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2년 1월 1일

한·미FTA 발효, 무엇을 대비해야 하나? | 얻는 것과 잃는 것? 2012년 1월호

한·미FTA 발효, 무엇을 대비해야 하나? | 얻는 것과 잃는 것?

오는 2월부터 한·미FTA(자유무역협정)가 발효될 것으로 보인다. 2007년 미국과의 FTA 협상이 타결된 지 근 5년 만에 협정이 빛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더 이상 불필요한 논쟁을 접고 FTA 경제실익 확보에 나설 때이다.

미국과의 FTA 발효는 국내 대부분 제조업계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중소기업들의 피해를 제기하지만, 중소기업중앙회 등 관련 기관들은 한·미FTA에 대한 중소기업들의 지지도가 매우 높음을 발표하고 있다. 필자 역시 많은 중소기업 사장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피해여부를 문의했지만, 대부분 미국과의 FTA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미FTA 최대 수혜업종은 자동차와 부품산업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 자동차 브랜드가 세계적으로 높은 소비자 인지도를 얻고 있고, 미국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10%에 육박하고 있는데다가 미국의 관세철폐는 기존 수출 증가세를 강화시키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부터 금년 초까지 한·미간에 진행되었던 추가협상으로 완성차에 대한 관세는 협정 이행 5년차부터 철폐되지만, 자동차부품 관세는 협정 발효 즉시 철폐된다.

한·미FTA 추가협상에 대해 논란이 많았지만, 자동차 업계는 추가협상에 대해서도 지지의사를 보내고 있다. 추가협상이 없었으면 협정이 사멸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협정 발효 5년차부터 당초 협정에서 명시된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연간 60만대의 자동차에 투입되는 국산 부품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기 때문이다.

이는 15만대 분량의 완성차에 해당한다고 한다. 즉 추가협상을 했더라도 자동차업계가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점은 쉽게 납득할 만하다.

자동차·전자, 관세철폐로 경쟁력 강화

자동차 외 대부분의 제조업종도 한·미FTA 혜택을 볼 수 있다. 전기전자, 섬·의류, 석유화학 등 관세가 부과되는 대부분의 품목이 한·미FTA 발효를 기다리고 있다. 핸드폰, 평면TV,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제품은 물론이고 전기기계, 전자부품도 관세철폐의 혜택을 볼 수 있다. 전자제품은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고 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일본 등 경쟁제품보다 가격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어 전자업계는 벌써부터 FTA 활용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섬·의류는 우리나라 및 다른 국가와의 FTA 협상과정에서 미국이 시장개방을 가장 어려워하던 분야이다. 미국 내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이익단체의 목소리가 크며 시장규모가 거대하여  미 통상당국이 FTA 협상에서 최종까지 개방협상안을 내놓지 않는 대표적인 분야이다.

섬·의류는 1980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출 품목이었으나 그동안 조선, 자동차, 철강, 가전 등 제조업이 주력 산업으로 발전하면서 우리 경제에서 그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아졌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섬·의류는 수출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 시장에서도 국산 고급의류는 인기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분야가 FTA 혜택을 보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농업분야는 FTA 피해업종이다. 농업분야는 그동안 우리나라가 추진한 모든 FTA 협상에서 시장개방이 어려웠다. FTA 상대국에 따라 무역개방 피해품목이 달라지지만, 미국과의 FTA에서는 몇 개 품목에 피해가 집중될 것으로 분석된다. 쇠고기, 돼지고기 등 축산물, 감귤류로 대표되는 과일이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으로부터 20억~30억달러 내외의 농산물을 수입하지만 옥수수, 대두 등 곡물류와 축산물, 오렌지가 대부분이다. 다만 곡물류에 대한 관세는 무관세이거나 2% 이하의 낮은 세율이 적용되므로 축산물과 감귤이 주로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축산·과일, 저렴한 미국산에 직격탄

전통적으로 미국은 시장개방 수준이 높고 포괄범위가 넓은 FTA를 추진하고 있어 협상 초부터 우리나라는 농업개방 축소에 협상력을 집중시켰지만, 시장개방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강경해 협상타결에 애로가 컸다. 하지만 어차피 수입해야 하는 WTO 하의 의무수입물량(TRQ)을 미국에게 배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미국에게 시장접근을 일부 보장해줌으로써 우리나라 관세철폐 일정을 연장할 수 있었다.

협상을 통해 농업피해를 줄이도록 했으나 농업분야에 대한 무역피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22조1천억원의 농업분야 대책을 마련했고, 필요시 더 많은 지원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하지만 8년 전에 이행된 한·칠레FTA의 경과를 살펴보면 농업분야에 대한 피해가 과장되었고, 1조2천억원의 농업대책이 아무런 피해가 발생하지 않음에도 집행되어 농업분야에 대한 도덕적 해이를 초래한 바 있다. 앞으로는 이러한 실책이 발생하지 않도록 농업당국이 재원의 배분과 관리에 세심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또한 실제 무역피해가 예상보다 커질 경우 재정지원 범위를 확대하고, 필요시 재원을 확충해야 할 것이다. 세계적인 기후변화, 자연재해 등으로 농산물 및 식량 확보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대한 국제적인 인식도 커지고 있어 농업역량 확보 및 유지에 재정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지난 11월 하와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APEC) 정상회의를 전후하여 일본 정부가 국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 협상에 참여하기로 한 배경에는 한·미FTA 발효가 크게 작용했다.

경쟁국들이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미국과의 FTA에 대해 근거 없는 비방이나 무책임한 괴담이 국내에서 유포되고 있는 것은 아쉽다. 더 이상 한·미FTA가 국론 분열적 이슈가 되어서는 안 되며, 조기 발효 및 FTA 활용에 국민적 관심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KR_201201_31

FTA 수혜업종 자동차 업계를 대표하는 현대자동차의 수출을 앞둔 차량들이 지난해 11월 22일 울산공장 수출선적 부두에 주차되어 있다. Ⓒ연합뉴스

 

정인교 /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댓글 0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좋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