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 김정은 정책목표의 변화를 기대하며 2013년 5월호
독자기고 | 김정은 정책목표의 변화를 기대하며
지난 3월 31일 평양에서 개최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을 병진시켜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위업의 최후승리를 앞당겨 나갈 데 대하여’라는 결정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하였다고 <조선중앙TV>가 그 회의장면을 방영하였다. 우리는 지난 수주일간 갖은 악독한 폭언을 다 동원하면서 한국과 미국을 겁박하며 일촉즉발의 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북한의 속셈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지난 3월 26일에는 1953년 7월 27일에 체결된 ‘한국전쟁 정전협정’과 1991년 12월 31일에 발표한 남북한의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공동선언’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상태에서 이전에 한 번도 사용한 바가 없는 ‘1호명령’을, 곧이어 31일에는 최고사령부가 한국을 향한 ‘전시상황’을 선포하면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청와대를 공격할 것이라고 위협을 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러한 최후통첩 같은 위협을 하고도 훈련 이외의 별다른 군사활동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같은 날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는 우리의 예상과 달리 ‘선군’이라는 용어를 버리고 ‘경제와 핵무력 건설’을 결의하였다.
일촉즉발 위기조성 북한 속셈 예의주시
일부에서는 전쟁이 곧 터질 것이라는 유언비어가 북한 동포들, 특히 평양 주민들 사이에서 나돌았다는 것과 북한의 최고의결기관인 이번 전원회의에서 김정은과 함께 북한의 최고 권력자인 장성택 군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이나 재부상(浮上), 아니면 전쟁선포 등 중대 사안이 발표될 것이라는 추측이 모두 빗나가고 말았다.
국정 경험도 적고, 나이 어린 김정은이 아직은 군부와 내각 사이, 즉 ‘선군(先軍)’을 내세운 초강경파와 경제건설 병행을 선호하는 실용노선 사이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는 전제하에서 측근 실세인 장성택의 거취는 중대한 지표라고 생각되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번 전원회의에서 북한의 진로에 대한 중대 결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믿었다.
경제발전 통해 정권의 지지기반 확대

북한은 지난 4월 2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채택된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에 따라 영변의 5MW급 흑연감속로를 정비해 재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08년 6월 27일 냉각탑 파괴모습 Ⓒ연합뉴스
즉 이번 회의는 장성택이 최고 권력기관인 5명 내외의 ‘당 상무위원’직에 올라 명실상부한 제2의 권력자로 부상하느냐, 아예 숙청되어 1980년대의 제2의 등소평이나 미하일 고르바쵸프에 의한 개혁·개방(페레스트로이카/글라스노스트)으로 일당독재를 위협하는 근원을 자를 것이냐, 아니면 북한이 지금과 같은 핵을 앞세운 선군주의를 더욱 틀어쥐느냐를 결정할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처음 주관한 전원회의에서 “자위적 핵무력 강화발전과 경제건설로 사회주의 강성국가건설을 가장 혁명적이며 인민적인 노선”이라고 밝혔다. 즉 국민경제, 핵 억지력, 핵의 경제적 이용(경수로 등)을 동시에 국정목표로 결의하고 장성택의 현 위치도 그냥 유지되었다.
<조선중앙통신>은 “경제와 핵무력 건설 병진 노선이 위대한 대원수님들께서 제시하시고 철저히 구현해 오신 독창적인 경제·국방 병진 노선의 빛나는 계승이며, 새로운 높은 단계로의 심화발전”이라고 재해석하고 있다.
또한 동 회의에서는 그 구체적인 과업으로 ① 농업과 경공업에 역량 집중(인민의 생존, 생활 필수품 증산) ② 자립적 핵동력공업 발전(기초적 공업의 자립) ③ 통신위성 등 발전된 위성발사(군사기술의 경제적 이용) ④ 경제지도의 근본적인 개선(경영, 경제 합리화) 등을 제시함으로써 시장경제원칙이 도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군사적 대립각이 완화될 것을 기대해 봄직하다.
김정은의 권력세습 후 2010년 9월 28일 첫 번째 대표자회에서는 먼저 당 중앙위원회 위원, 후보위원, 중앙검사위원회 위원 선거가 진행되고, 이어서 이들 위원들이 참석하여 전원회의를 개최해 당, 정부,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주필 등이 선임 또는 임명되었으며, 다시 당 대표자대회에 통보·확정을 시켰다. 이와 같이 김정은은 그의 권력 확보를 위해 당의 공식기구를 이용하였으며, 지난 3월 31일 두 번째 회의에서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은 것들이 채택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적절하고 법적 절차를 밟아서 행해진 것인지 아니면 형식적인 것에 불과한지 알 수도 없고, 또한 보도되지 않은 비밀결의가 무엇이 더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타당한 결론을 찾기란 무리가 있다.
다만 지금도 군사적 막말만 늘어놓고 있는 김정은이 이성을 찾아 선군을 지우고 ‘경제와 핵 병진 노선’을 앞세운 것이 아닌가하면서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따라서 우리는 요즘 한·미 군사훈련을 통해 북한의 위협을 물리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줌과 동시에 북한의 경제개혁과 인민생활에 직접 도움이 될 길도 마련해나가야 할 것이다.
림관헌 / 미국 환태평양문화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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