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한반도 정세전망| 북·미 3차 대화 후 6자회담 재개 선언될 듯 2012년 1월호
2012 한반도 정세전망| 북·미 3차 대화 후 6자회담 재개 선언될 듯
새해에는 지난 3년 간 동면해온 북핵 6자회담이 잠에서 깨어나 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이라는‘대형변수’가 돌출했지만 김 위원장이 추진했던 조기 6자회담 재개 기조를 북한이 유지할 경우 일정이 다소 순연될 뿐 6자회담 재개흐름은 유효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당초 6자회담 재개 시기는 대략 2월 중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2월 16일)을 전후해서 열릴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6자회담이 재개되는 쪽으로 방향이 잡힌 것은 대선을 앞둔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거론된다.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과 이라크에서의 미군철군 결정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외교정책의 중심을 아시아로 설정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출범 이후 그동안 ‘전략적 인내’ 정책을 표방하며 북한과의 협상에 소극적으로 임해오다 지난해 여름부터 ‘관리적 개입’으로 기조를 바꿨다.
미국은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의 정세가 불안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돌아오게 해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북한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협상한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것이다. 대선을 앞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의 비핵화 약속이라는 외교적 성과도 노릴만하다.

식량지원, 영변 우라늄농축시설 시찰료?
이에 따라 미국은 지난해 7월과 10월 뉴욕과 제네바에서 북한과 두 차례 고위급 대화를 가졌다. 이른바 비핵화 사전조치를 받아들여야 북한과 협상을 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12월초 북한이 ‘긍정적 입장’을 전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비핵화 사전조치 이행에 동의하고 미국은 총 24만t의 대북 영양지원을 하는 선에서 큰 틀의 타협점이 형성됐다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전언이다.
북한 핵문제의 역사를 잘 아는 사람들은 ‘식량지원 연계 카드’가 북한이 미국의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에게 2010년 말에 보여준 영변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을 시찰하는 ‘입장료’라는 얘기를 자주한다. 그만큼 북한의 ‘우라늄 카드’의 무게감이 컸다는 얘기다. 미국으로서는 반드시 북한의 우라늄 핵시설을 살펴봐야한다는 절박감이 있었다.
다만 미국은 보수세력의 반발 등을 의식해 식량지원을 하더라도 군사용으로 전용이 가능한 쌀이나 밀가루 등은 지원대상이 될 수 없으며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를 위해 미국은 식량지원이라는 단어를 ‘영양지원’으로 고쳤다. 잘 알려진 대로 비핵화 사전조치에는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대량살상무기(WMD) 실험 모라토리엄 선언 등이 포함돼있다.
북한의 진전된 입장을 전해들은 글린 데이비스 신임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주(駐) 국제원자력기구(IAEA) 미국대사로서의 소임을 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지난해 12월 5일부터 17일까지 한국과 일본, 중국 방문길에 올랐다. 식량지원 협의 → 3차 북·미대화 → 비핵화 사전조치 이행계획 합의 → 6자회담 재개로 연결되는 외교적 수순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다 김정일 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이라는 변수가 돌출한 것이다.
김 위원장의 장례기간이 끝난 뒤 제3차 북·미 고위급 대화가 열릴 경우 이는 6자회담 재개를 공식화하는 ‘확인절차’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1, 2차 대화에서 서로 주고받을 것을 분명히 한 양측이 다시 테이블에 앉았다는 것은 6자회담 재개에 대한 ‘암묵적 합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6자회담의 전통적 개최장소인 중국 베이징에서 3차 대화가 열리는 것 자체가 이미 국면이 6자회담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는 것임을 상징하는 측면이 있다. 3차 북·미대화의 테이블에 오를 핵심 의제는 비핵화 사전조치 이행이다. 북한이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을 중단(shutdown)하고 이를 검증(monitor)하기 위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수용을 언제, 어떤 방법으로 이행할지가 협상의 초점이다.
이미 큰 틀의 방향을 잡은 양측으로서는 어떤 식으로든 사전조치 이행을 타결지을 가능성이 크지만 내용상으로는 6자 본회담의 내용인 의제설정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신경전도 예상된다. 사전조치의 이행은 대북 영양(식량)지원과 긴밀히 연동돼있다.
정무(비핵화)와 인도지원(영양지원)은 분리한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지만 내용상으로는 ‘대가’관계에 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사전조치의 이행정도와 이후 6자회담 재개흐름에 따라 영양지원의 진도가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총 24만t을 매달 분할 지원키로 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3차 북·미대화, 비핵화 사전조치 이행 협의
북·미가 3차 대화에서 비핵화 사전조치에 합의할 경우 양측은 9·19공동성명의 합의사항을 재천명하며 6자회담 재개를 공식 선언할 가능성이 크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냉정한 판단을 해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를 지향하며 2003년 여름 6자회담이 시작할 때의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는 얘기다.
지금 미국 내에서는 ‘북한이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대선을 앞둔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북한 핵문제의 획기적인 해결을 도모할 여력도 없다. 또 6자회담이 재개된다면 회담의 내용과 형식에서 ‘새판짜기’가 불가피할 것이란 게 지배적 관측이다. 우라늄농축프로그램이 새로운 이슈로 부상한데다 비핵화와 평화 협정·체제 논의를 둘러싼 관련국들 간의 입장이 대립할 것으로 보여 초반부터 험로가 예상된다.
그러나 6자회담 재개는 큰 틀에서 볼 때 그동안 어정쩡한 대화 초입국면에 머물러온 한반도 정세를 완연한 대화국면으로 이동시키는 중대 모멘텀이 된다는 데에 의미를 둘 필요가 있다. 한국정부가 얼마나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정세전환에 대응하는가도 관전 포인트다.
이는 앞으로 6자회담 과정에서 북·미가 주도하는 구도에 끌려 다니지 않고 한국이 독자적 레버리지를 확보할 수 있느냐와 관련돼 있다. 미국의 영양지원에 맞춰 우리 정부의 식량지원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래서 나온다.
이우탁/ <연합뉴스>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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