본 결과 중국에서 주성치의 인기가 그 정도로 좋았다. 우리에게는 2% 부족한 배우였지만 말이다.

그런 주성치가 <쿵푸허슬(2004)>을 통해 환골탈태했다. 몇 단계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랄까. 특유의 헛웃음 나오게 하는 유치한 코미디가 약간은 남아있었지만 전반적인 구성이나 특수효과는 이전과 큰 차이가 있었다.

여기에는 주성치 특유의 ‘권선징악’과 불교적 이미지가 강하게 채색되었다. 뻔한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업그레이드 된 코미디와 효과는 보는 내내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다. <서유항마편>에서도 기발한 웃음보따리를 터트렸다. ‘역시 주성치다’라는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다.

<서유항마편>에서 가장 눈에 띠는 것은 바로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의 외형이다. 기존의 서유기에 이들은 너무 인간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했지만 <서유항마편>에는 가장 요괴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한다. 원작을 약간 개작한 부분도 껄끄럽게 다가오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잘 만들어졌다.

2003년에 문학과지성사에서 발간된 오승은 원작의 <서유기(1-10)> 번역본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서유기에 등장하는 손오공이 우리가 만화나 영화에서 접해본 모습과 다르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원본에 그려진 손오공은 ‘화안금정(火眼金睛)’을 가진 요괴의 모습 그대로다. 빨간 눈자위에 금색 안구를 한 성격도 괴팍하고 잔인한 존재다.

하지만 대부분의 설화가 대중화되면 윤색을 통해 ‘동화’스러운 측면이 부각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리얼한 손오공의 모습보다는 친근하고 한편은 귀여운 모습의 이미지로 대중에게 각인되었다.

동심(童心)에 항마(降魔)의 비밀이…

영화 <서유항마편>에 등장하는 손오공의 모습은 원작자가 그려낸 이미지 바로 그대로다. 필자만 느꼈는지는 몰라도 손오공이 본신을 드러내는 장면에서는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제천대성(齊天大聖)’의 깃발이 휘날리는 모습은 영락없이 서유기 원작에 나타난 그 손오공이었다. 과거에 비해 발달한 분장술과 특수효과가 잘 활용되었다.

<서유항마편>에는 전작 <쿵푸허슬>의 특수효과가 차용된 흔적이 보였다. 전작의 친숙한 배우도 여럿 보였다. 특히 초대형 ‘여래신장(如來神掌)’의 등장은 압권이었다. ‘부처님 손바닥 안의 손오공’이란 속담이 말해주듯 역시 부처님 손바닥은 압도적이었다. 1990년대에 유행하던 인기만화 <드래곤볼>을 차용한 부분도 보였다.

공중에 손을 격해서 상대방을 공중분해하는 기술은 <드래곤볼> 속 전사들의 전매특허였다. 손오공이 거대한 킹콩으로 변신하는 장면도 <드래곤볼>에서 차용했다. 그래도 메시지가 강렬했기 때문에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특히 삼장법사가 들고 다니던 ‘동요 300수’가 ‘대일여래진경(大日如來眞經)’으로 바뀌는 착상은 기발했다. 동심(童心)에 항마(降魔)의 비밀이 숨어져 있다니! 필자도 오늘부터 동요집을 들고 다녀야 할까보다.

서유석 /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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