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 50만명, 그들을 감싸 안아야 2013년 5월호
북리뷰 | <조선족, 그들은 누구인가> 곽승지 지음
50만명, 그들을 감싸 안아야
다문화 사회를 표방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요즘, 민족의 경계는 점차 애매해지며 다양한 잣대의 해석이 시도되고 있다. 타국에서 조상들의 얼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도, 우리 사회에서 새롭게 자리 잡아 가는 외국인들도 대한민국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추세이다. 그들은 대다수 정체성의 혼란을 갖고 살아가며 특정 국가의 일원이라기보다 대한민국의 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국제인이라는 호칭이 더 어울리기도 하다. 한편 나라 밖에도 우리 민족의 정신을 갖고 살아가는 국제인들이 있다. 한반도와 맞닿아 있는 중국 접경지역에 살며 중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의 민족임이 분명한 이들, 바로 조선족이다.
<조선족, 그들은 누구인가>는 ‘중국 정착과정에서의 슬픈 역사’라는 부제로 그들이 지금의 현실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저자는 <연합뉴스> 국제국 영문북한팀장으로 오랫동안 북한 및 남북문제에 갖고 있던 관심 영역을 확장하여 조선족과 민족문제를 이 책을 통해 풀어내었다. 그는 오늘날 우리 민족이 세계 도처에 흩어지게 된 이유를 일본 제국주의라는 타의에서 찾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조선족 동포들은 그 역사적 과정에서 가장 적나라한 체험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다수의 논문과 단행본, 일지 등을 참고하여 집필한 저자의 치밀함은 단연 이 책의 학술적 가치뿐만 아니라 역사적 사료로서의 가치도 높여주고 있다.
그들을 포용할 수 있는 재평가 필요
본문은 크게 1부 해방전후 중국 동북지역과 조선인, 2부 해방후 동북아 질서재편과 조선인, 3부 중화인민공화국 수립과 조선족으로서의 삶으로 나누어 조선족 역사의 흐름을 파헤치고 있다. 1800년대 중반 생계를 위해 압록강, 두만강 인근을 통해 건너가기 시작했으며 일제 강점기에 들어 일본의 군량미 생산을 위해 본격적으로 강제 이주된 조선족의 역사를 되짚어 본다. 이어 해방 후 그들이 동북지역에 남게 된 연유를 역사적 맥락에서 분석하고 있다. 중국이 수립된 후에는 그들이 동북지역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중국 내부의 정치적 상황에 의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명맥을 이어왔음은 물론 중국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자리 잡게 된 과정을 기술한다.
작년 중국 18차당대회에는 조선족이 5명이나 참가하여 동포사회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조선족이 중국 사회 일원으로 자리 잡는 데에는 그들의 노력도 있었지만,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동화정책도 있었다. 우리는 이러한 중국의 태도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동시에 오히려 우리는 왜 그러지 못했는지 자문하게 된다.
한편 한국 사회는 내외에서 발생했던 조선족 관련 범죄들로 그들을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중국의 국적을 갖고, 그 곳에서 생활함에도 우리말과 글은 물론 전통문화마저 오롯이 지켜온 데에는 분명 지금보다 나은 평가가 있어야 한다. 그들 또한 역사적인 피해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들이 얼마나 많은 시련을 겪으며 현재 중국에서 정치사회적 위상을 갖게 되었는지 잘 알지 못한 채 함부로 재단해 왔다. 그들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 거주 조선족 50만명 시대. 이 책을 통해 그들을 제대로 알고, 이방인이 아닌 우리의 일원으로 포용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선수현 /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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