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A &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캠페인 13|북한 어린이 B형 간염 예방에 성공한 독일 카리타스 2012년 1월호
IPA &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캠페인 13|북한 어린이 B형 간염 예방에 성공한 독일 카리타스
지난해 11월 북한 어린이 110만명이 접종받을 수 있는 B형 간염 예방 백신이 북한에 지원됐다. 우리 정부가 최근 유엔 기구를 통한 대북지원을 재개하기는 했지만, 밀가루를 포함한 일부 식량만이 북한에 반출되고 있는 현실에서 독일 카리타스가 진행하는 백신 지원이 이루어진 것은 조금놀라운 일이었다. 북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B형 간염 백신 지원이 어떠한 의미가 있기에 어려운 남북관계 상황에서도 지속될 수 있었을까?
B형 간염은 바이러스성으로, 전 세계적으로 사망 순위 9위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감염 질환 중의 하나이다. 약 3억 이상의 인구가 만성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이며, 이로 인한 만성 간염, 간경변, 간암으로 연간 100만명 정도가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보유지수가 높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전 인구의 5~10%가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간염 환자에게 가장 흔히 나타나는 증세는 전신쇠약감과 피로감이다. 만성 간염을 오래 앓게 되면 간경변이나 간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B형 간염은 그러나 성인에게는 큰 위험이 아니다. 성인이 감염되면 대부분 자연 회복이 되고 만성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5% 미만이다. 하지만 신생아나 유아기에 감염될 경우 90% 이상이 만성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가 되는 것에 이 병의 위험이 있다. 결국 B형 간염은 영유아나 아동의 시기에 예방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2011년 2월 북한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B형 간염 예방 백신을 맞고 있다. Ⓒ독일 카리타스
‘예방접종 공백 세대,’ 위험에 그대로 노출
북한의 B형 간염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하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B형 간염에 양성 반응을 보인 탈북자의 비율이 전체의 10.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 2001년 밝힌 자료에서 북한 전체 인구의 약 12%가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인 것으로 보고했다.
북한은 사실 지난 2003년 이전에는 B형 간염에 대한 대책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2003년 9월부터 WHO와 유엔아동기금(UNICEF),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 Global Alliance for Vaccines Immunizations)의 지원을 받아 신생아에 대한 B형 간염 예방 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03년 이후 출생한 어린이들은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으로부터 보호되고 있다.
예방사업 성공적 … 항체 형성비율 97% 넘어
그러나 문제는 신생아 예방 접종이 시작되기 전에 태어난 ‘예방접종 공백세대’(2009년 현재 7세에서 16세 학령기 어린이, 청소년)가 B형 간염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북한 보건성은 이들에 대한 B형 간염 예방접종을 시급한 보건 문제로 인식하고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했다.
북한 보건성이 독일의 카리타스에 B형 간염 백신사업을 처음 제안한 것은 지난 2009년 10월이다. 카리타스는 사업의 타당성을 충분히 검토한 후, 2010년 1월부터 5단계로 나누어 총 370만명에 대한 예방접종을 추진하기로 북한 보건성과 합의하였다(1단계 : 평양지역 50만명, 2단계 : 평안남북도 110만명, 3단계 : 황해남북도, 강원도 100만명, 4단계 : 함경남북도 80만명, 5단계 : 자강도, 양강도 30만명).
B형 간염에 대한 백신 접종은 총 3차례에 걸쳐 이루어진다. 한 달 간격을 두고 어린이들에게 동일한 성분의 백신을 주사하며 3차 접종 후 실제로 B형 간염에 대한 항체가 생겼는지를 확인하면 예방사업이 마무리되는 것이다. 카리타스 자체 예산으로 시행된 평양지역 어린이 50만명에 대한 B형 간염 백신 사업은 2010년 1월 시작되어 3월에 마무리되었다.
예방접종은 각 학교에서 학급별로 일제히 실시되었는데 호담당 의사 2인 1조 접종대가 학생 수에 따라 배치되어 조직적으로 진행하였다. 접종기간 동안 매달, 독일 카리타스 볼프강 게스트너(Wolfgang Gerstner) 대북지원사업 대표가 예방접종이 진행되고 있는 학교를 방문하여 모니터링에 참여하였고 의약품 저장고를 방문하여 백신 보관 상태를 점검하였다.
3차 접종이 마무리된 후 북한 보건성은 카리타스가 제공한 진단 도구를 활용, 백신 항체 조사를 실시했다. 예방접종 대상자 중 각 연령층의 어린이 1,457명을 5개 학교에서 무작위로 뽑아 실시한 조사에서 항체 양성비율이 남아의 경우 97.4%, 여아의 경우 97.6%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WHO와 유니세프의 평양 사무소 관계자들도 큰 만족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지역 사업을 마무리한 후 카리타스는 북한 전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이하 보건의료재단)에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1단계 평양지역 성과를 평가한 보건의료재단은 2단계 사업부터 백신과 주사기를 현물로 지원하고 카리타스가 운송과 모니터, 기타 부대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보건의료재단은 독일 카리타스가 진행하게 될 이 사업의 타당성이 매우 큰 것으로 판단했다. 사업 대상이 평양 이외 지역 아동으로 대표적인 북한의 취약계층이라는 점, 사업 내용 역시 필수적인 전염병 예방접종으로 북한의 B형 간염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예방접종의 공백 세대인 6~17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예방접종 사업이 매우 시급한 과제라는 인식이 있었다.
또한 예방백신 접종 사업은 단기간에 완료될 수 있으며 그 효과 역시 지속적이라는 점이 주목을 받았다. 이로 인해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등으로 사업 추진이 여러 차례 중단되기는 했지만, 2011년 11월 4단계(함경남북도), 5단계(자강도와 양강도) 지역 어린이들에 대한 백신과 주사기 지원이 이루어져 예방접종 공백세대에 대한 백신 접종 사업은 이제 마무리됐다고 할 수 있다(2012년 2월에 종료 예정).
한편 독일 카리타스는 이 사업을 추진하는 동안 북한 보건성 책임자들의 독일연수를 성사시켜 북한의 질병관리 역량을 개선하는 데도 힘을 기울였다. 2010년 8월 2주 동안 북한 보건성 전염성질병담당자(의사) 4명이 독일 윌츠부르크 미션병원의 간염예방과 치료 워크숍에 참석하고 프랑크푸르트 시정부 공중보건국, 보스텔 국가세균연구소 등을 방문, 독일의 발전된 전염성 질병관리 방식을 배웠다.
태양열 온실 지원으로 사업 확대
독일 카리타스의 간염 예방 사업은 이제 새로운 사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가전염성질병통제센터, 도 급(단위) 실험실을 원산시에 시범적으로 설치, 운영하여 전염성 질병관리 시스템을 갖추는 일을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매년 독일정부 지원금으로 북한 전역 100여 곳의 결핵 및 간염 요양소에 콩 등 보충식 지원을 계속하는 한편, 각 요양소 텃밭에 태양열 온실(40m×10m)을 지어 요양소가 자체적으로 환자들에게 채소를 공급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올해 시범사업으로 9곳에 지은 태양열 온실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어 2012년에는 최소한 25개로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독일 카리타스 북한지원사업 책임자 볼프강 게스트너 대표는 태양열 온실 사업은 북한 현지 전문가들의 기술력 동원과 각 요양소 책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 것이 성공의 핵심이었음을 설명하며 북한지원사업이 개발협력으로 나아가야 함을 강조했다.
손종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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