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을 말한다 5 | 정치적 권리, 권력세습이 말해준다 2012년 1월호
<연간기획> 북한인권을 말한다 5 | 정치적 권리, 권력세습이 말해준다
북한을 지배해왔던 독재자 김정일이 갑작스럽게 병사하고 말았다. 강성대국을 호언하던 북한은 한치 앞도 전망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권력세습에 의해서 아버지로부터 후계자 지위를 물려받은 김정일은 역시 자신의 27세 아들에게로 권력을 물려주는 수순을 진행하고 있었다.
현대사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3대세습 체제를 구축하려는 시도였다. 과연 이러한 무모한 권력세습이 성공할 지 여부를 전망하기 이전에 절대적 권력을 자신의 아들에게 승계하는 문제를 인권적 관점에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12월 17일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후계자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정권 창건 63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농적위대 열병식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주민들 3대세습 비판 못해 … 표현의 자유 침해
이미 알려진 바대로 북한은 지난 2010년 9월 당 대표자회를 통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셋째 아들인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세우고 있다. 44년 만에 열린 조선노동당 대표자회는 사실상 김정은 후계체제를 대내외에 공표하는 행사였다. 여기서 김정은은 대장 칭호와 함께 당 군사위 부위원장, 당 중앙위원회 위원 등의 직책을 부여 받았다.
이러한 북한의 권력세습에 대해서 국내 진보세력은 물론, 심지어 중국에서조차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물론 어느 국가나 권력체제를 승계하는 제도와 절차를 주권적으로 행사하기 마련이다. 비록 현 권력자의 아들이 권력을 세습하는 것이라도 자국의 제도에 따라서 평화적으로 행사되었다면 특별히 문제가 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북한 권력세습의 문제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주었다는 봉건적 관행 자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공정한 절차만 지켜진다면, 국가의 통치 권력은 유능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맡을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개혁·개방을 뒤로 하고 경제적 난국을 초래한 장본인인 김정일 정권이 실정의 책임을 지지 않고 오히려 밀실에서 자신들의 권력을 영구화하기 위한 방책으로 아들에게로의 권력이양을 획책하고 있는 점이다.
‘세계인권선언’이나 ‘시민적·정치적 권리규약’ 등 국제인권규범은 국가주권의 주체를 인민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 점을 분명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1948년 세계인권선언이 만들어진 역사적 배경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세계인권선언이 만들어진 것은 세계대전의 참화에 대한 반성, 특히 독일 나치파쇼 정권에 의해 저질러진 만행에 대한 반성이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독일 파쇼정권이 만행을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은 이 권력이 주민들의 정치적 자유를 무시한 무소불위의 절대권력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계인권선언은 개인의 정치적 자유와 참정권을 강조하고 있다. 이것은 1776년 미국 ‘버지니아권리장전’, 1789년 프랑스 ‘권리장전’ 등 사회적 불평등과 독재권력에 항거하여 개인의 정치적 자유와 참정권을 규정한 역사적 문헌들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이다.
북한 김정은 후계체제 세습은 바로 이러한 세계인권선언과 국제인권규약의 기본적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 세계인권선언은 전문에서 모든 개인은 자유롭고 평등하다고 정의하고 제19조에서 개인들의 의사표현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의사표현의 자유는 국가권력이 강압적으로 구속할 수 없는 기본적 인권으로서, 정치적 반대의사를 포함하고 있다. 다시 말해 북한에서 3대세습에 대한 개인들의 자유로운 비판을 허용하고 있지 않은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내에도 당연히 이에 대한 비판이 존재할 터인데, 무조건 인민들이 받아들이게 하는 점이 개인의 자유권, 특히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최근 북한이 대외적 위기를 강조하고 대내적으로 주민단속을 강화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비판 세력을 억압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모든 민주정권은 정치적 반대자가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 조건에서 정권에 대한 비판을 자유롭게 제기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북한 권력세습은 절차적 문제도 안고 있다. 북한은 당 대표자회를 통해서 권력승계를 정당화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세계인권선언 제20조를 살펴보면, “국민의 의사는 정부 권위의 기초가 된다. 이 의사는 보통 및 평등 투표권에 의거하며, 비밀투표 또는 이와 동등한 자유로운 투표 절차에 따라 실시되는 정기적이고 진정한 선거에서 표현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의 권력세습은 인민들에게 정치적 의사를 묻는 절차가 무시되고 밀실에서 권력층이 담합에 의해서 만들어낸 것이다. 따라서 인민의 정치적 권리, 즉 보편적 인권에 위배되는 것이다.
북한의 권력세습은 결국 군대와 권력기관들을 동원하여 강압적으로 행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북한 주민들은 이미 당과 보위부 등에 의해서 철저하게 감시받고 있어서 권력세습을 체념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 최근 국내에 나온 보도들을 보면, ‘김정은이 자신의 실적을 내세우기 위해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사건을 일으켰다.’, ‘탈북자에 대한 사살명령을 내렸다.’는 등 젊은 지도자의 ‘총대정치’ 스타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편으로 체제강화를 위해서 ‘총소리를 울려라.’고 명령하면서 북한 전역에 180개가 넘는 별장과 특각들이 건립되었고 김정은은 이러한 곳에서 호의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명언이 있다. 인권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절대 권력이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짓밟고 만행을 저지를 때이다. 대외적으로 핵무기를 이용한 협박을 내세우면서 대내적으로 인민들의 인권을 짓밟는 독재 권력이 대를 이어 이러한 만행을 계속할 때 인권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이제 이러한 절대 권력의 한 세대가 역사의 뒤안으로 저물고 있다. 북한주민들조차 잘 알지 못하는 혈기왕성한 청년이 밀실에서 절대 권력을 물려받았다. 과연 그가 또 한 번의 추운 겨울을 맞고 있는 북한주민들에게 따스한 희망을 줄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이원용/ 관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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